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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망상을 시작하겠다.

인간을, 아니 나아가서 생명이라는 것의 본질을 고찰해보면 물과 불의 조합이다. 권도원박사의 화리를 완벽하게 체득화시켜 이해하진 못했지만, 생명의 본질을 다룸에 있어 물과 불은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큰 모티브가 된다.

태양과 바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모두 물과 불의 절묘한 스파크가 일어나는 지점에서 살아가는 하루살이 같은 존재들이다. 지구 온도가 10도만 상승해도 우리는 모두 죽어버린다. 10도만 하락해도 모든 농작물과 동물들이 아사 직전에 처한다. 인간이라는 생명체도 하루 10도의 일교차만 생겨도 항상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감기를 경험하게 된다.
지구라는 행성 자체의 궤도가 절묘한 위치에 있다. 만약 태양에 조금 더 가깝다면 모두 타버릴 것이고, 조금만 더 멀다면 얼어버릴 것이다. 지구라는 것도 하나의 생명체라고 볼 수 있다.

생명의 본질은 '외계와의 단절된 물주머니의 처절한 엔트로피의 저항'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원래 자연계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단계로 나아간다.(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을 설명할 때 예로 드는 쉬운 현상으로는 물에 잉크가 퍼지는 것이 있다. 자연계에서 잉크가 퍼진 상태에서 모여지는 상태로 진행되는 일은 결단코 없다.) 하지만 생명현상은 궁극적으로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쪽으로 (사망이라는 현상으로 다시 먼지가 되어 흩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일시적으로 엔트로피를 저하시키는 놀라운 기적을 일으킨다. (그 과정을 우리는 생존이라는 것으로 체험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경계는 피부라는 성분으로 구성되어져 외계와 철저하게 고립되어있다.

무엇이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가. 본인은 그것이 바로 '정'(精)이라고 규정한다. 정의 실체에 대해 성분이 뭐니 특징이 뭐니 실존하니 마니 개념이니 망상이니 그런 말을 섞지 마시라. 나도 잘 모른다! ㅋㅋ
아무튼 생명의 탄생에서 어떤 '힘'에 의해 엔트로피가 축소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힘이 쇠잔해지면 서서히 죽어가다가 마침내 그 힘이 모두 사라지면 자연으로 돌아가 엔트로피가 폭증한다. (공기로 흙으로 바위로 강으로 돌아간다)

여기서 우리는 또 하나의 물질. 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생명이라는 현상에서 특히 노화라는 (시간관념을 포함하는) 현상을 설명할 때 우리는 한마디로 이렇게 규정할 수 있다.

"물의 분실'

우리는 늙어가면서 결국 물을 서서히 분실해가게 된다. 어린이는 포동포동하고 촉촉하다. 점막에 윤기가 넘친다. 탱탱하고 가득 차 있다. 하지만 노인이 될수록 우리는 수분을 잃는다. 주름이 지고 쪼글쪼글해지고 말라간다. 마치 나무가 말라가는 것처럼.

한의학은 이 현상에 저항하는 학문이다. 노화에 대한 반기를 드는 것. 무모하기 짝이 없다. 노화에 대한 처절한 사투.
한의학에서 병을 치료하는 원칙은 애초에 이것이다. 체력을 길러 병을 이기자. 궁극적으로 적당한 물과 불을 체내에 공급하여 노화의 반대방향으로 몸을 끌어가보자.

물론 불로장생은 없다. 노화를 역행할 수는 없다. 그게 가능하다면 나는 하느님이다. 하지만 노화의 속도에 관여할 수는 있다. 현대인의 질병관은 양방의학에 의해 너무 편협하게 왜곡되어졌다.

