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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이라는 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골렘이라는 뜻은 인간이 흙으로 주물주물 만들어서 생명체를 불어넣고 부려먹는 노비같은 존재인데, 치명적으로 멍청하다는. 그게 본성은 착한데 왜 그 좀 띨띨한 애들 있잖아.
하여간 골렘이라는 것. 인간이 만들었지만, 잘 쓰면 좋지만, 잘못 쓰면 인간을 해칠 수도 있는 그런 존재들을 지칭하는 대명사라고 보면 된다. 이 책에서는 의학을 지칭한다.
이 책 말고 다른 골렘은 과학에 대한 담론을 다루는 시리즈인데, 닥터 골렘에는 특별히 한국어판 서문이 담겨있다. 거기 한의와 양의에 대한 저자들의 자세가 나오는데, 결론은 이거다.
개인에게는 한의를 허용하라. 그렇지만 국가에게는 서구적인 과학체계로 정책을 집행하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모든 한의과 대학 예과 1학년 학생들이 10번씩 읽어야하는 책이다. 물론 당신이 한의사 면허증이 있는데 이 책의 제목조차 처음 듣는다면, 거기다 정호나 용상이 같은 칠뜩이 양백들의 칼부림에 신음하는 선량한 시민들을 계도할 의도를 1%라도 갖고 있다면, 어버이날 저녁 9시 뉴스에서 모 홍삼회사의 홍보성 뉴스 '홍삼쥬스 먹지 마시고 우리 회사 홍삼을 사서 니들 애미 애비에게 쳐멕이세요'를 보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면 이 책은 필독서다.

이 책의 서론에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나온다.
바로 이발사로서의 의사 이야기다.
우리가 머리를 손질하러 가면 이미 마음 속으로 어떤 기구로 어떻게 어떤 스타일로 깎을지 고객이 결정하고 간다. 이발사는 고객의 마음에 들도록 일을 해야한다. 주도권은 양분된다.
그렇지만 청진기나 mri등이 나오면서 주도권은 완전히 의사에게 넘어간다. 왜냐. 환자들은 아는게 없어!!!

그런데 한의사는?
오늘도 환자가 와서 두번째 흉추 아래 5cm 지점에 20cc의 혈장을 뽑아달라고 요구를 받고 열받는 한의사가 있다면 그는 이 책의 서론을 탐독해야만 한다. 이발사는 원래 그러하므로, 그 지위를 벗어나려면 주도권을 뺏어와라. 그게 청진기가 됐든 기공투시력이 됐든 뭐든간에.
모르는 자는 힘을 잃는다.

만약에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췌장염으로 내과진료를 받게되는 상황이 되면 그 내과의사는 다시 '이발사'의 수준으로 회귀하여 환자와 서로 협의하게 된다. 한의사도 마찬가지다. 정보를 쥐는자가 발언권도 갖는다.
내가 남박사에게 진료를 받으러 가면 남박사는 내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동의를 구한 후에 시술해야한다. 다만 내가 에스병원에 스탠트 시술을 받으러 간다면 나는 입닥치고 누워만 있어야 한다.


<>플라시보효과
의료의 심장부에 뚫린 구멍이다.
1.실험자 보고편향 : 실험을 수행하는 자의 마음이 일으키는 오류. 실험자는 장님이어야 한다.
환자 보고편향 : 환자들이 자기가 쳐묵은 약에 대해 갖는 마음의 태도로 인해 생기는 오류
2. 만약 아무 효과가 없다면 '가짜 플라시보' (환자의 보고편향)
3. 만약 긍정적 효과가 발생한다면 '진짜 플라시보'로 규정된다.
4. 기대성 효과: 교사가 학생들이 잘할 거라고 기대하는 경우 애들은 성적이 더 높아진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더 잘 나을 것이라 티칭하는 환자들이 실제로 더 잘 낫는다. 기대성 효과.

위의 4가지 요소로 인해 우리는 실험하기 전에 맹인이 되어야 한다.

우울증같은 질병의 경우는 보고편향인지 플라시보인지를 구분할 수가 없다.
셀프 리포트(한의사를 괴롭히는 치명적인 문제는 치료에 대한 피드백을 우리가 셀프 리포트 형식으로 받는다는 점이다. 슈발!)의 한계.

