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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된다 안돼

내가 한의대에 입학하기 전까지 서울 연대 카톨릭 아주 울산의대(당시에는 종합병원 종영직후라 아주대가 꽤 떴었음ㅡ.ㅡ), 서울대 전전제나 포스텍 전자같은데 간 애들한테 무쟈게 컴플렉스 가졌다. ㅡ.ㅡ;;;; 근데 한의대에 입학하고 나서 요게요게 엄청나게 증폭된다. 첫 느낌은 뭐 이런데가 다 있어? 나는 교수들이 외계인인줄 알았다.
이야, 이게 안되는 거구나하는 느낌 팍팍...물론 교수들 입에서 안된다는 말이 나온 적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틱해' '다된다' '최고다'라는 말만 나왔다. 말빨최고~! 하지만 내 귀에는 '안된다'라는 말로 들렸다. 패배감 만땅충전이다. 나만 그런지 몰라도. 솔직히 졸업할때까지 뭐가 되고 뭐가 안되는지도 몰랐다.
나는 교수 중에 자기 밥상 엎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모두 조용히 고개숙이고 먹더라. 조교들은 숟가락시중까지 들어주고. 지는 씹기만 한다. 가끔 레지던트들이 씹어서 떠먹여주기도 하지. 사실 한의대만 그런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한의대 교수 정말 좋은 직업임에는 분명하다~



#.ㄱ ㅅ ㄹ ㄱ 교수님들

파인만이 이런말을 한적이 있다.
'학문의 대가들은 어린이조차 알아들을 만큼 쉽게 가르친다.'
나는 한의대 강의실에 앉아서 '저 사람이 지금 자기 입으로 말하고 있는 내용을 이해를 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았다.
자기가 잘 모르거나 어렴풋이 아는 내용을 가르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과외해보면 안다..ㅋㅋㅋ 배우는 애들도 쉽게 알아차린다. 가르치는 이는 모를거라 생각하지만.



#.나의 문제점
나는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니 뭘 공부해야하는지조차 몰랐더라는...지금도 모른다. 헤헤헤


#.실력이란
신념과 비례한다. 하지만 신념만 있으면 개ㄸㄹㅇ된다. 사회의 악. 이런 넘들은 약도 없다.


#.인테리어
건물뿐 아니라 원장 자체도 인테리어의 일부이다. 거울을 보자. 이런 인간한테 침맞고 싶냐? ㅡ.,ㅡ;;;;;;
사람마다 포스가 있다. 나는 요게 없다. 흑흑흑


#친절한 카리스마.
이거 무쟈게 어려운거다. 사실 고급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의사는 환자와 상대할때 자연스럽게 우월적 지위를 갖게 된다. 그런데 최근에 '친절' '서비스'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스스로 우월적 지위를 포기하고 무지한 환자가 원하는대로 (결과가 어찌되든말든) 끌려가는 경향이 많다. 피빼라면 피빼. 부항받고싶음 해줘. 약먹고 싶다면 약줘...이거야원. 환자 똥닦는 일...
그렇다고 고압적으로 대하라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고 진실된 티칭과 진료가 이루어져야하는데 요거 목구멍의 포도청씨와 타협해야하므로 무쟈게 어렵다.
안되면 안된다. 되면 된다. 해야하면 강하게 푸쉬. 안해도 되면 아예 말도 안 꺼내야하는데....이건 "드시면 더 좋아요~" 그럼 안 먹어도 되는걸 왜 말 꺼내냐고.
암튼 어려워 어려워.


#.두가지 한의원
그제 이줘샘이 말해준거. 이 세상에는 1.간판을 보고 들어오는 한의원과 2.소개를 받고 들어오는 한의원이 있다고 한다. 선택은 자유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내과, ent처럼 동네슈퍼형의 컨셉이 있는반면, 피부과 ps처럼 소개로 '진료받을 준비를 갖고' 찾아노는 과가 있다. 한의원은 이 두가지 유형이 병존하고 있는데, 확실히 후자가 진료의 질과 내용면에서 바람직하다.


#.자리
"슈퍼마켓한의원"은 자리가 매우 중요하다.


