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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5일. 어린이날.
하루종일 집에 쳐박혀서 코를 50번 정도 풀고, 저녁에는 포항에서 올라온 회에다가 경주법주를 반병 까면서 이 책을 읽었다. 시팔. 술김인지 모르지만.
도대체가 이 책에서 씌여진 글자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50%정도 밖에 이해가 안된다.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은 전부 이해하고 번역한걸까? 한가지 확실한건 원저자는 맨정신에 썼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루어 추정컨대 앤디는 굉장히 위트있는 작가이다. 그의 원래 직업은 돈냄새맡는 사람 -증권사 애널리스트-이다. 주로 실리콘밸리 주변을 염탐하다가 돈될만한 회사를 색출해내는 것이 그의 임무다.

그가 의료환경에서 '비용절감'(번역자는 이걸 깎아내기라고 번역을 해놨는데, 니미럴 뭐 이런 무성의한!) 이라는 것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산만하고 지루한 고찰이 바로 이 책이다. 원저자는 위트가 넘쳤지만, 안타깝게도 번역자는 그에 미치지 못했으며, 의학적 지식의 결여로 인한 매끄럽지 못한 번역도 눈에 띄었다.

hts에 일자리를 뺏긴 주식중개인, atm 기계에 일자리를 뺏긴 은행직원
웹사이트에 일자리를 뺏긴 여행사직원.
의사도 곧 그런 위치로 몰락한다는 것이 저자의 '바램'이다. 이에 대해서는 의사가 무릎을 고무망치로 내려치고 몇마디해주는데 무려 50만원을 지불해야하는 미국의 '멋진' 의료제도가 한 몫한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만성질환에 대한 치료에서 조기진단으로 의료계 전체의 방향이 바뀌어야한다는 것이다.
후후.
의외로 이 저자는 좀 순진한 면이 있다.
조기진단으로 방향을 바꾸면 제약회사는 물론 의사들 조차 모두 굶어죽는다. 한의사들이 무슨 병에 집에서 뭐를 달여먹고 무슨 운동을 하라고 티칭을 하면 할수록 한의사들의 지갑이 얇아진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아, 별거 아니에요. 음식을 이렇게 이렇게 드시고 운동을 이렇게 이렇게 하세요'
라고 말하는 한의사일수록 가난해질 수박에 없다. 당연한 것 아닌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구절을 소개하자면 다음.

의료에서는 상품이 없다. 의료에서 환자는 소비자가 아니다. 후후 웃기지.
의료계에서 진정한 지적인 자산은 모두 의료인들에 의해 통제된다. 그걸 못 깨면 자본주의 법칙이 통용될 수가 없다.
의료계에는 제품이 존재하지 않으면 돈을 들고 나가서 구입할만한 게 없다.(조기검진 상품은 예외다. 그래서 저자가 그리도 열을 내며 주장하는 건지도 모른다.)

의료에서 상품이란 환자다. ㅋㅋㅋㅋㅋㅋ 의사들이 전문지식을 모두 쥐고 있다. 그 지식은 의사들의 뇌 속에 들어 있다. 병을 아는 사람도 의사요 그걸 풀 열쇠를 쥔 사람도 의사다.
환자가 상품이므로 그 상품들은 무한 공급된다. 나이들면들수록 의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의사들이 다루는 '상품'은 엄청나게 늘어난다. 길거리로 나가보라. 모든 걸어다니는 사람이 의사들의 상품이다. 환자들은 자기들이 의사들의 서비스를 구입하는 소비자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그 반대다. 환자들은 주도권이 없다. 돈을 지불하면서도 그들은 의사들의 통제를 받는다. 당신이 옷을 사는데 그 돈에 대한 통제력을 상당부분 옷가게 주인에게 상실한다면 당신이 진정한 의미의 소비자라고 할 수 있을까?

다른 산업에서는 전문지식이 점점 매체를 옮겨서 확산되고 있다. 유통경로의 독점을 통해 자본을 취득하던 구조의 산업은 모두 몰락했다. 이를테면 얼마전까지 녹용의 유통을 독점하며 승승장구하던 한의사들의 모습을 보라. 하지만 지금 홍삼, 녹용의 유통은 이미 한의사라는 매질을 떠나서 유통된지 오래다.
간단하게 검색만 해보면 사물탕 뭐 이런류는 파다하게 유통된 저렴한 지식이다. 30년 전만해도 이런 정보가 이렇게 대중에게 쉽게 유통될 줄은 한의사들 중 아무도 몰랐으리라.

