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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학년이 되어 반을 배치받아 가서 제일 처음 하는 일은 키대로 줄을 서는 것.

나는 언제나 맨 끝에 서야했다.

그리고 순서대로 앉게 되면 나는 짝이 없을 확률이 반반이었다. 거의 교실 뒷문 바로 앞에 앉을 확률이 높았다. 칠판도 잘 안 보이고 겨울에는 xx 춥다.


새학기가 되면 늘 담임선생님이 먼저 부른다.

1학년때 자율하는데 아톰이 끝번부터 나오라고 해서 나갔다.

"그래, 병성이 몇시에 자나?"

"네. 11시에 자는데요"

"뭐야 이놈아"라는 말이 들리는 것과 동시에 나의 눈에서 불이 번쩍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그 아톰주먹을 맞은 것이다. (나는 누가 망치로 내 머리를 내려친 줄 알았다.)

순간 우리 반은 정적이 흐르고, 나는 내 자리로 돌아왔다.

내 뒤로 나가는 애들은 모두 2시에 잔다고 대답했다. ㅡ.ㅡ;;;;;;


무엇보다 가장 스트레스 받는건 임시실장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 이것도 한두번이지 매학년마다 임시실장이 되어야 한다는 운명에 나는 절망했다.

특히 교련시간에는 정말 죽을 맛.
멀리서 교련선생이 오는 걸 감시하며 문만 바라보고 있다가 선생이 문에 손을 대면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차렷 경례붙이고 인원보고를 해야했다.
운동장에서 제식훈련까지 하면 아 정말 악몽같았다.

그리고 장기자랑 사회는 늘 임시실장 몫이었다. ㅡ.ㅡ;;;; 사회보는 것보다 포복하는 게 더 쉬웠다.


짝없는 임시실장으로 맹렬정진하던 1학년 어느날, 반장선거일이 다가왔다. 나에게는 해방일.

애들로부터 후보가 추천을 받아서 출마를 하고 투표를 해야하는데, 갓 고등학교 들어온 애들이 뭐 안면있는 놈이 있어야 추천을 하지. 서로 처음 보는데 누가 누굴 추천한단말인가.
그러자 친절한 아톰이 덜컥 나를 후보로 낸 거다. 단지 임시반장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거 담임한테 반항할 수도 없고. ㅡ.ㅡ;;;;;;

다행스럽게도 다른 후보 한명이 더 나와서 2파전이 벌어졌는데, 정말 슬프게도 임시실장으로 인지도를 쌓은 내가 덜컥 실장으로 선출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아톰이 나와서 당선 소감을 발표하라는데 어찌나 발걸음이 안 떨어지던지, 그냥 나가서 대충 열심히 하겠다고 중얼거리고 옆에 서 있었다.

이윽고 나에게 진 후보녀석이 부실장으로 당선 소감을 발표하는데, 대충 내용이 이랬다.

"나는 초등학교1학년부터 반장을 놓친적이 없다. 나는 꼭 반장을 해야한다. 부반장은 죽어도 못한다."

옆에서 그 소리를 듣고 있던 나는 한편으로는 황당하기도 하고(뭐 이런 어린이가 다 있나) 한편으로는 너무 기뻤다.

그래서 용기를 내 아톰에게 말했다.

"샘요, 제가 부실장 하께요"

물론 아톰은 투표를 했으니 이건 민주주의를 거스르는 일이라 안된다고 했다. 그러자 그 녀석이 죽어도 실장을 시켜달라고 매우 강한 어필을 해서 결국 아톰이 그 녀석을 실장 시켜주었다.

나는 그 녀석보다 더 기쁜 마음으로 부실장이 되었다.

당시 포항시 국회의원이 이진수인가 그랬는데 그 할배가 꼭 1년에 한번 우리학교에 아이스크림을 돌렸다. 근데 돌리다보면 반에 꼭 한두개가 남는다.

그걸 누가 먹느냐.

실장, 부실장이 먹는다.


(나는 그때 벌써 권력이란 달콤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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