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기러기들

Essays 2020. 12. 2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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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는 70년대에 이미 기러기문화가 자리잡았다.

울릉중학교, 북중학교 나와야 갈 수 있는 곳은 수산고(현 울릉종고)밖에 없으니 자식을 원양어선 태우거나 오징어배 태울 생각 아니면 육지로 자식들을 보내서 교육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언제 내보내야하느냐.

재력에 따라 중학교부터 나가는 애도 있고 고등학교 입학할때 나가는 경우도 있고

애 혼자 내보내느냐.

보통은 엄마가 밥해주러 따라간다. 방 하나 얻어서 엄마랑 애랑 같이.

어느 도시로 내보내느냐.

가장 인기 많은 곳은 대구.

대구를 기준이고 재력이 되면 서울로 보내고 안 되면 포항으로 보낸다.

 

울릉도 사람 만나면 '중학교 어디 나왔냐'고 물어보면 그 집 재산과 교육열을 짐작할 수 있다.

 

내 친구 중에 경수라사(도동읍내 탑클라스 맞춤양복점) 큰 아들 현철이는 중학교때 엄마랑 강남에 아파트 얻어서 유학갔다. 훗날 공부에 대한 아웃풋은 별로였지만 강남아파트를 구입한 것의 대가는 엄청났다.

 

본토사람들은 왠지 울릉도 사람들이 섬에 갇혀서 갑갑하게 살고 가급적 본토에 나와서 살고싶어할 것 같지만 엄마한테 물어보면 그런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고 육지행=고생길이라는 개념이 강해서 기회가 와도 섬을 박차고 가족을 이끌고 나가는 사람은 드물고 섬 안에서 고만고만하게 밥벌이하면서 머무르려는 사람이 대부분(우리아부지 포함).

 

지금 사동 신리 연변(해변을 울릉도에서는 연변이라 부름)의 땅값이 평당 천만원이 넘어가고 송곳산 앞의 땅값도 평당 4백만원을 넘어가니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땅팔아서 자식 유학보낸 기러기들이고, 머리가 나빠서 수고 겨우 나와서 오징어나 잡으면서 땅 부치며 농사나 짓던 사람들은 수십억 부자로 우뚝 일어섰다.

 

토지, 주식, 사람 중에 리스크가 가장 큰 투자종목은 사람이다.

왜냐하면 턴어라운드해서 영업이익이 플러스가 될때까지 투자하는 기간이 최소한 20년 이상 소요되며,  사고, 질병 등으로 자산가치에 치명적이거나 심하면 상장폐지(사망)까지 가는 리스크가 상존한다. 더구나 인간의 지능과 노동력, 삶의 활력은 40대를 지나면서 감소하므로 ROE도 같이 떨어지게 되고 60대가 지나면 아예 실적이 마이너스로 들어가고 유지보수 판관비가 급증하는 구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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