검색엔진, 아이팟, 핸드폰, 이런 것들이 바로 저자가 말한 '깎아내기'다. 기술이 발전하면 시장이 더욱 커지고 새로운 시장이 생기며 기술은 더욱 발전하고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다운된다.
94년도 엘지전자에서 나온 486컴퓨터 중에 14인치 모니터를 포함해서 심포니라는 모델이 있었는데 그게 450만원이었다. 지금 물가로 따지면 800만원 정도 갈테지.
그걸 내가 구입한거다. 그리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컴퓨터는 오늘날 20만원 정도 한다. 무려 1/40로 다운된 것이다. 저자는 그런 현상이 의료계에도 발생할 것인가, 아니, 발생했으면하는 간절한 소망을 이 책에 담아두고 그 열쇠로 '조기검진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미국립보건원 예산의 5%만이 투자되는 현실을 혁파하자는)만이 대안이라고 강변한다.

나는 저자의 바램대로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내 피 한방울을 샬레에 놓고 컴퓨터 드라이브에 넣으면 1분만에 어떤 병이 지금 내 몸에서 진행되는지, 내게 어떤 암종이 어디에 어떤 크기로 자라려고 준비 중인지 금방 결과지가 나오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솔직히 말하건대, 그런 세상은 50년 내로는 오지 않을 거야.
왜냐면 60억달러를 신약개발에 투자하는 화이자만 봐도, 콜레스테롤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어릿광대를 내세워서 리피토라는 놈으로 엄청난 돈을 강탈하고 있는데, 그 달콤한 산업을 때려치우고 조기검진에 (돈도 안되는) 돈을 투입한다고? 인류가 모두 건강하면 제약회사는 모두 도산한다구!

참 아이러니하지. 사람들 질병이 모두 조기발견되어 조기치료되어 의사들이 모두 실업자가 되어 낙원상가에 가서 1500원짜리 소고기다시다맛이 나는 국밥을 먹는 세상이 온다면 그건 분명 천국일텐데...
그런 날은 오지 않을꺼야.
구형 스포티지의 고질병 중에 100km/h를 초과해서 1시간 이상 달리면 엔진헤드가 깨지는 질환이 있었지. 실제로 가스캣이나 엔진오일을 관리해주거나 주행습관을 교정하는 서비스가 바람직하지. 돈도 적게들고. 그런데말야. 실제로 엔진해드가 깨지는거 갈아주는 사업이 더 번창하는 법이야.
동네한의사가 운동하라고 백날 티칭해주는 것보다 그냥 심장에 스탠트 넣는 의사가 더 장래가 밝다는 거지. 인간은 모두 아담같이 간사한 존재라서...그래서 의사들이 먹고사는 건지도 몰라.

후후후, 어쩌면 한의학이라는 치미병의 태생적인 가치관을 가진 의학은 이미 그런 단계에 접어들어 우리 지갑을 지나치게 홀쭉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지.

난 조기검진보다 만성질환 치료에 더욱 나의 시간과 자본을 투입할꺼야. 저자에겐 안된 일이지만 ㅋㅋㅋ

그리고...
유통경로를 통제하여 먹고사는 직업이라면 하루속히 그 동네를 떠나기 위해 자기계발에 나서라.(좋은 자리에 동네한의원을 하는 것 역시 유통경로를 통제하는 업종이라 볼 수 있다. 미래가 없는 거여 ㅠ.ㅠ)

팽당하지 않으려면, 주식중개인이나 우편배달부 꼬라지당하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리고 자신에게 투자해야 한다.

그대, 자영업자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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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말야. 이 책말인데. 구성은 참 좋은데, 빌 브라이슨만큼 빵빵 터질 정도로 재밌지도 않고 아툴 가완디처럼 대뇌를 울리는 통찰력을 보여주지도 못하는 뭐 신라면에 짜파게티 소스를 뿌린것 같은 그런 책인데다가 번역도 영 신통치 않고.......

에이, 나의 어린이날을 망쳐버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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