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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도지사에 당선된 홍준표가 진주의료원 폐원이라는 카드를 들고나와 사회에 논란거리를 던졌다.

 

이 이야기를 풀어가려면 근대의 시작이라는 지점부터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근대는 루이 16세가 처형되면서 시작되었다. 절대적인 선이었던 왕이 무너진 것이다. 지구인들은 프랑스인들에 대해 빚이 있다. 그들이 시민의 자유라는 개념을 처음 발견한 것이다.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어떤 계급에 속하고 거기에서 평생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적인 상황이 상상이 안 되지? 불과 200년전까지 그런 시대를 살았다. 농부 아들로 태어나면 평생 농부로 살아야했지. 프랑스 애들이 그걸 깨부셔버린거지.

 

'인간은 모두 평등하며, 자유를 추구할 권리가 있다'

 

왕 루이 16세를 죽이고 권력을 잡은 시민들은 두가지로 나뉘게 되었다. 그들의 세운 권력기구 국민의회나 국민공회에서 왕당파 지롱드파를 보수, 공화파 쟈코뱅파를 진보라고 이분법적으로 본다. 하지만 사람을 그렇게 디지털적으로 구분할 수가 있나. 결국 진보냐 보수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왕정을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진보 보수는 그 뒤의 일이다.)

왕을 무너뜨린 그들은 누구냐? 바로 시민이다.

시민은 착한 계급인가? 아니다. 시민은 그냥 개인의 무한한 자유를 추구하는 굉장히 이기적인 집단이다.

내가 돈 벌어서 내 땅에서 내 집에서 내가 맘대로 살자. 개인의 완벽한 자유! 국가간섭의 배제! 이게 시민이다.(여기서 국가는 곧 왕을 의미했다.)

그런데 권력을 잡은 시민은 곧 두 가지로 나뉘기 시작했다.

 

돈을 벌기 시작한 시민과 돈을 못 버는 시민.

그리고 그 차이는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봉건시대의 농노는 사라졌지만 이제는 스스로 노예계급만도 못한 빈민들이 출현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돈을 못 버는 시민들은 '내 맘대로' 살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그들이 들고 나온 것이 공공복리이다.

진보의 출현.

돈 버는 시민에게 돈을 뺏어 돈 못 버는 시민에게도 나눠주자.

 

결국 루이 16세가 죽고 난 이후 오바마 당선까지 지구를 주도하는 정치사조는 이거 하나 뿐이다.

 

(왕은 이미 죽여버렸고) 개인의 자유를 공공복리, 공공의 선을 위해 제한하느냐 마느냐

개인의 절대적인 자유와 사유행위,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최대한 추구하는 것이 근대 시민계급의 정신, 즉 보수주의라고 한다면 돈 못 버는 시민들이 만들어낸 이데올로기가 진보이다. 삼성 이건희가 제정신이라면 절대 진보주의에 찬성할 수가 없다.

 

즉 내 꺼 내 맘대로, 내 물건 내 맘대로, 내가 월급 주는 직원 내 맘대로 하는게 근대적 보수적인 사고방식이다. 돈 못 버니깐 자르겠다. 내 맘에 안 드니 폐원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근대적인 사고방식이다. 개인의 자유와 사유행위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사고방식.

 

근대는 나쁜 시기가 아니다. 오래된 이론이라고 나쁜 것이 아니다. 효가 나쁜 개념인가? 효는 3천년 이상 오래된 개념이다. 근대는 왕을 죽이고 자유를 갈구하던 시민이라는 계급이 출현하고 민주주의가 태동하고 자본주의가 절정에 달하던 시기이다. 정말 기가 막히게 멋진 시기. 왕의 타파! 공화국의 출현! 자본주의의 번성!

홍준표는 모든 권리가 시민에게 있다는 공화주의 신봉자이며 자유를 절대적으로 추구하는 시민계급의 리더이며, 지극히 자본주의적이며 자유주의적이다. 그는 근대시민이다.(부언하지만 근대는 결코 나쁜 의미가 아니다.)

