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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김씨가 종로 모 고급미용실을 찾았다.


"어떤 거 하시겠어요? 고객님"


-"커트 할라구요"


"아, 약 10분쯤 기다리셔야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어떤 업장이건 약간의 기다림은 서비스를 더욱 고급스럽게 보이게 한다.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테이블에 앉히고, 바로바로 음식이 나오면 왠지 맛이 떨어진다. ㅎㅎㅎㅎ 여기 미장원 원래 손님 없었는데 그 단새 마이 늘었네.)


-"네!!!!"


가벼운 발걸음으로 소파에 앉아, 전화기 갖고 놀다보니...


"고객님, 커트하기 전에 우선 머리부터 한번 감겨드릴께요."


시다 아가씨가 정성스럽게 머리를 감겨준다.


'아, 서울 미장원은 뜨신물도 잘 나오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이 뜨거웠다.


하지만 물이 뜨거버예!!! 라고 말을 못했어...ㅜㅜ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실장님 불러드릴께요."


곧 실장이 나타났다.


-"저기 제가 숱이 너무 많아서, 머리가 좀 덥수룩해보이는데, 구렛나루를 놔두시고 숱만 좀..."


실장님이 친히 머리를 만져보시더니


"저기 고객님, 이 머리는 지금 숱이 많은데 아니라 잘 뜨는 머리에요. 그래서 덥수룩 한거구요. 커트 언제 하셨어요?"


-"한 3주 쯤 됐는데..."


"고객님, 여기서 숱을 더 쳐버리면 아예 머리가 없어져요. 지금도 숱을 너무 많이 쳤네요."


-"그럼 저는 어떡하면 되나요?"


"일단 제가 한번 말려볼께요."


실장이 고급 드라이어를 가져오더니 능숙하게 말렸다.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덥수룩하긴 하네요. 왁스같은거 안 바르세요?"


-"네, 안 바르는데...그럼 저 어떡하지요?"


"말리고 가심 돼요. ㅎㅎㅎㅎ"



실장은 옆 자리 손님에게 가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나중에 혹시 파마 하실 때 오시든가요"




마치 침맞으러 왔는데 "넌 침맞을 필요 없어!" "나중에 녹용이나 한번 지으러와"라고 말하는 쿨한 원장처럼...


시다가 정성스럽게 머리를 말려주고, 뻘쭘한 가운데 자리를 일어섰다.


"저 그냥 가도 되나요?"


"네!"


시다가 건네주는 실장의 명함이 더욱 반짝거려보인다.




(내 미장원 다니다가 이런 일은 또 처음일세....)



공짜로 머리만 감고 나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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