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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내가 본3 겨울방학일때, 나는 (그 당시 내 소유의 컴퓨터도 없었다) hanidae.com을 만들었다.

한의과대학의 교육여건을 만천하에 '특히 수험생들에게' [공개]하자는 프로젝트였다.

그 사이트는 한의대 뿐 아니라 의치한에 진학하려는 많은 수험생들에게 도움을 주었다고 평가한다. 특히 병상수, 실습시간, 도서관 장서 수, 등록금 까지 낱낱이 공개하여 비교함으로써 투자하지 않는 한의대들을 자극하고, 수험생들에게도 합리적인 판단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한닷이 궤도에 올랐을 때 나는 주저없이 하선했다.

의림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도 나는 창길이에게 대신 하라고 떠밀었고, 인광형이 사이트를 관리하겠다고 했을 때도 나는 기뻤다.


2000년 본4를 마치며 나는 '한의과대학 교과서의 10가지 문제점'이라는 글을 한닷에 [공개]했다.

내 나름 한의대 학창시절을 마무리지으며 반드시 고쳐져야하는 교과서에 대해 지적하는 글이었다.

많은 사람이 우려했다. 그런 글이 외부로 나가면 한의계를 공격하는 칼이 된다고 걱정해주셨다. 한의계는 취약하니 내부적으로 논의해서 자정해야 한다고!!

그리고...

12년이 지나 우연히 쉼터에서 어떤 원장이 [한의대 교과서의 10가지 문제점] 이라는 캡쳐를 가져와서 붙여놓고 이런 글을 올리더라.


"어떤 새끼인지 이런 글을 써서 한의사 망신을 시키네."


불행히도 그 글은 12년 전에 쓰여진 글이다. 그 글 내용이 마치 최근 쓰여진 것처럼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지 않나? 그만하면 충분히 자정의 시간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12년이면 괜찮지 않아? 더 필요하나? 12년 동안 한의대 교과서가 바뀌었나? 나는 작년 일산캠에 가서 한의대 본3,4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디렉터의 임무였지. 내가 무슨 대가는 아니다.) 교과서들을 살펴보고 너무 놀랐다. 내가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1999년으로 돌아가있는 기분이었다.


한의계에 내부로 발표하면 자정이 되기는 되나? 자정의 시간이 필요하긴 하나?


최근 돌팔이 관련 시리즈카툰으로(지금도 한닷 만들때처럼 내 소유의 컴퓨터가 없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 컴퓨터는 전임 부원장이 버리고 간 셀러론 3.0 주연테크다. ㅋ) 암튼 요즘 그 카툰 때문인지 모르지만 나는 자꾸 걷다가 뒤돌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칼침맞을까봐.

다행히도 시리즈 카툰에 모두가 열광하고 환호하고 박수치고(일부 당사자 제외하고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듯 했다.


나는 지난시절부터 늘 투쟁에는 두가지 방향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1.ㅊㅅㄹ처럼 외부적인 제도개선에 힘쓰는 일. 양의사와 돌팔이 조직을 공격하고, 정부를 비판하고...협회를 압박하는 일 같은 것들.


2. 나는 그에 못지 않게 내부적인 역량강화도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의사가 자부심을 갖고 임상을 하고 피드백을 쌓아 후배들에게 '타임바인딩'해서 넘겨주고, 그게 반복되어 뒤에 배출되는 후배들일수록 더욱 역량이 높아지는 구조를 만드는 일.



협회를 개혁해야 한다. 첩약의보 도입하고 보험약 확대해야 한다. 한의사들이 1차진료영역에서 더 낮은 자세로 환자에게 다가가야한다. 한의사들의 공공보건 참여를 늘여야 한다. 등등 목소리를 높이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에게 내가 물었다.


"니 육미에 뭐 들어가는지는 아나?"


-(그의 대답을 여기에 싣지는 않겠다)


"니 육군자탕에 뭐 들어가는지는 아나?"


-(그의 대답을 여기에 싣지는 않겠다)


나는 늘 후배들을 만나면 기초학력 체크하는 일을 즐긴다. 물론 애정이 가는 후배들에 한해서다.