플라시보에 대해 서술한 책 가운데 이 책의 10여페이지에 걸쳐 이어지는 사유의 도미노는 아우, 정말 환상적이다.
과학으로서의 의학 vs 구원으로서의 의료 사이에서 나는 후자편에서 종사하는 소매업자이다.



<>가짜 의사
면허증과 훈련은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 면허증을 갖고 있으면서도 미숙한 의사들이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훈련 부족을 지적당하지 않는다. 면허증이라는 방패가 있기 때문이다. 마치 한의대를 졸업하고 국시를 받으면 국시합격증을 받기 직전과 비교해서 자신의 스킬이 10배 증폭되었다고 착각하는 것과 같다. 면허증이란. 그런것.
가짜의사들은 자신이 실력이 들통나서 잡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의료라는 건, 자동차수리랑 같은데 단 한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그 자동차들이 모두 수제품이라는 거지. 슈발. 아니 본넷을 뜯었는데 엔진 위치가 교과서랑 달라. 아 시밤. 시트를 열어보니 배선도 달라. 아이 뭐 이래. 근데 더 골때리는 건 이 놈의 자동차를 그냥 놔두면 지가 스스로 고친다는 거지. 환장할 노릇이지. 도대체 뭐 어떤 치료로 뭐가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알수가 없으니.

질병은 딱 두가지다. 놔두면 저절로 치유되는 대부분의 질환과 걸리면 거의 대부분 죽게 되는 치명적인 질환들.
의료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가짜의사가 잘 들키지 않는 이유는 한 os전문의가 이렇게 말한다.
"이 일을 18년째 하는데 정형외과에 대해 아는게 전혀 없는 전공의를 받는데 익숙해졌어요. 그리고 그들 중 많은 의사들은 다른 것에 대해서도 제대로 아는 내용이 없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정형외과에 국한된 이야기일까? 한의사들은 어떨까?
아는 게 거의 없는 한의사들이 존재하는 건 아닐까?
혹시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제로 의대에서 배우는건 병동에 들어가면 별로 쓸모가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임자가 후임자 손모가지를 잡고 직접 가르쳐주는 것이다. 실제로 해보고 모방하면서 나중에 스스로 할 수 있을때까지.
그게 바로 의학이 다른 학문과 다른 점이다. 치명적이지? ㅋㅋㅋㅋ

어떤 의사가 이렇게 말했다.
"18살 먹은 고딩을 데려다가 일주일간 맹렬히 트레이닝을 시키면, 갓 인턴을 마친 얼뜨기 의사보다 정형외과 수술 보조를 더 잘한다"

모든 전문직에는 능력의 스펙트럼이 있어서 탁월함에서 무능함까지 펼쳐져 있다. 골때리는 건 경험많은 가짜의사가 갓 의대를 나온 신참의사보다 더 나은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ㅋㅋㅋㅋㅋ

이 책의 93페이지에 나오는 가짜의사를 대하는 개인과 공동체의 '축'은 MBC 기자 이상호씨가 100만번 정도 읽어야할 대목이다. 가짜 의사가 줄 수 있는 단기적이고 개인적인 고려가 공동체적인 비용대비 효과와 편익에 대해 정반대 방향을 가리킨다는 점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아이 뭐 이렇게 어렵게 써놨노. 김남수가 이상호에게는 선녀같은 구원자일지 몰라도 사회적으로, 공동체에서 보면 암덩어리같은 존재라는 것)

자, 두가지 단어를 주겠다.
돌팔이를 추종하는 작가, 기자, 소위 진보라는 탈을 쓰고 개념없는 법안에 도장 찍어대는 정치인들(그 중 하나가 강기갑씨라는 게 서글프다)들은 대답하라.
1. 신뢰
2. 효과
(아마 이상호, 조정래, 엄홍길, 박노해, 강기갑 뭐 이런 사람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도 모를꺼야. 그냥 이 책 사서 읽어라.)

