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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저녁, 김회장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 무식이 만났데이."

김회장님에 따르면, 오늘 오후 포항 시내 모처를 걸어가는데 누가 뒤에서 부르길래 돌아보니 서무식이가 서 있더란다.

회장님에게 전화번호를 받아서, 이날 저녁 서무식씨에게 전화를 때린 김씨...무식이가 받질 않네.

문자를 남겼다.

'무식이가?'


잠시 후 걸려온 전화에는 어릴 때 그 무식이가 아니었다.

"야, 무식이 니 말 억수로 또박또박 잘 하네!!! 니 마이 똑똑해졌구나야."


여기서 잠깐. 서무식은 누구인가.
안타깝지만 무식이라는 이름은 본명이다. 참 무식이 아부지도 무심하시지. 우째 아들이름을 '무식'이라고 지었을까.

아무튼 지난 1985년 여름, 흰타이즈를 신고 육지로 전학 나온 김씨는 나오자마자 바로 왕따를 당한다.

일단 울릉도 사투리가 포항사투리와 너무 달랐던 것. 그때는 교과서를 한줄씩 돌아가며 읽는 방식으로 (한반에 66명이 있었고 2부제 수업을 했었다. 교실이 김치봉다리가 썩어서 부풀어오른것처럼 금방이라도 터져나갈 것 같았지!!!) 수업이 진행됐는데, 김씨가 읽을때마다 아이들이 웃느라 정신없는 거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당시 오징어공장에 다니던 신여사가 아이가 전학왔는데 한번도 담임을 찾아가지 않은 것.
그때 담임이 김귀순씨였는데, 지금도 포항교육청에서 장학사를 하고 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전학오고 첫 등교하던 날 2학기 개학날.
2학기 책을 가져갔는데, 김귀순씨가 김씨를 일어나라고 하더니 왜 1학기 책을 가져오지 않았냐면서 귀싸대기를 마구 때렸다. 김씨가 그때 열한살이었는데, 왜 맞는지도 몰랐고, 왜 2학기 개학일에 1학기 책을 가져와야하는지도 몰랐다.
전학온 애가 첫날부터 귀싸대기를 맞고 서 있으니, 애들이 김씨를 어떻게 봤을까. 안봐도 뻔한 거였다. 특히 김씨 짝꿍이었던 예쁘장하게 생긴(지가 젤 이쁘다고 믿고 있었겠지.) 가시나는 얼마나 쌀쌀맞게 대하던지. 그땐 모두 수돗물을 퍼먹었는데 그 가시나만 집에서 뽀얀 보리차를 갖고 와서 지 혼자만 묵는거다.

아무튼 그때부터 김귀순씨는 김씨에게 나머지공부를 하라고 시켰는데, 이것 역시 어이가 없는 처분. 그래도 울릉도에서 가장 촉망받던 어린이였는데, 나머지공부라니!!


그때 한반에 66명이 공부했는데, 그중 64명이 김씨를 싫어했다. 나머지 한명은?


그가 바로 서무식이었다.


그때는 왕따나 이지메라는 말 자체가 없던 시대였으나 김씨는 85년도 중앙국민학교 4-1에서 공식왕따였다.


무식이는 김씨를 왕따시키지 않았다.







왜냐면, 무식이는 원조왕따였거든.

아무도 무식이랑 놀아주지 않았다. 김씨가 갖고 있는 무식이의 첫인상은 볼을 타고 길게 이어진 콧물자국이었다.

아, 선명하기도 했지. 콧물자욱~!

무식이는 늘 코를 빨아들이며 훌쩍거렸다. 웃을 때도 늘 히히히히히히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말도 어수룩하고, 히죽거리고, 콧물자국의 원조왕따. (무식이라는 이름에서부터 이미 왕따의 스멜이 풍기지 않나)
무식이랑 아무도 놀아주지 않았고, 김씨랑도 아무도 놀아주지 않았으니 자연스레 두명이 놀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무식이 집은 김씨가 세들어살던 덕산동 집에서 20미터 정도 떨어져있었다.
꽤 잘 지어진 양옥집이었는데, 김씨가 자주 놀러갔었다. 무식이는 학교에서는 거의 밑바닥 왕따였는데, 집에서는 꽤 이쁨받는 막내아들이었던 기억이 난다.(근데 지금까지 돌이켜보면 왜 내 친구들은 다 상태가 이 모양일까. 무식이부터 남박사까지...아주 일관된 친구집단을 갖고 있다.)

무식이네 놀러가면 무식이 엄마가 온갖 과일도 깎아주고, 장난감도 많았는데, 무식이 엄마가 김씨를 특별히 잘 대해준 것도 무식이 친구가 김씨 밖에 없었으니깐 당연한 일이 아니었나!! 아마 국민학교 통틀어서 무식이 집에 놀러간 친구가 김씨뿐이지 않았을까. ㅎㅎㅎㅎ

아무튼 학년이 바뀌고 반이 갈리면서 그 뒤로 무식이랑 자주 놀지 못했다.

24년만에 처음 전화통화한 무식이는 더이상 콧물자욱 선연한 무식이가 아니었다. 말도 제법 또박또박하고, 어떻게 수협에 들어갔냐고 물으니 제법 농담까지 갖다붙이는 아저씨가 되어있네. 술은 나보고 사라고 하니, 언제 포항에 한번 내려가야겠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씨는 "무식이가 오늘 우리 아버지 뒷모습을 알아봤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아니 어떻게 그 멍청했던 아이가 우리 아버지를 아직 기억하고 있었을까? 난 무식이 아버지가 기억나질 않는데! 거기다가 어떻게 수협에 들어가게 된걸까? 어허, 아무튼 다음에 포항 내려가서 무식이를 만나면 꼭 자초지종을 들어봐야겠다. 코찔질 흘리던 무식이가 그런대로 지 앞가림을 하는 것 같아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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