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s mailbox]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제가 경쟁에서 도태된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박사님 저는 춘천에 사는 아드리아나입니다. 저는 삼수까지하고 대학 진학하고, 학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 인턴 학업을 병행하며 열심히 살았습니다. 졸업을 오래전에 했는데 계약직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게 제가 욕심이 많은건지요. 저의 노력이 부족한걸까요? 경쟁사회에서 밀려난 부적합한 인간인지 자괴감이 듭니다. 어떻게 살아야할까요?
-안녕하세요. 아드리아나. 열심히 살았네요. 안타깝지만 열심히 한다고 결과값이 다 좋아야한다는 법이 있나요? 화장 열심히 한다고 미스코리아 되나요?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이 있어요. 오히려 열심히 안 하는 애가 진짜 잘 하는 애고 그런 애들이 보상을 많이 받아요. 옥동자가 아무리 꾸며봐요. 원빈이 난닝구 입은 거에 압살당하지. 본인 여자 동기들 중에 화장 별로 안 하고도 엄청 예쁜 애 있죠? 걔는 못 이겨요. 삼수한 거 그거 자랑아닙니다. 대학 다니면서 알바하고 인턴하는거 그거 열심히 한 거 아니에요. 학생이 공부하는 거 당연한 거 아닌가요? 본인이 뭐 그렇게 대단한 국가의 인재에요? 열심히는 부사잖아요. 주관적인 부사. 그런건 내가 이 정도면 열심히 했지. 라고 하지만 타인이 보기에는 다른 평가를 할 수 있는 거에요. 본인이 왜 정규직으로 선발되지 못하고 밀려난 거라고 보나요? 본인보다 그 자리에 더 적합한 인간이 있었으니깐요. 경쟁에서 밀린 게 맞아요. 그렇다고 사회에 부적합하다는 건 아니죠. 수요와 공급의 법칙일 뿐이에요.
본인 왜 비정규직이 싫나요? 만약 이렇게 생각해봅시다. 본인이 마취과 의사에요. 개업도 안하고 여기 저기 병원에 보따리 들고 다니면서 마취해주면서 한달에 3천만원 벌어요. 마취과 전공의도 별로 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페이는 더 올라갈 것 같아요. 그래도 정규직이 되고싶을까요? 아니죠. 의사들 맘 속에는 정규직, 비정규직 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요. 오히려 어딘가 얽매여있으면 그게 더 귀찮을 뿐이지. 그때는 비정규직으로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고민할껄요? 이게 뭐냐. 결국은 돈 이야기하는 거에요. 껍데기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에 대한 갈등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본인이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많은 돈을 쉽게 벌고 싶다. 이거를 이야기하는 거에요.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쉽게! 많은! 돈!!! 돈 이야기.
회사 오너들이 바보인줄 아세요? 다 빠꼼하지. 그 사람들이 실수로 본인 같은 인재를 놓친 거라고 생각해요? 아니에요. 그것만 십수년 한 사람들인데 얼마나 빠싹하겠어요. 회사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보다 불평불만 없이 말 잘 듣고 일 잘 하는 사람을 원하는 거에요. 그렇다고 자괴감을 갖지 마세요. 정규직 취업에는 실패한 게 맞지만 본인 인생이 쓸모없다거나 망한 건 아니에요. 본인이 경차라면 트럭 뽑는 회사에 지원하면 당연히 떨어지죠. 그렇다고 경차가 쓸모없는 차는 아니에요. 이 세상 어딘가에 본인을 기다리는 자리가 있을 겁니다. 본인에게 오라고 하는 자리가 있을 거에요.
그리고 늘 잊지 말아야할 점은 내가 타인과 의사소통이 되고, 나 혼자 두발로 걸어다니고 나 혼자 밥 먹고 똥닦을 줄 알면 이 4가지를 스스로 해내면 그것만으로도 부모에게 어마어마한 행복감을 안겨주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고, 최상의 삶은 포기하고 최선의 삶을 즐겁고 재밌게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