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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속 멍청한 한의사의 모습을 보고 화가 나거나 황당해서 여기까지 왔다면 먼저 아래 링크의 글을 읽기 바란다.

 

http://bktoon.com/2298 제목 : 쓰레기통을 뒤지는 의사들

 

먼저 티브이의 특성에 대해 알아야한다.

티브이는 바보상자가 아니라 판타지 상자다.

 

현대인, 특히 한국처럼 여가생활할 여유가 척박한 나라에서 티브이는 굉장히 강력한 여가활동이다.

티브이는 시청자의 잠재의식 속 판타지를 실제로 내보여줌으로써 통쾌한 쾌감을 선사한다. 쾌락은 달콤하다.

한의사 중에 가장 멍청한 사람들만 골라서 선발한 것처럼 티브이 예능프로그램에는 멍청한 한의사들이 자주 나온다. 100% 멍충이는 아니고.

 

양의사도 마찬가지다. 왜냐면 티브이는 똑똑한 의사를 반기지 않는다. 의학정보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티브이에 의사가 나가서 저널이나 논문 이야기 해봐라. 얼마나 재수없냐. 거기다가 아버지는 유명 대기업 회장이고 어머니는 나이 환갑인데 40대처럼 보이면 시청자는 화가 난다.

 

의사가 티비 출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또라이가 되면 된다. 특이할수록 더 좋다.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다. 재벌집에는 우환이 끊이지 않아야 한다. 배다른 자식에 이혼, 큰 병, 교통사고에 분란이 끊이지 않는 부자집안... 그에 반해 가난한 집 자식들은 우애도 좋고 엄마는 자상하다. 거기다 돈은 없는데 미남미녀들이다. 그래야 사람들이 본다.

 

만약 반대라면 어떨까?

존나 재수없거나 기분 나쁘다. 하루종일 고객에게 치이고 돌아와서 티비를 켰는데 거기 내 모습이 나온다고 생각해봐. 얼마나 끔찍하나. 매년 고용걱정을 해야하는데 외모도 별로고 부모도 별로고 집안 분위기도 별로, 통장은 생활비 빼고 나면 저축도 못 하고 끝내 인생을 즐기지도 못하고 고생만 하다가 큰 병을 얻어서 죽는 우울함 100%의 드라마가 있다면 그걸 사람들이 볼까?

반대로 주인공인 재벌집 아이들은 해외유학에 배우자도 미남미녀에 성격까지 좋고, 모두 건강하고 맨날 해외여행 다니고, 일도 거의 안 하고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살아. 가족간의 우애도 좋고 할머니까지 자상하고, 일하는 아줌마까지 너무 잘해줘. 이혼한 사람 아무도 없고, 자식들은 다 잘되고 부모 공경해. 사업도 날로 번창해. 아무 문제 없고 너무 좋아. 다 좋아!  하지만 그런 드라마는 결코 만들어질 수가 없다. 그것은 부자들의 현실일 수는 있겠지만,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부자들의 판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짜 사나이 역시 마찬가지다. 거기 나오는건 군대에 갖고 있는 시청자들의 판타지다. 현실은? 화장실에서 두들겨 맞고 침을 핥아야 하고 겨울엔 존나 춥다. 온갖 부조리한 모습이 가득 나온다고 해봐. 그건 사람들이 보고싶어하는 판타스틱한 군대의 모습이 아니다. 그래서 진짜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은 그 프로를 보면 불편하다. 시발 저게 군대야? 저건 군대가 아니야. 군대는 저거보다 100배는 욕 나오는 곳이야. 군대는 즐거운 곳이 아니라고!! 하지만 군대를 겪지 않은 시청자들이 갖고 있는 판타지는 그런 처절한 게 아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역시 마찬가지다. 이 프로에서 일하는 가사도우미 아줌마는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아, 연예인도 나랑 같네..졸라 힘들게 육아하는구나하는 판타지를 주지만 현실은 다르다. 걔들은 밥하고 청소해주는 이모, 애봐주는 이모가 늘 돕는다. 연예인이 너무 편하게 이모들의 도움을 받는 장면을 시청자들은 보고싶어하지 않아!

 

티비에 나오는 의사는 멍청할수록 인기가 높다. 의사가 잘 생기고 똑똑한데 아버지는 대기업 이사고 엄마는 탤런트 뺨치고 티비에 나와서 저널이니 논문이니 잘난척 오만상 하면 시청자들이 안 본다. 재수없으니까.

 

아버지는 고물상하는데 아들은 의대에 갔고, 겨우겨우 월급 모아서 25평 아파트에서 그럭저럭 살아가는 의사, 근데 하는 일은 다 허당이고 병원도 대박난게 아니고, 말도 어눌하고 빈틈이 많으면 시청자들이 더 호감을 가진다. 결국 이것도 판타지다.

 

삼시세끼를 보라. 농촌생활을 해본 나는 그곳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겨울엔 오만상 춥고, 할일은 졸라 많다. 작물은 키워도 돈은 안되고 피부는 급속하게 노화한다. 푸세식 화장실은 졸라 더럽다. 그런데 나영석 본인도 언급했지만 그는 현실 대신에 판타지를 보여준다. 연예인이 주말 2일 동안 와서 하는 일이라고는 '누군가 키워놓은' 작물을 뽑아서 불 피우고 밥 해먹고 놀다 가는게 전부다. 우리나라에 저런 농촌은 없다. 아침 6시부터 해질때까지 일을 해야 생존이 가능하다. 농촌엔 일요일이 없다. 하지만 그런 농촌의 모습을 보여주면 시청자들이 좋아할까? 네버.

삼시세끼는 우리가 농촌에 갖고 있는 판타지를 보여준다.

 

나 혼자 산다 역시 마찬가지다. 옥탑방에 사는 찌질한 연예인의 모습을 사람들은 보고 싶어한다. 외제차 타고 맨날 예쁜 여자들 갈아치워가며 흥겨운 성생활 하고 돈도 쉽게 벌고 맘껏 누리고 사는 모습을 보고싶어하지 않는다. 김장 같은거 하면서 서민들이 먹고 사는 것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면 시청자들은 열광한다. 연예인도 별 것 없네! 내 현실도 썩 나쁘지 않아! 판타지의 충족에 시청자들은 만족한다.

예능 프로가 성공하려면 연예인 불러다가 개고생시키는 모습 보여주면 된다. 꽃할배들도 고생해서 재미있는거지. 할배들 평소 여행하던대로 오성급 호텔서 자고 했으면 시청자들이 외면한다.

 

어제 슈스케도 마찬가지다. 난 곽진언이 부친이 택시드라이버라서 훨씬 더 유리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판타지 요소를 그는 많이 갖고 있다.

 

본래 판타지라는 게 현실과 괴리되면 될수록 인기가 높다.

언젠가부터 '리얼 예능'이라는 장르가 생겼다. 아이러니하게도 리얼을 표방하는 예능 프로그램일수록 전부 다 판타지 소설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판타지가 나쁘다는 건 아니고^^ 사람들이 병원에도 판타지를 갖고 내원해. 의사는 모르는 게 없어야 하고 진솔하면서 병의 원인 치료 예후를 다 꿰고 있어야 하고, 실수해서도 안되고, 양심 바르고....아무튼 환자들이 갖고 오는 판타지를 충족시켜줄수록 부의지 뭐. 누구나 다 내면에 판타지를 갖고 그런 걸 찾아서 충족해가면서 살아가는 게 인생이야.<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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