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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은행나무

대학에는 교수라는 사람들이 연구를 하고 있는데, 그 사람들이 모두 대가는 아니다. 그레이트 마스터라 함의 본질적 덕목은 '초등학생에게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분야에 대해 한 큐에 꿰고 있는 통찰력'이라고 하겠다.
이 세상에 자기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을 파릇파릇한 20대에게 가르치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신이치의 책을 보며 슬펐다. 묘하게도 이 책을 읽는 동안 이용양박사님의 동의보감 강의를 같이 듣게 되었는데, 그 우울함은 두배로 증폭되고 말았다. 나는 어찌보면 공을 거의 차보지 못한 감독의 지시를 받고 뛰는 선수였던 것은 아닐까.

이 책. 읽으면서 아껴 읽었다. 페이지가 넘어갈때마다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당기는 저자의 필력은 차치하고라도 이론의 핵심을 관통하는 탁월한 비유는 이 사람이 진짜 이 동네에서 '대가'구나하는 느낌을 갖게 할만했다.
내용은 모두 내가 학교에서 배웠던 유기화학, 생화학 내용들인데도 완전히 다른 이야기처럼 보였다. 더구나 인체 생명의 핵심역할을 하는 아미노산과 단백질. 매일매일 새로운 조직으로 교체되어 버려지는(?) 생명이라는 존재에 대한 수많은 힌트는 체질의 기원에 갈망하는 김씨에게 작은 모티브를 제공했다.

자기복제가 가능하며 동적평형을 이루며 시간을 따라 비가역적으로 현상을 표출하는 '흐름'이 생명이다.

고작 '엔트로피를 거스르는 것'이 생명의 본질이라고 알고 있었던 나의 인식이 얼마나 알량하고 천박했던가! 어떤 동네에서 대가가 되기전에 함부로 씨부리면 여러 사람 고생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이치의 말처럼 어떤 존재의 특징을 설명하는 것은 쉽다. 예컨대 태양인의 특징은 이러이러하다. 태음인은 이렇다 등등 그런 이론은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존재의 본질의 핵심을 기술하는 것은 정말 대가 중의 대가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대업이다.

딱 한가지 흠이 있다면 역자가 생화학의 문외한이라서 번역한 용어 중에 눈에 걸리는 것이 몇가지 보일뿐, 그럼에도 이정도 번역은 탁월하다 할만하다.

구입해서 보고 싶은 책.! 교보에서 6천원에 파는데 살까말까 고민하게 하는 책. 10번 정도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은 책.

신이치박사의 모든 책을 읽어야겠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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