 

현대에는 시민 개인의 자유보다 공공복리를 더 우선시하자는 즉, 근대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했던 '가난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공공복리를 극대화시키자는 주장의 극점에 사회주의가 있다. 지난 70년간의 실험에서 사회주의는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다는 결론이 났다.) 

그리고 그 가난한 시민들은 1794년 프랑스혁명 이후 약 200년간 절치부심한 끝에 어느 정도 권력을 잡았다.(왜냐? 부자시민이나 가난한 시민이나 모두 1표를 행사하는 공화국이니깐!) 지금 한국에서는 내가 월급을 주더라도 인권이라는 공공선을 위해 사주의 개인적 권한을 제약한다. (노동시간 제한, 최저임금 보장 등등) 아무리 내 땅이라고 공공복리를 위해 도로를 만들 경우 내 땅을 내주어야 한다. 내가 번 돈도 공공복리를 위해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다 뺏아간다.(8천만원 이상 벌면 50%를 나라에서 뺏아간다.) 

 

개인과 개인간의 계약에서 약자를 배려하고 개인과 국가와의 분쟁에서 국가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진보적 사고방식의 특징이다. 시민이라는 계급의 자유추구와 사유행위는 '세금' '법률'등의 장치를 통해 제약당한다.

사실 노동조합이라는 것도 태생적으로 진보적일 수 밖에 없다. 왜냐? 노조원은 본질적으로 가난한 시민일 확률이 많기 때문이다.

노조원이 보수주의를 지향하는 것은 이건희가 진보주의가 되는 것만큼 코메디 같은 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북한의 존재를 끌어들여 진보 보수를 나누는 웃기는 상황이 벌어진다.

북한은 근현대의 진보 보수 개념으로 볼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그냥 왕국이다. 봉건주의. 김일성은 루이14세와 같은 개념이다.

위에서 이야기했지? 쟈코뱅 진보파와 지롱드 보수파는 원래 하나의 시민계급이었다고. 그들은 모두 왕을 죽이고 공화국을 추구했다고.(좌파 우파 역시 쟈코뱅 애들이 우연히 왼쪽에 앉기 시작하면서 굳어졌다. 우리나라 붕당의 남인 서인과 같은 개념이다.)

그러면 한국의 진보, 보수 모두 북한의 왕정을 비판하고 진짜 시민들이 주인되는 '공화국'으로의 진입을 추구해야 한다. 이 세상에 봉건주의를 지지하고 용인하는 진보주의는 없다. 모든 진보주의는 반김일성 반북주의자여야 한다.

서울광장에서 김정일 사진 불태워야하는 것은 어버이연합이 아니라 통합진보당 이정희여야 한다.

 

 

그런데 뉴스를 보던 중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이 하나 밝혀졌다.

 

기아차 노조와 진주의료원 노조원들이 '세습채용'을 요구했다는 사실이다. 자기가 그 회사 다니면 자기 자녀도 그 회사에 다닐 수 있도록 특혜를 주자는 것을 단체교섭에서 관철시켰다는 내용인데, 이런 세습은 근대도 아니고 현대도 아니고 봉건시대의 특징이다. 우리로 치면 조선시대 마인드. ㅋㅋㅋㅋㅋ 이게 뭐야. 이게 노동조합이야? 조선시대 장똘뱅이들이나 할 법한 발상이지.

 

김일성이 김정일에게 김정일이 김정은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것 역시 봉건적인 마인드다. 북한은 근대적인 공화국 국가가 아니라 그냥 봉건왕국일 뿐이다.

남한에서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학교를 물려주고, 극소수의 지분으로 회사를 물려주고, 국회의원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 역시 봉건적인 마인드다. 작은 왕국. (박노자가 말한 작은수령론이 바로 이것이다. 아직도 한국에는 봉건주의의 관행이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이런 애들은 근대 시민이라고 할 수가 없다고! 그냥 왕족 귀족이지. 우리랑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귀족이 뭐냐?