후배들을 자주 만나보면서 나는 2의 영역이 절실함을 깨달았고 지난 3년간 거의 2의 영역에 올인해왔다.


1.의 영역에서 일할 사람은 많다. 하지만 2.가 동반되지 않으면 결국 이 집단의 미래는 없다. 나는 2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고 작년부터 내가 좆도 안되는 실력으로 모교 후배들 앞에서 디렉터스 강좌를 진행한 것도(감히 올여름에 전국 한의대생 모아놓고 캠프를 개최하려고 마음먹었던 만용도) 모두 불쌍한 후배들에게 너무너무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의대 수업을 원전에 충실하면서, 개념을 확실하게, 관련되는 임상케이스를 정확히 제시하면서 로컬에 밀착되게 강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망상이 아니라! 임상을!


프린트물 없이, 필기 하나 하지 않고도 정신이 번쩍들게 학생들 가슴에 불을 당기며, 자부심을 심어주며, 3시간 동안 연속강의를, 100시간 짜리 강의를, 다 듣고 나면 누구나 우와! 그렇구나!하는 그런 진짜 강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논란이 된 김여사 글... 졸업 12년차를 맞아 그동안 느꼈던(실제로 내가 해왔던 빈의질과 김여사질에 대한 반성과 통찰을 담아) 그 글을 "이번에도" [공개]했다. 그리고 역시 이번에도 이어진 논란... 


최연승 공보의 선생님께서 나의 블로그에 직접 리플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페이스북 한의사당에 끌고가서 일이 이렇게 번진 것에 대해서 나는 유감이 없다. 처음에는 이게 페이스북에서 문제가 된 줄 몰랐는데 어떤 원장님이 어제 메일을 주셔서 일이 이렇게 번지게 된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셨다. (물론 나는 이번 기회에 그동안 놔뒀던 트위터, 페이스북 계정도 영구삭제했다. 퍼거슨 할배 말이 옳았다. 인생의 낭비였어. 뭐 잘 들어가지도 않았지만.)


결정적으로 나는 1번의 족쇄(사실 3주 동안 너무 힘들었다. 거의 업무가 안될 정도였으니까)에서 해방되었으니 최선생님에게 감사드린다. 사실 한의계만큼 좁은 바닥에서 누구를 직접 까는게 얼마나 큰 만용이 필요한지 모른다.

최연승 선생님의 엄정한 윤리관과 한의사에 대한 자부심과 패기로 볼때 돌팔이 퇴치의 선봉장이 될 동량이 틀림없다. 졸업한지 1년도 안되어 이미 민족의학신문에 칼럼을 연재하실 정도로 학술적 소양도 탁월하신 분 같다. 기대가 크다.


아, 그리고 왜 함부로 '치부'를 [공개]하느냐? 내부적으로 자정해야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내가 할말이 없다. 다만 한의대 들어와서 18년간 짬빱을 먹으면서 느꼈다고나 할까. 물론 이런 내 느낌이 틀렸기를 나도 바란다. 대부분의 한의사들이 탁월한 임상능력으로 진료현장에서 묵묵히 공로를 세우고 있는데 김여사라니! 김여사가 아닌데 왜 김여사라고 욕하느냐!는 지적은 달게 받겠다. 한의학의 앞날이 밝을테니. 

다만 나는 여전히 손가락이 썩은 걸 내가 도려내지 않으면 나중에 팔이 잘리움을 당한다는 신념에는 변함없다. 손가락이 안 썩었다니 참 다행이다. 미래가 밝은 한의계 안심이 된다.


