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s mailbox] 나이는 먹고 이룬 게 없어 우울해요
안녕하세요? 박사님, 저는 서울에 사는 49세 스테파니입니다. 저는 회계사로 일하고 있고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는데 돌이켜보니 이룬 게 별로 없어서 우울합니다. 크게 부를 이룬 것도 아니고 결혼도 못하고 직업적으로 큰 성취를 이룬 것도 아니고 명예도 없어요. 집에 돌아가면 아무도 없고 더 우울감이 듭니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걸까요?
- 안녕 스테파니, 원래 인간의 인생이라는게 먹고 자고 싸고 씻고 정리하고 이동하는데 거의 대부분을 다 써요. 그래서 원래 이룬 게 없이 그냥 현상유지만 하고 근근히 먹고 살고 의식주 해결하는 것만해도 이미 90점이에요. 나머지 하루 2-3시간을 쪼개서 연애도 하고 공부도 하고 놀러가고 자기 좋아하는 것도 하고 보내는 거죠.
왜 나는 결혼과 직업의 영역에서 큰 성취가 없었나 돌아보면 아마 '욕심'이 없었을 거에요. 인간에게 큰 이벤트가 일어나려면 욕심이 있어야 해요. 예를 들어 결혼이라는 이벤트도 마찬가지에요. 아마 스테파니도 외모나 직업, 학력, 집안 등등 여러가지 조건에서 평균이상이겠죠. 그런데 친구들은 다 결혼했는데 왜 나만 결혼을 못 했나? 남자에 대한 욕심이 없어서 그런거죠. 어떤 멋진 남자를 발견했다고 칩시다. 그런데 여친이 있대요. 그러면 어떻게 하나요? 바로 포기하죠. 그게 욕심이 없는 거에요. 여자친구가 있더라도 내가 뺏어서라도 내 것으로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으면 다 결혼합니다. 그런 욕심이 있으면 평소에도 가만히 있질 않죠. 내 맘에 드는 남자를 찾습니다. 여친있는 남자를 뺏어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만한 간절한 마음이 있어야 거사가 일어난다는 거죠. 친구들이 소개팅을 주선해줄 때가 있죠. 욕심없는 여자는 아이, 귀찮다. 나오는 남자들도 다 시원찮고 "됐다. 마, 소개팅 나중에 할께."하고 그냥 제끼는 경우도 있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점점 시장에 나오는 남자라는 상품이 백화점물건에서 점점 아울렛물건으로 변해요. 쓸만한 상품은 다른 '욕심있는 여자'들이 다 채가거든요. 40대 후반의 여자에게 소개되는 상품의 질이 나쁜 건 당연한 거에요.
백화점에 가본 적 있나요? 거기 매대에서 가끔 할인하는 아울렛상품이 쏟아져 있는 경우가 있죠. 그 속에 파묻혀서 '내 오늘 반드시 아디다스 반팔 티 하나 찾아내고야 만다'는 욕심으로 두더지처럼 뒤적거리는 아줌마들 본적 있죠? 그런 아줌마들이 득템할 가능성이 높아요.
직업의 영역에도 마찬가지에요. 본인이 지금 자리에 만족하나요? 더 높은 자리에서 뭔가를 이루고 싶다면 그런 욕심이 있다면 절대 지금 자리에 안주하지 못해요. 본인 스스로 못 견디고 벌써 박차고 나갔죠.
욕심이라는 게 뭘까요? 학교에서 우리는 욕심은 나쁜 것. 욕심은 버려야하는 것이라고 가르치죠. 인간이 욕심을 버리면 동력을 상실한 배와 같아요. 하다못해 스님도 욕심이 있어요. 깨달음을 얻고 싶다는 그 자체도 이미 욕심이죠. 인간에게 욕심은 강한 모티브가 됩니다. 욕심을 가지세요. 어떤 한의사가 2명 있다칩시다. 한명은 욕심없이 개업했고 다른 한명은 '내가 부산에서 추나로는 내가 1등이 돼야겠다.'는 강한 욕심을 갖고 개업했다고 합시다. 누가 직업적 성취를 이룰까요?
스테파니에게 결혼도 이미 적령기가 지났죠. 근데 결혼에는 적령기라는 게 없어요. 결혼은 아무 때나 하면 돼요. 근데 임신에는 적령기가 있어요. 20세부터 35세입니다. 임신적령기는 있지만 결혼적령기는 없다. 임신적령기가 지났다면 임신은 포기해요. 결혼적령기는 없으니까 그런 큰 이벤트가 일어날지 말지는 스테파니의 마음속 욕심에 달려 있어요. 내가 임신은 못하지만 나는 가정을 이뤄야겠다는 욕심이 있다면 남자를 찾아서 결혼도 하고 입양도 하고 아기도 키우면 됩니다. 주변 시선이 느껴질 수 있지만, 본인 인생이 더 중요하죠. 어차피 어영부영하다보면 나이 70되는거에요. 인생에는 이벤트가 풍성할수록 좋은 거에요. 본인 욕심을 돌아보세요.
직업적으로는 지금 나이가 이제 가을에 접어들었죠. 뭔가를 수확하는 시기입니다. 아마 몸이나 정신이 젊을때랑 다를거에요. 기력이 떨어지고 의욕이 없어지고 일이 지겹고 우울감이 드는게 자연스러운 나이입니다. 스스로 뭔가를 이루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지부터 살펴보세요. 행운을 빕니다.<b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