의료에는 편차라는 게 존재한다. 그래서 가짜의사들이 돌아다니며 연명하는 것이다. 운수대통한 줄 알아.
고된 의대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의사라 할지라도 실제 의료가 실행되는 현장에 오게되면 무지막지한 초보자가 되어버림을 우리는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우리는 전세계의 가짜의사들 사례를 통해 봄으로써 질병을 이해하는데 책을 통한 학습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알게 된다. 특히 책으로 배우는 한의사들...슬프다. 책으로 배워야하는 존재는 슬픈 거야. 능률도 안 오르고.
일찌기 말했잖아 VERBAL>페이퍼>모니터 순이라고
버발로 배워야해. 버발! 특히 의사라면 말이지. 더군다나 의료소매업자라면 더욱더!!!
우리는 의료인답게 더욱 숙련되어야 한다.



<>편도절제수술 -진단의 불확실성
의사들은 환자를 진단할때 여러 증상 지표에 대해 서로 공유하고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사들은 매일매일 진료현장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지표들을 조합해서 가중치를 부여하고 해석한다.

환자에 대한 의학적 진단은 임상적 정보의 단편들과 환자의 병력, 기타 정보와 함께 취합되어 숙련성과 전문성에 기반하여 최종진단내려진다.

우리가 골절이라는 질환이 생기면 다른 의사에게 갈 필요가 없다. 불확실성의 스펙트럼 귀퉁이에 있는 질환이므로, 그러나 유방암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스펙트럼 영역 중에 불확실성이 높은 영역이다. 이런 질환은 다른 의사의 소견을 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아, 진짜 이 진단의 불확실성 부분에서 한의사로서 정말 할 말이 없어진다. 동일한 환자에게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 진료를 한 끝에 나오는 처방이 사물탕일수도 있고 보중일수도 있다. 어쩌면 갈근조위탕일수도 있다. 어처구니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의학의 치명적인 장점!! 불확실성에 대해 찬양하는 한의사는 아마 내가 최초일꺼다. 이것은 지나치게 매력적이며, 치명적인 장점이다. 단, 공동체 입장에서 효율성 면에서는 별개의 문제다. 나는 구원자로서의 의료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난 소매업자니깐.


<>비타민 C
대체요법의사들에게 생계수단을 제공하는 두가지 질환부류가 있다.
1. 잘 낫지 않는 고질병(천식등)
2. 증세가 가벼운 병
한의원이 딱 요런 병들을 다루고 있다. 치명적이고 급진적이면서 잘 낫는 병은 이미 다 양방에 빼앗겨버렸어!

한의학의 개입이 성공했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통계를 적용하기가 어렵고 진료기록도 지나치게 자유로워서 숫자나 기호로 치환되기가 힘들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의사의 업무능력이 한단계 도약하려면 '숫자 세기'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에 대한 독백이다. 다른 훌륭한 원장님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숙련도가 깊숙이 관여하는 의료행위의 경우 그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한의사의 경우 탐혈과 자침 스킬 이런것까지 포괄하면 논문은 이미 앨리스의 나라로 날아가고 있을 것이다. 의학논문에서 의사의 숙련도가 개입하는 비중은 엄청나지 않은가.

대개의 논문 결론에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자원이 부족한 학계에서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
여기 폴링과 캐머런이 주장한 비타민C가 암세포를 억제한다는 소동(?)에 대해 자세한 기술이 실려있는데, 노벨상을 두번 받은 폴링이 이런 대접을 받은 걸로 유추해볼 때 아마 한국 한의사들이 집단지성을 발동하여 멋진 논문을 낸다든지 그 논쟁의 주제가 한의학적인 소재였다면 더욱 처참하게 깨졌을 것이다. 개박살.

이 책 저자들은 장기적인 집단책임을 강조하며, 과학적인 의료를 신봉하며, 대체의학적인 관점에 대해 뜻뜨미지근한 태도를 보인다. 솔까말하자면 뭐, 한의학 같은 것에 돈을 투입해보고싶지 않아!라고. 뭐 이해는 한다. 이놈들에게 팥침이나 체질이야기를 꺼냈다가는 점성술사같은 미친갱이 취급받기 딱 좋을 것 같다.