귀족이란 자신이 노동을 하지 않아도 자기 멋대로 맘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귀족이라고 한다.

귀족은 원래 대학을 가지 않는다. 대학이란? 귀족들이 부려먹기 위해 전문직종들을 양성하던 학교일 뿐이다.

돈 많이 버는 의사 변호사라고 귀족인가? 아니다. 변호사, 의사라는 직업특성상 본인 스스로 노동을 중지하면 수입도 제로에 수렴한다. 의사는 결코 귀족이 될 수 없다. 중세시대부터 그랬다.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사회에 세습이 횡행하는 이런 봉건적인 풍조가 힘을 발휘하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한국이 봉건시대에서 바로 현대로 직행했기 때문이다. 왕정(조선시대)에서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자발적인 공화국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바로 식민지로 직행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내부적으로 시민계급이 생기지 못했고, 정상적인 시민사회를 발달시키지 못하고 자유개념과 민주주의를 스스로 세우지 못했다. 그래서 한국은 이승만 박정희 독재에 시달렸다. 이승만 박정희는 절대권력 왕으로 군림했다. (아직도 한국인들은 대통령=임금님이라고 생각하고 절대권력을 부여한다.)

한국에 시민계급이 출현한 것은 4.19혁명과 6.10항쟁 -이게 한국에서 프랑스 혁명에 해당하는 사건이다- 즈음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민이라는 계층이 서구에 비해 미흡하다. 

 

하지만 한국이 식민지 국가에서 단 50년만에 이렇게 멋진 민주주의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동력이 뭘까? 4.19혁명, 6.10도 큰 사건이지만 그 이전에 한국인들의 저변에 깔린 저항의식의 뿌리는 사대부 선비들의 저항정신이다. 붕당을 비판하는 역사학자들도 많지만, 왕정의 견제라는 측면에서 사대부들의 붕당 형성은 서구의 시민계급과 비슷한 면이 있다. 임진왜란에도 이 사대부 조직이 나라를 구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의병부대를 지방 사대부들이 조직한 것이었다. 그 한가운데 남명 조식이 있다.

 

사대부 선비의 전통과 4.19, 6.10항쟁에도 불구하고 외부로부터 시민의식, 자유, 민주주의가 이식된 한국은 여전히 개판이다. 봉건, 근대, 현대, 진보 보수가 짬뽕이 되어 있다.

 

노조가 봉건세습을 주장하고, 진보정당이 봉건왕국인 북한을 옹호하고, 박근혜 당선을 임금님 선출 쯤으로 여기는 민주당 지지자들(시민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지금 왕국에 살고 있냐?ㅋㅋ)은 극심한 절망에 빠지고,  보수를 자칭하는 도지사가 의료극빈층에게 무상의료를 들고 나오는, 즉 공공복리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겠다고 나오는 이 코메디 같은 현실...

 

개판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면 우린 어떻게 정치를 바라봐야 하나?

딱 하나다.


1. 페어플레이

공정해야 한다. 부당하지 말고 무제한의 자유. 공정한 룰. 자유로운 시민들의 무한경쟁


2. 패자에 대한 배려

즉, 경쟁 뒤에는 반드시 패자가 나온다. 그 패자가 봉건시대의 노비계급처럼 살지 않도록 하는 선에서 배려해주는 것.

즉 적당한 배려.

서남대 갈 애를 아버지가 부자라고 연세대 붙여주는게 배려가 아니다. 그건 불공정한 사회고 언젠가는 무너진다.

페어플레이는 패자에 대한 배려보다 100배 더 중요한 룰이다.


패자에 대한 배려를 어떻게 할꺼냐를 놓고 보수냐 진보냐 갈라진다.

페어플레이를 안 하는 놈들은 애당초 정치인이 아니라 그냥 '불한당' 무리라고 보면 된다.

부당한 룰, 부당한 세습을 주장하는 놈들은 17세기 이전에 사는 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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