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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외환은 갔다.
대출은 아니고 유럽에서 쓰고 남은 돈 환전하러 갔다.
참고로 오늘 날씨 무쟈게 더운 날이었다. ㅡ.ㅡ;;;

번호표 뽑고 돈 환전해달라고 했다.
돈을 살피던 여직원이 한장을 꺼내더니 이 돈은 환전이 안된단다.

"왜요?"

"아, 고객님 테이프 발라져있는 돈은 고객님들에게 못 팔거든요. 그래서 안돼요."

"아, 좀 해주세요."

"예, 저희도 이거 팔아야돼서 안돼요."

그냥 안된다길래 다시 받아들고 나왔다.


(예전의 '나'였다면 여기서 그냥 끝났을 거다. 아~ 환전이 안되는구나. 담부터 조금이라도 찢어진 외화는 갖고 오지 말아야지..반성하고)


근데 ....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오는데, 계속 생각났다. 누가?

런던에서 만난 피어싱소년.

그애가 가르쳐주지 않았던가.

불합리한 일이 있을때는 "매니저 플리즈"라고 하라고.


확실히 여행 갔다오고 나서 내 얼굴은 더 두꺼워진건 사실이다. 유럽에서 나는 본인의 인류 보편적인 '카먼 센스'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사태에 대해 '지능적으로 어필'하는 능력을 획득한 것이다.


무엇보다 '시간이 많다!!!' 음하하하하


다시 자전거를 돌려 외환은행으로 갔다.

나를 흘낏 보는 아까 그 여직원.

일단 번호표 한장 뽑았다.



차례를 기다리는데 옆에 컴퓨터가 있네.

그래서 외환은행 홈페이지 접속했다.



잠시후 띵동~!

내가 갖고 있던 번호표가 떴다. 하지만 가지 않았다.

여직원이 방송까지 했다.(원래 은행에서 번호표 뜨고 사람 없으면 바로 다음 번호 뜬다...대개 사람찾는 방송 안한다.ㅋㅋㅋ)

"98번 고객님!!!!"

나는 못 들은척하고 계속 인터넷했다.

외환은행 들어가서 FAQ읽어보고 (나 요새 놀거든...시간 많어..ㅋㅋ) 거기 인터넷채팅 상담 있길래 들어가서 아저씨한테 물어봤다.

"1센티 찢어진 외화가 왜 환전이 안되나요?"

상담원과 10분 정도 이야기했다.

결론은 '그건 담당직원에 따라 틀려요~~'였다. 그러니까 지들이 바꿔주고 싶으면 얼마든지 바꿔준다는 결론...

한참 인터넷하는데 갑자기 누가 옆에 나타났다.

두둥...
아까 환전 안된다고 한 바로 그 여직원!!!
(너무 소리 없이 다가와서 좀 놀랬다. 으힉.)

내가 창구로 안 가고 계속 인터넷으로 뭐하니까 혹시 뭐 올리는 줄 알고 찾아온거 같다.ㅡ.ㅡ;;;;

"아, 고객님 뭐 찾으시는 거라도?"
(당황한 기색 역력..ㅡ.ㅡ;;;)

"뭐 별거 아닌데. 그냥 물어보는 거에요" (실제로 그런규정이 있는지 궁금했다.)

"혹시 환전 때문에?"(긴장한 얼굴..애써 웃으려하지만 잘 안됨..ㅡ.ㅡ;;;)

"아, 그냥 규정이 궁금해서요."

"어디 물어보시는데요?"

여직원이 모니터를 유심히 들여다본다.

모니터에는 외환은행 홈페이지.ㅡ.ㅡ;;;;;;;;;

두둥...

"서울 본점 아저씨한테 물어보고 있습니다. 근데 이분 말씀이 이런 케이스는 주관적으로 환전이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한다는데요.."

말이 떨어지자 무섭게 여직원이 내 돈을 집어들더니(나는 갖고 가라는 말 안 했음. ㅡ.ㅡ;;;;)

"제가 위의 담당자분한테 물어봐드릴께요. 환전되는지."
(나는 니가 바로 그 담당자라는 걸 알고 있다.ㅡ.ㅡ;;)

웃으며 말했다.

"저기 환전되는지가 아니고.......요!!!!! 환전해주시죠."

"네네, 최대한 환전되는 쪽으로..알아봐드릴께요."

그녀는 담당자쪽으로 가서 물어보는 헐리웃액션을 취하긴 했지만, 5초도 안돼서 창구로 돌아와 금방 돈을 꺼내줬다. (그렇게 빨리 일처리하는 여직원 처음 봤다. 창구 의자에 앉는데 돈과 명세서까지 나왔다. ㅡ.ㅡ;; 아까 거절하는 모습은 어디로 갔나.)

사실은 처음 여행가기 전에 환전할때 외환은행에서 실수해서 유성군이 은행에 두번 가는 일이 있었다. 그래도 너그럽게 그냥 넘어가줬다. (나 원래 인간적인 사람이다.ㅡ.ㅡ;;;;;)근데 이 자식들이 다시 환전하려니까 규정을 들먹이며 박대를 하는 게 아닌가!

물론 법대로 하면 뭐 환전 안해줘도 아무말 못 한다. 어차피 지폐가 찢어졌으니 손상은 손상이니까. 근데 어차피 내가 오늘 판 외화는 내일 배낭여행가는 애가 또 사간다. 1센티 찢어졌다고 안 갖고 가는 애들 없다.


3년간의 공보의 생활을 통해 나는 이런 거대한 기관(관공서 포함)의 직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너무 잘 알게 됐다.

그리고 여행을 다녀온 후, 나는 얼굴이 두꺼워졌고...
결정적으로
나의 인생관이 '인과응보' '권선징악' 아닌가.


내가 평소 제일 짜증나는 애들이 호미로 해결되는걸 포크레인으로 파뒤집는 애들이다.(오늘의 내가 한 것 같은...) 백화점매장 같은 곳에서 무슨 일이 있을때, 알바한테 말하면 금방 해결될 일을 사장한테 꼬발라서 일도 해결안되고 알바도 피해받는 그런 사태를 초래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깐깐한 성격의 소유자'인지 증명해보이려는 무지한들이 있다.

근데 가끔 내가 호의를 베풀어 호미로 해결하려는데 말귀를 못 알아듣고, 포크레인을 자초하는 애들이 있다. 특히 규정을 내세워서 나의 인간적인 '배려'에 대한 요구를 단호히 거절하는 그런 애들은 (인과응보사상으로) 똑같이 '규정과 민원'으로 밟아줘야한다.


(참고로 오늘 '놀이'를 하는 과정에서 여직원을 타켓으로 한 민원, 꼬바름, 금감원 청와대찌르기 등의 행위는 일어나지 않았으며, 그녀가 받은 불이익도 없었음. 다만 헐리웃액션-놀이였을뿐..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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