#.물리치료
나는 한때 지금도 그렇지만 어떤 물리치료기가 가격대비 성능이 좋고 환자가 좋아하고 as가 잘되는지 알아본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 로컬 추세는 침이 마치 물리치료의 일부인것처럼 다운그레이드 되고 있다. 낮은 침치료율의 뽀록남을 물리치료로 덮으려한다고나 할까.


#.한의사 간의 내부경쟁력

치과 야매보다 한의사 야매하는게 훨씬 쉽다. 지금까지 한의사들은 바이탈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질환을 커버해주는 양방이라는 '온실' 속에서 생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질환에안주하여 매우 풍요로운 시대를 보냈다.(한의사가 모두 사라진다고 사망률 안 올라간다.)  당연히 주위 직능의 침탈이 뒤따른다. 그리고 생각보다 외부경쟁력이 약하여 쉽게 이권을 내준다. 한약, 침, 뜸...
이는 곧 한의사들 내부의 경쟁력이 매우 약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걸 이번에 확인했다. 그래서 가슴이 너무 두근거린다. 링에 뛰어오르고 싶은...


#.매우 노동집약적인

치과는 5천만원짜리 싸구려 파노라마보다 이에스텍에서 나온 2억짜리 파노라마를 사면 훨씬 진료의 질이 높아진다. 근데 한의사는 매우 노동집약적인 직능이라 자본으로 후려치기가 어렵다. 한대에 10원짜리 제우스침 대신에 만원짜리 금침 쓴다고 더 잘 낫질 않는다.
단점: 죽을때까지  몸땡이 팔아서 벌어먹고 산다. 원장이 휴가가면 한의원 올스톱
장점: 가난한 이들은 한의대 가야한다.


#.돌다리
돌다리 남영시장인가? 아무튼 구영형님 한의원이 내가 지금까지 본 한의원 중에 가장 좁고 (쇼킹할 정도로)초라하고 어두웠지만, 다른 어떤 한의원에서도 원장 책상에 그렇게 많은 책이 쌓여있는 곳을 보지 못했다. 초기에 일주일동안 한명 봤다고 한다.


#.의심과 분심
던킨에서 싸구려 커피를 마시며 나의 송곳같은 투덜거림에(사실 내가 좀 반사회적인격장애가 있긴하다) 행님이 해준말은 '한의사는 분심이 의심보다 앞서야한다'는 것. 참으로 어려운 일. 육교앞에서 헤어지면서 병원에 절대 들어가지 말고 군대가기 전에 동의보감 열번 읽고 가라고...(운기빼고) 물론 안 지켰다. ㅡ.,ㅡ;;힘들어힘들어



#.친절
친절이 가장 우선순위가 될 수 있을까? 친절하기'만' 하면 될까? 의사에게 모름지기 실력 없는 친절은 범죄다. 친절이란 정확히 실력에 비례할 정도로만 구사해야 명랑사회구현이 가능. 그래야 환자들이 실력자들에게 몰릴 것 아닌가베. 근데 실제로는 이게 반대다.



#치료와 티칭
티칭이 우선인가 치료가 우선인가.
침과 약은 같나? 다르나? 내가 처음 일한 한의원에서는 약환자는 따로 원장실에서 상담을 받았다. 특수치료 "허리 3개"도 더 받고...^^
예치과에서는 매출을 얼마나 올려주었냐에 따라 배웅나가는 거리가 다르다는데...2천만원 이상은 주차장까지...5백은 현관까지만...
경영도 좋지만...이건 좀..어째...


#.내 몸안에 또다른 한의사

피빼줘요. 부항해줘요.
일일이 말하기 입 아파서 나는 내 몸안에 잠자고 있던 또다른 한의사를 불러낸다. 성은 꼭이요 이름은 둑각시...
"아줌마 얼마나 빼드려여?"


