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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한의사카페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어떤 환자가 어디 한의원에서 진단을 받았는데, 풍열이 있다고....
 근데 나는 풍열, 풍습 이런 말 안 쓴다...
 한의대에서 나름 공부도 하고 배웠지만, 서로 대화가 안되는 이런 단어는 쓰면 안된다..
 한의사들끼리도 못 알아듣는 이런 풍토 없어져야 한다."



위의 원장은 스스로가 책도 보고 공부도 하고 학교생활도 충실했는데 풍열이 뭔지 모르겠다고 용감하게 고백했다. 그래서 자기는 그런 진단은 안 쓴다고.

우선 묻고 싶은 것.

도대체 어느 학교 출신이고? 어떤 교수님 밑에서 수학받았는지?
어떻게 면허증이 있는 분이 풍열의 개념조차 없을까.
(풍열은 지금 대한동의보감학회에서 본2,3학생들 상대로 진행되는 디렉터스 강좌 2nd 섹션에 해당되는 아주 기초개념이다.)

그러니깐 내가 보기에 그냥 위의 원장은 공부가 모자란 것 뿐이다. 풍열이라는 단어는 알지만, 그게 정확하게 어떤 개념이고, 환자에게 어떤 증상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것이다. 그냥 비과학적이고 구시대적인 별 효용가치없는 과거의 진단툴 정도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교수가 워낙 질이 떨어지고 쓰레기같은 한의대에서 어영부영 공부를 했더니 졸업해도 풍열이 뭔지도 모르겠고, 모르면서도 수치심은 없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면허증은 있으니깐 친절의학과 전문의로 굽신굽신 살아는 가는데 누가 풍열이 어쩌고 저쩌고 라고 하니깐 자신의 무지가 드러날까 무서워 무의식적으로 학문적 경기를 일으킨 것.

"풍열 따윈 버려야해!"

무지와 부정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풍열이 뭔지 알아야 버리든 말든 할거 아냐.

부정은 무지의 극복 이후에 주장할 수 있는 것이지. 무지한 상태에서 부정하는 것은 밥을 먹어보지도 않고 맛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정확하게 살자.

'먹어보니 맛없다!'와 '안 먹어봤는데 맛없어보인다'는 다른 말이다.

위 원장은 앞으로 용어사용에 주의바란다. 

"나는 졸라 실력없는 교수 밑에서 제대로된 공부도 거의 못 배우고, 겨우 면허증 하나 건져서 로컬에 나왔는데, 그나마 내가 뭘 모르는지조차도 모른다. 갑자기 풍열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그냥 나는 그게 뭔지 잘은 모르지만 그런게 없다고 부정하고 싶다."라고 정확하게 서술해야한다.


한의학을 둘러싸고 '무지와 부정'을 혼동하는 사례는 아주 많다.

한약 먹으면 간 나빠진다.
한약은 농약 덩어리다.
대기업 홍삼제품은 깨끗하고 안전하다. 등등 ㅋㅋㅋㅋㅋ

학업의 시작은 '스스로 무지의 인지'로부터 출발한다. 거기엔 약간의 용기가 필요할 뿐.

(모르면 부정하기 전에 물어봐라. 근데 지가 뭘 모르는지조차를 모르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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