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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내용 짧다. ㅎㅎㅎ 
김영사에서 편집하느라 정말 애쓴 것 같다.


-그는 집으로 못 돌아온 것이 아니었구나- 

85p :  나 또한 히말라야 어느 골짜기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지 모른다는 생각

122p : 나는 그동안 죽음을 여러번 목격했다. 나 역시 많은 사고를 겪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수없이 오가면서 조금씩 변해갔다. 젊은 날 품었던 욕심이나 집착에 어느 정도 초연해지고, 그토록 짧고 허무한 삶을 사는 동안이라도 사람들과 즐겁게 정을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여러가지 모습의 죽음들이 있다. 병마와 싸우다 고통 속에서 죽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자동차 사고로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기도 한다. 내가 등반을 포기하지 않는한, 내 삶은 산에서 그 마지막을 맞게 될 것이다.
그런 죽음들에 비하면 대자연의 품, 산에서 맞는 죽음이란 얼마나 행복한가. 산사나이로서 산에서 죽는 것, 그것은 거스를 수 없는 내 운명일지도 모른다.

: 박영석은 이미 자기가 산에서 죽을 것임을 알았다. 그는 남북극을 갔다오면 등로주의 등반으로 에베레스트, 로체, 안나푸르나에 새 루트로 올라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늘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
동물원에 갇힌 사자는 사자가 아니다.
도시에 갇힌 산악인은 더이상 산악인이 아니다. 산을 오르지 않는 나는 더이상 내가 아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의 죽음이 너무 안타까웠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산악인을 '잃었다는 상실감'이 컸다. 하지만 그 반대였다. 그는 도시에 잠시 쉬었다가 다시 산으로 돌아가는 인생이었다. 그는 산에서 돌아오지 못한 것이 아니라, 자기 원래 살던 곳에 영원히 머무른 것이었다. 


-북극이란-

메스너는 히말라야 14봉을 오르고 남극은 갔다왔지만, 결국 북극은 가지 못했다. 잘 이해가 안됐는데...(북극이 남극보다 덜 춥잖아.) 이 책을 읽고 이해가 됐다. 유빙, 리드, 난빙....
북극까지 찍고 온 박영석 정말 대단하구나. 그는 스스로 이렇게 썼다.

'북극은 히말라야를 종주하는 것과 같았다.'

 
-상업적인 성공-

달리와 피카소는 상업적으로 성공했다. 고흐는 그렇지 못했다.
박영석도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 (물론 뺀댓돌이처럼 얍삽하게 포장하고 대중을 우롱하는  엄홍길은 박영석에 비할 수 없을만큼 큰 상업적인 성공'만'을 이루었다. 16좌라니. 부끄럽지도 않나. 도봉산 북한산까지 넣어서 18좌라고 하지.ㅋㅋㅋㅋ)

176p: 나는 돈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돈을 위해 산을 오르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제일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어 감사할 뿐이다. 조금 욕심을 부려본다면 나는 명예롭게 살다가고 싶다. 두아들에게 후배들에게 인정받는 산악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명예롭게 살고 싶은 욕심이 상업적인 성공과 산악인으로서의 아마추어리즘 사이 절묘한 타협점을 찾아낸 원동력이 아닐까싶다.

우리는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의사이면서도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어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명예롭게 살고자하는 욕심이 그 천칭의 가운데를 잡아주리라.



-박영석과 동국대-

박영석은 80년도 동국대 산악부(이인정이 당시 대장, LS그룹 사위가 되고 훗날 대한산악연맹 회장)가 마나슬루 등정기념 카퍼레이드를 할때 구경하다가 뻑이 갔다고 한다. 그리고 재수해서 동대에 들어가고 동국산악회에 있던 이인정과는 계속 인연의 끈이 이어진다. 이인정이 연맹회장 시절 박영석을 맨날 술먹고 개구신 지길때 불러서 (당시 박영석 나이 마흔) 회장실에서 빳다질을 할 정도로 형제같은 사이였다고.

결국 올해 박영석의 장례식도 이인정이 연맹회장으로 주관하게 된다. 참 긴 인연이다.

박영석이 전성기를 달릴때 나는 동국대 학생이었다. 동대신문 1면에는 잊을만하면 그의 등정 성공소식이 실렸다. 그리고 도서관 건물 옆을 지날때마다 허름한 선팅지가 붙어있던 '동국대 산악부'는 마치 동굴같은 분위기였는데 ㅋ
왠만하면 가입하기 싫은 동아리 스멜...

산악부는 1학년부터 매주 암벽을 타고 방학때는 종주를 하며 보냈다. 산악인이 되기 위한 집중적인 스킬 연마기간.
무슨 영역이든지 초반 2년간 집중적인 시간투자가 필요하다. 10년간 매월 산을 타는 것보다, 2년동안 매일 산을 타는게 훨씬 스킬을 쌓는데 효과적이다. 그래서 동의보감 같은 책도 단기간에 초집중해서 공략해야 기본적인 스킬이 쌓인다.


-인간성-

규영이 자형이 박영석을 잠깐 언급한 적이 있다. 책에도 나오는데 아마 1995년도 에베레스트 북릉에서 만난 것 같다. 
2004년도 즈음이었나. 자형이 K2가기 전에 보약짓는다고 해서 누나 집에 찾아간 적이 있는데 그때 박영석이 진짜 사람 좋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그때 K2에서 포스코원정대가 3명이 눈사태로 죽는 대참사가...ㅠㅠ)



이제 한달쯤 지났네.
아무도 박영석을 말하지 않는다.
아마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박영석이 2010년에 죽었는지 2011년에 죽었는지도 가물가물할 꺼야.



박영석의 마지막 말: 

탐험 좀 해라 인간아.
꼭 산에 오르고 정글 가는게 탐험 아니다.
자기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것 그게 탐험이다.
한의사면 다른 한의사들이 가지 않는 어려운 길, 새 길을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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