#.솔직함
요거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이 세상에 진심을 이길 수 있는게 있나. 나는 환자에게나 스스로에게나 솔직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당할 수 없었고, 거절하지 못했고 돌려서 말했고 자존심 상했고, 피곤하고 재미없고 우울했다. 그리고 간지러운 멘트의 기술은 나날이 늘어갔다.
"좀 더 지켜봅시다" (왜 안 낫는지 잘 모르겠네요)
"그 약이 원래 그래요" (원래 그 효과를 노리고 쓴게 아닌데...)
"침은 원래 아파야 더 빨리 나아요" (제가 취혈에 서툴러서요..)
"한약은 효과가 좀 천천히 나타나기도 해요" (효과가 없네요. 죄송)
"녹용도 꼭 같이 써야됩니다." (당신같은 환자는 침놔주기 싫거든)
"침맞고 더 아픈거는 나으려고 그런겁니다." (왜 더 아픈지 잘 모르겠는데요)

환자도 마찬가지다.

"침이 용하다고 하셔서" (너한테 약짓기는 싫고 침이나 놔)
"동안이시네요" (너같이 어린놈한테 믿음이 안간다)
"약은 집에 가서 상의해보고" (니가 사기치는 것 같아서 안 먹을래)




#.피에스
짯증나는 환자들. 아무리 해도 말이 안통하면 서울대병원에 종검받으라고 보냈다. 그냥 내쳤어야하는데...돈 아깝게 입 아프게 왜 그랬을까.


#.멋있게 진료하기
침처방 나오는데 1분...침놓는데 1분.
약처방도 그자리에서 일필휘지로 갈기면 100점
환자 나가고 책찾아서 사다리타기로 내면 80점
그 담날 내면 70..
일주일 동안 낑낑대면 10점. 이게 과연 멋있게 진료하는것일까?


#.낑낑대기
한의사가 낑낑대기란. 특히나 환자 앞에서 그러는 게 얼마나 힘든가.
실제상황. 성남에서 내가 침배드 옆에 보사표를 갖다놓고 침놓는데, 할매가 벌떡 일어나더니
"아니, 총각!!!!(나는 원장님보다 총각으로 더 많이 불렸다. ㅡ.ㅡ;;;) 학생이야? 지금 나 눕혀놓고 실습하는겨? 나 기분나빠 침 못맞아."
아니 이런 ㅅ ㅂ ㄴ 이...나는 기껏 더 잘해줄라고 그러는건데...아무튼 그날 엄청 마음에 상처받고 그 뒤로 보사표를 치웠다. ㅡ.ㅡ,;;;;
환자 앞에서 대놓고 책찾아보는 게 아직도 낯뜨시다.


#.환자 내치기
나랑 안 맞는 환자를 단호하게 내치지 못한다면 죽을때까지 슈퍼마켓한의원하며 껌팔아야한다.



#도대체 IR은 왜!
왜 모든 한의원에서 핫팩을 해주게 된걸까?
인터넷서점에서 쓸데도 없는 싸구려 '책갈피'를 사은품으로 끼워주는 것처럼. 전국의 모든 한의원의 찜질방화....한의원이 휴게숙박업으로 허가날 날이 머지 않았다.



#.우리의 적?
한의와 양의는 불구대천인가?
내가 보기에 장동파리같은 건너마을 찌질이들 작살내기 전에 내부의 ㄱ ㅅ ㄹ ㄱ 같은 한의사들부터 솎아주는 게 더 중요하다. 되도않한 걸로 혹세무민하는 것들 밟아주지 않으면 내가 욕먹는다. 요새 파이 이야기 많이 하는데 없는 파이 만드는 것보다 있는 파이에 침뱉고 더럽히는 한의사들 청소하는 게 더 급하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그동안 너무 '친절한 동료한의사씨'였다. 한의사 이름에 똥칠하는 것들은 무참하게 밟아줘야한다. 특히 테레비에 나와서 ㅎㅅㄹ하는 것들.
(한국사회에서 '동료 밟아주기'란 참 어색하고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한의사집단에야말로 꼭 필요한 일이다. 신나게 밟아주자. 썩은 손톱을 깎지않으면 나중에 팔을 잘라내야한다. 그것도 남의 손에...)


결론: 한의사 참 재미있는, 다이나믹한 직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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