환자의 자기보고는 질병 진단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종종 자기 몸이 나아졌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것도 환자 혼자 뿐일 수 있다.(특히 한의학영역에서!!) 아, 슈발
따라서 의사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성공했는지 판단할때 환자들에게 의지해야만 한다. 많은 경우 의사는 환자와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파트너쉽을 끌어내는 것은 의사의 몫이다. 물론 환자도 협조해야 한다.


의학 지식은 전문성과 혼동되어서는 안된다. 지식은 전문성의 한 구성 요소일 뿐이다. 의사가 훈련을 받을때는 경험이 많은 숙련된 실행가들과 함께 일을 실제로 해보면서 배우는 것이 필수적이다. 의료는 암묵적이고 기예에 가까운 성격을 갖고 있어 책을 통해 배우는 것으로는 절대 충분치 않다!!!!!!!!!!(한의사들이 주목해야할점. 특히 임상실습을 담당하는 교육자들이 주목해야할 점들...) 우리가 양의학적 지식을 습득한다고 해도 그것이 양의학적 전문성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 역시 성립한다.

정보가 전문성과 동일하다면 의사는 퀵베이직이나 컴퓨터로 대체될 수 있다...그런데 불가능하다.
의사는 의료를 실행할 때 불확실성에 대처해야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발견해야하고 어림짐작과 통찰력 등등 비공식적인 '전문성의 구성요소'에 대해 충분히 숙달되어야 한다.

전문성이란 그런 것이다. 당신은 전문성을 습득한 의료인인가! 아니면 책으로 배운 그냥 정보만 갖고 있는가.

그리고...

구원 VS 과학, 단기적 관점 VS 장기적 관점, 개인 VS 공동체의 문제에서 의학의 논리와 '개인의 치료의 논리'는 서로 다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둘을 섞으면 안된다.


다시 서문으로 돌아가자.

의료는 과학으로 간주되면서 힘을 얻었다. 이발소처럼 의사를 깔보며 당당하게 찾던 환자들이 더이상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질병의 분류 방식이나, 안 보이는 혹 같은 정보를 ㅇ의사들이 독점하면서 의사들은 점점 권위를 얻어갔다.

부검과, 청진기 그리고 엑스선은 환자들을 완전히 KO패시켰다. 그들은 이제 단 한마디도 의사에게 뭐라고 이야기할 수 없었다.
한의사들 역시 비슷한 기전으로 힘을 가져올 수 있다. 김춘수가 말했듯이 '규정'하는 것이다. 신드롬이든 뭐가 됐든 환자들은 스스로가 갖고 있는 질환에 대해 '규정당하기'과정을 통해 한의사에게 굴종하게 된다. 넌 오늘부터 간비불화야. 간비불화가 뭔지는 넌 알 필요도 없고, 나만 믿어. (물론 치료에 대한 평가 역시 주도권을 한의사가 갖는다. 요게 포인트다.)

그리고 항생제를 욕하는 한의사들 내지는 자연치료주의자 등등 뭐 그런 부류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항생제의 유효성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것을....그들이 항생제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는 것을...ㅋㅋㅋㅋ
항생제가 왜 위험한지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 역시 의학이다. 여기서 비난받아야할 것은 가축에게 항생제를 남용하는 농장주인이지, 의사나 항생제 개발자가 아니다.


저자들은 서문에 이런 말을 남겼다.

한의학적인 치료방식을 통해 경제학자들이 '효용'이라고 부르는 것을 얻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아, 정말 멋진 책. 멋진 번역.
나름대로 공정하고 두개의 눈을 가진 학자들을 만난 것 같아. 기쁘다. (비록 그들은 서쪽 강변에 있지만)

더욱더 소매업에 전문성을 확보하여야겠다.

오늘 하오 6시 23분 경에, 전호지황탕을 250cc 복용한 후에 3시간 18분 후에 좌측 관자놀이 부위에 10헤르쯔의 박동을 가진 두통이 나타나며, 항강증이 동반되었는데 왜 그런걸까요?라는 질문을 당신 한의사에게 한다면 도대체 뭐라고 이야기해주어야 할까?





닥쳐.
누워.
소매나 걷어. ㅋㅋㅋㅋ


아, 근데 진짜 머리 아파....ㅠ.ㅠ<20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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