양방은 블로킹에 강한 의학이다. 정상이라는 기준점을 제시해놓고 그 이하에 해당하는 지점으로 떨어지지만 않도록. 결국 모탈리티에 대한 관심이 양방의학의 본질이다.(반면 한의학은 모빌리티에 더욱 큰 관심을 가진다. 이것은 장점이자 치명적인 단점이기도 하다)

양방은 이렇다. 어떤 증상이 불편을 초래하면 그것을 블로킹해버린다. 아마로피딘이 과다 분비되어 솔레톨샘을 자극해서 파일로프라틴이 나오면 인체가 두통을 느낀다치자, 그러면 양방에서는 아마로피딘을 블로킹해서 안 나오게 만들어버린다. 그러면 두통을 해결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인위적인 블로킹이 체내에 가해지면 인체는 충격(구체적으로 부작용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일련의 증상들)을 겪게 된다.

쉽게 이야기하면 양방으로 하면 머리는 안 아픈데, 머리는 멍해졌다.. 이런 현상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반면 한의학은 액티베이팅 시키는 일에 강하다. 어제보다 더 활력이 넘치고, 어제보다 더 머리가 맑고, 어제보다 더 기운이 생생해지고, 컨디션이 좋아지고...물론 두통이라는 질환 자체도 좋아져야 한다.

안구건조증이라는 질병(?)을 보자. 양방에서는 안구건조라고 하면 외부에서 눈에 직접 인공눈물을 넣어준다. 언제까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한의학에서는 인체 내부에서 눈물이 저절로 생성되도록 구체적으로 말하면 精이라는 힘 자체를 키우는 한약을 투입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눈물만 잘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입마름도 없어지고, 기관지 점막도 촉촉해지고, 질점막도 윤기가 생긴다. 소변이 시원해지며, 잠도 푹 잘 자게 된다. 이것은 한의학의 치명적인 장점이자, 큰 굴레가 된다. 왜냐면 이런 노화를 거스르는 치료법은 한약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 10-20일 치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3-6개월 단위로 가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환자들은 과거처럼 너그럽지 못하다. 속효를 보여주지 못하면 무능한 의사로 낙인 찍힌다.

'비싸고 효과 없네요'

누구라도 이런 말 들으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환자와 한의사 간에 서로 자기들이 어떤 무모한(노화를 거스르는 방향으로) 달리기를 하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기는 해프닝이다.

봄가을로 보약 10일분씩 먹으면 됩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핸드폰 충전하나?  핸드폰도 10시간 사용하면 2시간은 충전해야 쓸 수 있다. 적어도 노화를 거슬러가려고 작정했다면(=한의학으로 치료받기로 했다면) 한약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각오가 돼야 한다.
타이레놀 먹으면 소화되자마자 몽롱해지며 두통이 사라진다. 한약에게 그런걸 요구하면 이런 말 나오게 된다.

'비싸고 효과 없네요'

우선 지금 우리가 어떤 무모한 작업을 하는지 돌이켜보자.

한의사들이 환자에게 늘 묻는 것들은 대저 이런 것들이다.
대소변이 시원하고 편해졌는가.
잠을 깊이 푹 자게 됐는가.
컨디션이 전보다 좋아졌는가.

양방에서는 아이스 브레이킹(환자와의 서먹함을 없애기 위해서 주둥이 놀리기)에나 쓰일 법한 사소한 문제들을 한의사들은 100만원짜리 수표인것처럼 붙들고 파고든다. 대변이 갑자기 막혀요.라고 환자가 말했다치자. 양방에서는 머리가 안 아파졌으면 대변이 좀 막힌다고 대수는 아니다.

양의사는 '그럴 수도 있어요.'라고 넘어간다. 뭐 딱히 해줄 것도 없고, 복지부에 보고할 수도 없다. 두통에 이런이런 약을 썼는데 대변이 조금 막힌다고 지랄하는 환자가 1인 있었어요 라고 말한다면 식약청 의약품부작용 모니터링팀 담당 주사는 뭐라고 말할까.

'이 놈, 미친 의사 아냐?'

