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ily doctor_bk

[bk's mailbox] 술을 끊기로 공언했는데 마시고 말았습니다

bktoon 2025. 8. 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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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사님 저는 부산에 사는 해리슨입니다. 저는 매일 술을 마시고 있는데 이제 나이도 50줄에 들어서니 몸이 예전같지 않아서 술모임도 모두 끊고 금주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친구들 앞에서 공언도 하고 이제 술 끊었다고 주위에 다 알렸는데 며칠전에 서울에서 친구가 내려와서 그날 그만 과음을 했습니다. 제 스스로 너무 부끄럽고 창피합니다. 그 날 이후 다시 매일 술을 마시는데 어떻게 해야할까요?

 

-해리슨씨, 참 속상하겠군요. 친구들 보기 쪽팔리기도 하고 스스로도 부끄럽게 느껴지겠네요. 근데 뭔가 착각하고 있어요. 인간은 원래 의지가 아주아주 나약해요. 거의 없다고 봐도 돼요. 그래서 내가 의지를 갖고 술을 끊겠다! 이런 생각은 만용이에요. 그렇게 될 수가 없어요. 인간이라는 건 환경에 영향을 더 많이 받고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습관화되는 경우가 많지. 하루아침에 의지로 끊을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용어부터 바꾸죠. 술을 <끊는다>라고 생각하면 안돼요. 인간은 못 끊는다니깐요. 이미 중독돼서 못 끊어요. 자, 술을 왜 마시나요? 마시면 좋죠? 기분도 좋고. 근데 만약 술 마시고 3시간 뒤에 그 기분좋음이 온다면 마시겠어요? 못 마시죠. 아니면 다음날 기분이 좋아진다면 아마 아무도 안 마실거에요. 그래서 술 끊기가 힘들고 공부가 힘든 거에요. 지금 공부하면 그 효과가 지금 나타나나요? 지금 영어공부하면 갑자기 영어가 팍팍 늘어요? 아니죠. 그 효과는 수개월 수년 뒤에 나타나요. 그러니까 인간의 뇌에 공부는 중독이 될 수가 없는 거에요. 

자, 바로바로 자극이 오는 이런 것들은 의지로 끊는 건 불가능하고요. 인간이 할 수 있는건 <하루를 참는 것>이에요. 자, 지금 뉴욕 여행을 가요. 14시간 비행기 타는데 술이 없대요. 참을 수 있어요? 있죠. 14시간 술 안마실 수 있죠. 그거에요. 24시간 참아보는거에요. 그리고 또 24시간... 그렇게 계속 참는 거에요. 하루 참고 이틀 참고 3일 참고... 이걸 반복하는 거에요. 그러다가 어제처럼 술을 마시게 되면 다시 그 다음날 다시 참기 새로 시작하는 거에요. 1시간을 참아보고 3시간 참아보고 12시간 참아보고 이걸 반복하는거에요.

인간이라는 것은 이렇게 하루하루가 쌓여서 습관, 직업, 외모, 체력, 인품이 이루어지는 거에요. 나를 구성하는 모든 것은 내가 하루하루하루 보낸 것들의 누적값이에요. 하루만 참는다 생각해요. 어차피 내일 마실 술은 오늘 당겨와서 참을 수는 없는거니깐요. 하루하루를 쌓아요. 공부도 그렇고 운동도 그렇고 다 마찬가지에요. 매일 조금씩 탑을 쌓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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