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지난 12월 3일, 김씨가 벼르고 별렀던 향로봉 등정을 위해 나섰다. 이번에 계획한 코스는 버스를 타고 하옥까지 들어가 향로봉으로 오른 후 시명리로 내려서서 보경사로 가는 루트를 택했다.



포항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상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근데 손님이 아무도 없다.
시외버스 아저씨에게 향로봉에 간다고 하니까 자신이 마두교에 세워주겠다고 한다. 거기를 등산객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이날 첫번째 실수는 김씨가 지도를 안 가져갔다는 사실!!! 집으로 돌아와서 지도를 살펴보니 버스기사가 가르쳐 준 마두교 출발코스는 향로봉이 아니라 삼지봉으로 오르는 매우 길고 외진 곳이다. 결국 이날 김씨가 산속에서 길을 잃고 고생한 이유는 버스기사의 과실이 크다.
후에 알아본 바로 김씨가 가려는 향로봉 코스는 상옥 월사동이나 향로교에서 출발했어야했음.ㅡ.ㅡ;;;;;;;
하지만 무엇보다 지도를 안 가져간 김씨의 불찰은 산악인으로서 자질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대실수.!!



오거리에서 할매들이 조금 탔으나 여전히 버스는 텅텅...

그런데 상옥을 지나칠 즈음 버스가 툴툴거리더니 고장나버렸다. 허걱!!!




버스 기사 아저씨가 내려서 엔진룸을 열어보더니, 안된다고 다 내리란다.





결국 동네 주민의 트럭을 얻어타고 하옥까지 이동하기로 결정...




트럭 뒷자리에 앉은 김씨...
겨울바람...아ㅡ_ㅡ주 춥다....거기다 조금 가다 비포장길이 나타남.ㅡ.ㅡ;;;;;;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드디어 마두교에 도착....이날 불행의 시작이 된 지점이다.




덕골이라는 계곡인데 아주 깨끗하다. 그리고 인적도 전혀 없다.ㅡ.ㅡ;;;;;;;인적이 없다는 걸 의심했어야하는건데.....원래 하옥-내연산코스는 주말이면 사람들이 좀 찾는 곳이다.




아무도 없는...깊은 계곡길을 죽도록 올랐다.




낙엽때문에 길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계곡이나 능선길이 아니고 5부 정도 되는 능선옆을 가로지르는 길이 계속 이어져서 길 찾기는 거의 불가능했으나 계속 올랐다.




김씨가 가까스로 발견한 표식. 하지만 이것을 마지막으로 리본은 더이상 발견되지 않았다. 이 시각이 벌써 3시가 가까워온 시각.
요즘 산속에서는 4시반이면 어둑어둑해진다. 이미 3시간이나 올라와버린 상태. 거기다 인적도 없고. 결정적으로 돌아섰을때, 낙엽때문에 내가 어디 길로 올라왔는지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다는 절망적인 사실.

이대로 계속 걸으면 조난당하겠구나하는 불길한 생각이 스치는 찰나 배낭 속에 넣어둔 휴대폰에서 나는 소리.

"배터리를 교체해주세요"


허걱!!! 그러고보니 충전도 안 해놓고 왔네...(후에 이부분에 대해 병성산악연맹에서는 김씨에게 강한 질책을 했다는 후문.)

산에서 혼자 비박을 자주하는 형들 이야기 들어보면 산에서 자는 것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공포스럽다고 한다. 운치있을 것 같지만, 바람소리, 나뭇잎 서걱대는 소리..짐승소리에 거의 잠을 못 잔다고...

거기다 지금 김씨는 길이 어딘지도 모르지 않는가!

이제 디카로 찍는 건 고사하고 일단 산에서 최대한 빨리 내려가야했다. 배낭에서 스틱 두개를 꺼내서 낙엽을 헤치며...ㅡ.ㅡ;;;;;;;;거의 달렸다...

평소에 너무 시원하고 좋던 바람소리, 낙엽 바스락소리, 나뭇가지 소리가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자 너무 공포스럽게 들렸다.ㅡ.ㅡ;;;;;


2시간 정도 내려오자, 드디어 저 멀리 마두교가 보이는데 눈물이 글썽글썽...



못 내려오는 줄 알았어요...흑흑흑...
이때가 오후 5시경. 해가 산을 넘어갔음.ㅡ.ㅡ;;;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근데 문제는 이곳이 오지라서 버스는 고사하고 인적도 없다는 사실....결국 상옥마을까지 걸어서 내려가기로 결정..


한참 걷는데 저 멀리서 봉고 한대가 내려왔다.
"아저씨, 좀 태워주세요."

어떤 아저씨와 딸로 보이는 여고생이 타고 있었는데...어찌나 반갑던지...


근데 이 아저씨 딸래미랑 드라이브나오셨나보다. 죽장을 거쳐 기계까지 태워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밟기 시작하시는데....속도계가 120을 가리킨다....허걱!
거기다 담배를 피우시는데....문제는 창문을 안 여는거다. 조수석에 딸도 있는데..ㅡ.ㅡ;;;;;;;;;;;
김씨 담배연기 마ㅡ_ㅡ니 싫어한다. 허나 얻어타는 몸 아닌가...ㅡ.ㅡ;;;;;입닥치고 조용히 있었다.

기계 버스정류장까지 태워준 아저씨가 내려주면서 한마디 물었다.

"학생, 산에서 헤매느라 배고플텐데 짜장면 한그릇 먹을래? 우리 짜장면 먹으러 가는데..."

ㅡ.ㅡ;;;;;;아유, 저도 먹고싶은데..가봐야돼서..헤헤


그리고 조수석에 타던 여고생이 한마디 했다.

"아저씨, 버스비는 있어요?"

아,...네.........있어요.ㅡ.ㅡ;;;;;;;(약간 슬픈지만 가슴 훈훈한 아름다운 장면 아닌가.)




기계면 최고 번화가의 저녁....여기서 버스 기다리는데 30분...겨우 탔는데 아니 이놈의 버스가 안강까지 올라가서 다시 포항으로 내려가는...그나마 감사했다는.....ㅡ.ㅡ;;;;;;;;;


이날의 교훈: 지도를 꼭 챙겨가자. 길을 잃었는때는 곧바로 돌아서자. 휴대폰을 꼭 충전해서 가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버스기사 말을 너무 믿지 말자.


<스포츠부/포항시 하옥리>
반응형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