양약은 머리만 안 아프면 되는 것이고, 치명적인 (뇌출혈같은 화끈한) 부작용만 없으면 훌륭한 '브레이커'약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의학은 그렇지 않다. 설사 머리가 안 아파졌더라도 한약 먹고 대변이 막히는 느낌이 든다면 뭔가 정교한 부분에 있어 패착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체질 오판이든 변증의 오판이든.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의사로서 밥벌이가 가능하다.
한의원에 가서 양질의 진료를 받고 싶다면 자신의 몸 상태(땀, 소변, 대변, 수면, 스트레스 정도)에 대해서 아주 디테일하고 구체적인 묘사를 해주는 것이 원장에게나 환자에게나 바람직하다. 만약 귀찮다거나 쪽팔리다는 이유로 대변을 일주일에 한번 보는데도 "대소변은 괜춘해염'이라고 해버리면 처방이 산으로 가버린다.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한약은 비싸기만 하고 효과가 없어요.

당연하다. 서두에 말했듯이 생명현상을 거스르는 무모한 작업이 한의학이다. 한 두제 먹고 (한두달 안에) 드라마틱한 효과가 나길 기대했던가? 그렇다면 당신은 허준 드라마를 너무 열심히 본 모양이다. 인체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나의 진료과정을 반성하며 돌이켜보건대, 나의 실력의 미천함도 한 몫하겠지만, 질병과의 전쟁, 그래 그건 처절한 전투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아군의 피해없이 부작용없이 적군만 섬멸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 모른다.

머리가 너무 아픈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다리를 부러뜨리는 것이다. 아마 1초 내로 두통을 못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순 없지않은가.

점점 이야기가 산으로 가고 있다.
물과 불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우리는 물을 서서히 잃어가고 불이 없으면 생명이 버텨내질 못한다. 태양이 사라지면 모든 생명도 그 자리에서 아웃돼버린다. 우리는 어찌보면 태양이라는 거대한 생명신에 빌붙어 사는 이끼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물은 피부의 탱탱함, 매끈함. 점막의 촉촉함 등으로 쉽게 예후를 찾아볼 수 있다. 불은 바이탈리티, 즉 생체활성도로 체크할 수 있다. 가장 쉬운 예를 들자면 어린이는 뛰어다닌다. 유식하게 이야기하면 '기초대사량도 높다' 즉 숨만 쉬고 있어도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이 많다. 체내에 불기운이 강하기 때문이다. 노화가 되어 서서히 늙어가면 불기운도 떨어지고 기초대사량도 줄어든다. 미처 태우지 못한 음식들이 내장에 지방으로 저장되는 것이다.
소아는 뛰기를 좋아하고 젊은이는 걷기를 좋아하고 중년은 앉기를 좋아하고(그래서 지하철에 노약자석이 있는 것이다!!) 노인은 눕기를 좋아한다. 눕기를 너무 좋아하면 다음 단계는 모두 다 아시리라 본다.
윤봉길이 폭탄 던진 것이 24세인가 그렇고 안중근이 31세 정도 되나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환갑넘은 테러리스트들을 본 적이 없다. 불가능하다. 마음속의 불기운이 있을때 테러도 가능한 것이다. 불같은 사랑. 불같은 열정도 나이와 함께 비례하여 날라가버린다. 精을 키우고 젊게 살면 이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몸든 장년인데도 뛰는 걸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다. (단점으로는 사람이 로맨틱해지고 유치해지고 겁이 없어진다.ㅋ)

이런 환자들이 많다. 본인은 뭔가 불편한데 양방에 가서 검사하면 모두 정상이라고 한다. 당연하다. 치료에 들어가야하는 기준치와 치료효과에 대한 기대치가 낮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머리가 아침마다 껄쩍지근하게 헬멧을 쓴것처럼 무거운 느낌이 든다고 하는 환자가 있다치자. 양방의사는 해줄 말도 처방할 약도 없다. 왜냐. 두통의 단계까지 이르거나 졸도하거나 꽝하며 아프거나, 구토를 하거나 화끈한 증상이 발현되어야 그제서야 양의학은 발동이 걸린다.

