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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초봄, 형산강의 똥바람을 헤치며 차가운 학생회실에서 끙끙거리며 먼지 쌓인 자료를 정리하던 한 청년이 어리숙한 후배 둘을 데리고 한권의 소책자를 해적출판했는데, 당시 전한련 중집이 내놓은 아주 재미없고 두꺼운 자료집만(읽으면 30분 안에 잠듬) 줄창 보던 한의대생들에게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후에 이 도서는 원광대를 비롯한 유수의 한의과대학 학생회에서 교양도서로 공식지정하여 뽀송뽀송한 새내기들을 투쟁의 전사로 교화시키는 교재로 사용되어 김씨를 눈물짓게 만들었다.

남들은 배낭여행 다니고 도올서원다니고 과외하고 집에서 자습할 때 김씨는 엄한 후배들 꼬셔갖고 이런 헛짓거리를 하고 다녔단말이지.
김세원, 김영은씨에게는 아직까지 미안한 마음 가득하다.

이 책은 김씨가 2년간 끌어온 투쟁의 총체적 패배를 인정하며 투쟁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만든, 인생의 마침표 같은 책이다.

한의대생이 만든 책이므로 매우 편향된 "해석"임은 인정하지만 이 도서에 기재된 "사실"들은 모두 진실이다. "해석"이 아닌 "사실"부분만 읽어본다면 약사들이 한약이라는 이권을 획득하기 위해 얼마나 집요하게 노력했는지와 더불어 한의계가 얼마나 무능하게 휘둘리다가 무너졌는지 감탄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김씨가 그때보다 조금 더 늙었고 능글능글해졌기 때문에 다시 만든다면 이보다 더 차분하고 통찰력있는 관점으로 만들 수 있겠지만, 이제 다시는 이런 헛짓거리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 김씨의 소속사 공식 입장이다.

이 책은 김세원씨가 학생회를 할 즈음 한약학과 투쟁일지를 추가하여 다시 한번 개정되었다. 개인적으로 기쁜 일이다.

끝으로 첨언하자면 김씨가 만약 약대생이었다면 정반대의 내용으로 자료집을 만들었을 것이다. 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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