이번에 또 하나 놀란 점은 정신없이 까던 분들이 내가 사과하자 마자, 바로 달려가서 '제 댓글 지울께요' 라며 자신의 댓글들을 지워버렸다는 사실. (마치 24시간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리고 나에게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다시 돌팔이 척결의 길을 계속 걸어가주세요' 라고 요구한다는 사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그들의 그 기세로 돌팔이 관련 원장들을 잡아족쳤더라면......아무튼 그 기세는 놀라웠고, 그렇게 김여사라는 단어에 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한의사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분들이 돌팔이에게는 어찌 그런 수모를 겪으며 참는지 이해가 안되지만 그런 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상, 그 정도로 자부심과 윤리관이 투철한 원장님들이 많다면 앞으로 돌팔이들은 내가 구지 구질구질하게 카툰으로 안 그려도 다 박살나버릴거라고 믿음이 생겼다.


이번에 내가 원래 하려던 일은 돌이켜 생각해보면, 미친개가 부린 만용 그 자체였다. 한의신문 돌팔이 광고 관련으로 현직 협회장을 제소하고, 돌팔이 추종하는 일반 원장들을 계파별로 일목요연하게 사진 경력 학번 학교를 모두 공개하는 것이었으니까. 그 숫자는 몇십명이 될지 모른다. 무슨 해코지를 당할지도 모르고.


그러던 중 우연찮은 계기로 내가 미친듯이 까일 때 불현듯 드는 생각은, 과연 내 블로그 글 하나에 이렇게 광분하며 나를 어떻게 처분할지에 대해 투표의 대상에까지(실제로 게시판에 bk 블로그를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투표게시물까지 올라왔고) 그런 상황에서 내가 계속 GO!했을 때, 만에 하나 법정 소송이 붙었을때 얼마나 나를 지지해줄 것인가? 나는 몰매맞으며 도대체 내 뒤에 누가 있는지 뒤돌아보았다. (나는 민사소송의 피곤함을 화재사건을 통해 너무 잘 안다.^^)


사나이는 나아감과 물러섬에 있어서 면도칼처럼 날카롭게 절도가 있어야 한다. 절선은 동의보감의 정신이기도 하다. 원래 내가 계획한 시리즈의 50%에도 못 미치는 지점에서 나의 발걸음은 멈추었지만, 생각해보면 예상보다 외도가 길었다. 다시 2번으로 돌아가라는 하늘의 뜻으로 알고 다시 본분에 충실하고자 한다. 많은 지지와 격려 감사드린다. 저보다 더 훌륭하신 분이 나타나셔서 더욱 강력한 돌팔이척결에 힘써주시길 기원하며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어떤 원장님이 bk가 지금은 니가 부의 밑에서 빈의 올챙이적 시절 생각 못하고 나대지만, 곧 개원하면 빈의질 하던 올챙이로 돌아갈 거라고 지적해주신 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래!!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나는 어제 쉼터에 사과문을 썼다. 한 줄 한 줄 정성들였다.(원래 그날 출근 안하는 날인데 하도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와서 아는 원장님 한의원에서 들어가보고 바로 그 자리에서 썼다. 이미 주제가 돌팔이가 아니라 bk김여사로 뒤덮여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더이상 해명하고 버둥거려봐야 의미없다고 판단했고) 사과문 내용에 본질을 회피하려는 허언은 한 단어도 없다. 나의 에너지의 방향을 외부가 아닌 내부로, 나자신을 돌아보겠다, 그리고 네거티브와 작별하고 포지티브로 나아가겠다. 그게 전부다.


활활 불타오르는 난파선에서 나는 내린다. (나는 왜 가는 곳마다 불이 활활...ㅜㅜ)


격려의 메일 보내주신 부산의 모교수님 감사합니다. 큰 용기 내어주신 이주호 교수님께도 감사합니다. 꼭 버티시어 오래오래 학생들에게 좋은 강의 해주십시오. (교수님 같은 분이 계셔서 대전대 학생들은 축복받은 거라 생각합니다. 전혀 미동도 없는 학교도 많은데요.)


(그리고 하기태 교수님 제가 서울물 먹더니 맛이 갔다고 하신 거... 그거 사실이 아닙니다. 저 생수 사다 먹어요~ 제가 비록 시골사람이지만 홈플러스 가서 삼다수 사 먹습니다.)



작은 부탁 하나. 그냥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쉼터에 제 블로그 주소나 링크 올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리플도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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