'슬슬 한번 고쳐볼까'

엔진 개스킷이 깨져야 비로소 수리가 들어가는 수리공과 같다.
차주가 아무리 '100킬로 넘어가면 엔진소리가 심해져요'라고 말해봤자, 수리공은 시큰둥하게 답할 뿐이다.

'엔진 헤드 안 깨지면 정상이에요'


안 아프면 건강한 것인가?
현대 양의학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 이것이다. 안 아프면 건강한거야. 병원 안 다니면 건강한거야. 정기검진해서 이상 없으면 건강한거야.

네버. 결단코 아니다.
어찌 보면 인체는 노화라는 과정 속에 있는 한 늘 건강을 추구해야만 하는 시지프스같은 존재다. 당신은 건강한가? 나는 매일매일 불건강해지고 있다.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장 지금 안 아프다고 건강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건강에서 멀어지고 있으면 꽤 멀어지게 되면 질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될 것이지만, 그때는 이미 늦으리라.

10억을 줘도 군대는 안 간다하지만, 다시 스무살로 돌아간다면 군대 갈 놈들 천지 빼까리다.


자꾸 이야기가 샌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이라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물과 불의 조합이 농축된 물질들이다. 쌀이라고 하면 논에서 빨아올려진 영양분과 태양의 강렬한 힘이 농축된 알약인 셈이다. 지구의 양분, 흙과 물을 농축해서 먹는 셈이다. 유식하게 말하면 '지기'를 먹는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산소. 산소 역시 체내에서 영양분을 불싸지르려면 필요한 필수요소이다.
그리고 태양열.
모든 생명은 항상성이 본질이고 그 항상성의 핵심은 '체온의 유지'이다.
결국 쌀이든 산소든, 체온이든 태양이라는 불기운이 개입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리고 불기운이 개입하여 뭔가 '뜻깊은 반응'(그것이 광합성이든, 작물의 성장이든, 산소의 발생이든) 발생하려면 필연적으로 물의 존재가 있어야 한다. 넓은 의미에서 물은 물질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마치 자다가 읽어난 어린이가 적어놓은 낙서장처럼 글이 어지럽게 돼 버렸지만,(물론 나 스스로 능력이 떨어져 대가리 속에서 명확한 정리가 덜 되어 그렇다!)

어차피 결국에 가서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죽음으로서) 빵 터져버리겠지만, 그 전까지는 처절하게 사투하며 젊음을 즐기며, 精을 보존하며 모탈리티만이 아닌 모빌리티적 관점에서도 양호한 인생을 살도록 하자.

비비크림을 사서 바르고 오이팩을 바르면서 피부'만'을 가꾸는 여전사들에게 명하노라.
그 시간에 精을 키워주는 보약이나 한제 먹는게 더 낫다. ㅋㅋ
피부만 안 늙어보이면 뭐하나. 속이 썩어가는데..(브런치나 먹고 체질도 모르고 커피나 쳐마시고...속은 병들어가는데) 비비크림만 바른다고 뭐가 달라질까.

이건 마치 엔진은 부서지기 직전인데, 광택만 내는 꼴이다. 그러다가 한방에 훅 폐차하는 수가 생긴다.

매일 먹는 음식, 매일 자는 잠, 매일 겪는 스트레스들.
일상의 무미건조함. 사랑과 행복으로 충만되지 못한 삶.
직장상사, 가족과의 불화, 친구과의 다툼
웃음의 상실.

매일매일 노화를 촉진하는 패악을 저지르면서 자기전에 비비크림만 살짝 바른다고 뭐가 이루어질까.

에잇. 나중에 정리되면 다시 써야지


<애독자 김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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