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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서민을 위해 살아간다는 사람들이 꽤 된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서민이 아니다'

그들은 서민을 위한다고 말하고 서민들은 그들을 믿고 4년마다 또는 5년마다 지지한다.

우리나라에서 서민들은 주로 지하로 다니거나 걸어다닌다. 상류층은 대개 고속열차나 비행기, 그리고 자동차를 탄다. 나는 무궁화열차나 고속버스를 애용한다는 상류층을 본적이 없다.

단적으로 계급이 높을 수록 '높은 공간'에서 이동하며 계급이 낮을 수록 지하로 다닌다.

어떤 국가든, 사회든 직장이든 심지어 한의원까지도 '선순환'과 '악순환'이 있는데 우리나라 전반적인 정책은 서민들에게 '악순환' 그 자체다.

서민들을 위한다는 사람들의 가장 교활한 정책은 도로를 넓히는 것이다. (서민들은 이걸 착각하면 안된다!!!)
도로가 넓어지므로 상대적으로 철도나 트램에 대한 투자가 없다. 우리나라 단거리구간 철도에 대한 투자는 거의 전무하다. 도로가 넓어지고 고속도로가 개통하는 것은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상류층을 위한 정책이다. 서민들은 KTX를 이용하지 않으며, 인천공항도 이용할 일이 거의 없다. 그들에게 필요한 교통수단은 주로 단거리, 그리고 철도이다.

'반서민적인' 정책자들의 지지 아래 갈수록 도로가 넓어지므로 자동차가 많아진다. 거의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자동차를 장만한다. 한국에서 자동차는 곧 신분의 상징이다. 연봉 2천짜리 직장인이 아반떼를 사고 엄청난 유지비를 부담하여 차를 굴리는 짓은 정말 국가적인 경쟁력 약화의 다름아니다.

자동차가 많아지므로 버스는 점점 불편해진다. 버스가 불편하므로 자동차를 사게 되고 자동차가 많아지므로 도로는 더욱 넓어지고...(나도 자동차를 사고 나서 버스요금이 얼마인지 잊어버릴 정도로...버스를 타지 않아! 유모차 끌고 버스 타면 미친놈 소리 듣는다.)

곰곰히 돌이켜보니 포항시내의 인도는 지난 15년간 30%정도 좁아졌다. 인도가 점점 좁아진다는 사실은 서민들의 이동수단인 도보가 더욱 힘들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재작년에 대구 포항고속도로가 개통했는데, 놀랍게도 대구 포항간 철도는 50년간 단선이다. 일제시대에 건설한 철도다. 이 구간은 노후가 심하여 새마을호도 80km이상 속력을 내지 못한다. 한국은 정말 도로만 기형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매우 '반서민적인' 교통정책을 펴고 있다.


내가 포항시장이 된다면 모든 도로의 폭을 절반으로 줄여버릴테다. 4차선 도로라면 2차선으로 줄여버린다. 물론 자동차를 타는 시민들은 불만이 폭발할 것이다. 자동차를 점점 타기 어렵게 만들어야 '선순환'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차선을 모두 줄이고 자전거와 도보이동자들에게 그 공간을 내어준다. 트램을 깔거나 루체른에서 본 트램형 버스를 깐다. 물론 돈 든다. 자동차 타는 사람들에게 무거운 세금 걷는다.
도로는 점점 좁게 만들고 자동차는 갈수록 불편해지고 버스와 트램이 편해진다면 차를 파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고, 자동차가 줄어드는 비율만큼 차도를 인도나 대중교통의 공간으로 변환시킨다. 차도는 점점 좁아지고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트램은 점점 편해진다.

경주역에서 보문단지와 불국사까지 가는 트램이 없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경주의 넓은 도로!! 너무 이상하게 보인다. 우리나라가 미국인가? 이렇게 좁은 나라에 이렇게 넓은 도로라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주차하려고 미친듯이 발악하는 것을 보라.

이건 정말 악몽이다.

근데 나는 서민 아니다. 나는 대구포항 복선 트램 깔리는 것보다 KTX개통하고 인천공항 같은거 만드는거 어찌보면 더 좋다. 나는 앞으로 자동차를 타고 다닐 것이고, 도로확장을 주도하는 '상류층' 정치인을 지지할 것이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서민 아니다.
정치란 니가 파란색이냐, 노란색이냐? 이런걸로 하는거 아니다.
내가 보기에 현대 정치란 '세금'을 언제 누구한테 얼마나 걷어서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쓸 것인가를 결정하는 사회적 합의의 과정이다. 근데 우리나라는 여기에 주목하는 '서민'도 없고 '귀족'도 없고 오직 색깔이 다른 깃발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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