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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김씨가 노가다를 마친 후 귀가를 하던 도중, 인근 주유소로 은실이를 데려간 김씨. 주유램프에 불들어온지가 이틀째다. 그 시점에서 반드시, 꼭 넣어야 했다. 오늘따라 주유소에 차량이 넘친다. 직원은 여기저기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일단 기름부터 넣었다.

'3만원 너치요'

곧 달려온 직원은 주유카드가 맛 갔다면서 다시 등록하라며 새 카드를 건넸고, 김씨도 대충 받는둥마는둥하고 급하게 카드전표에 싸인만 하고 주유소를 빠져나왔다.

그런데, 이상하다. 터널 2개를 지날 동안 주유램프에 불이 꺼지질 않는다.

'어, 이상하다. 분명이 20리터 넣었으면 두칸은 올라와야하는데...'

은실이가 연세대 앞을 지날 때까지도 주유바늘은 바닥에서 올라올 기미가 없다. 아까 전쟁터같던 주유소에서 직원이 정신없어서 그냥 주유기만 꽂고 총 땡기지 않고 결제만 한거 아냐????!!!!!

저 앞에 고가도로 입구가 보인다. 불들어오고 주행한 거리가 40킬로. 아까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오늘 저녁 교통방송에 나올 것이다.

"지금 내부순환도로 성산방면으로 은색 싼타페 한대가 1차로에 고장으로 서 있습니다. 이후 약 20킬로미터에 걸쳐 차량들이 길게 꼬리를 물고 있고요. 통신원에 따르면 싼타페 운전자가 기름을 미처 못 넣어서 앵꼬가 났다고 합니다. 내부순환도로 이용하실 운전자 여러분, 우회하셔서 안전 운행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토요일 저녁에 라디오뉴스에 나올 기세로구나.

불법유턴을 할까?
그런데 아까 그 주유소에서 20리터 넣었다고 잡다떼면?
그럼 마포 근처에서 만땅을 넣고 영수증을 가져가서 이렇게 말해볼까?

(영수증을 흔들며 주유소로 뚜벅뚜벅 걸어들어간다)

"아니 방금 20리터를 넣었는데 어떻게 5분만에 다시 64리터가 들어갑니까. 여기 사장 나오라고 해. 버럭버럭"
(은실이 밥통은 65리터다)

아직도 주유램프는 불이 껌뻑인다.
앞을 보니 차량 정체가 시작됐다. 꼼짝없이 고가도로에 갇힐 판이다.

아, 미칠 것 같다.

시간이 점점 흘러 20분이 지나갔다. 그러는 사이 은실이는 점점 정체되는 차량들 사이로 떠밀려서 앞으로 나아간다.

'혹시 시동을 다시 걸어보면 바늘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까?'

신호받는 사이에 시동을 껐다.
앞 교차로는 차량들이 엉켜서 난리다. 오늘따라 의경도 나오질 않았군. 제길.

다시 시동키를 돌리는데 탁! 탁! 탁! 이런 슈밤...

"시동이 걸리지 않아!!!"

룸미러를 통해 보니 내 뒤로 3천487대는 서 있는 것 같다.

으아아아악. 이건 기름 앵꼬보다 더 치명적인 일이다.

고개를 들어보니 사거리 신호등이 막 파란불로 바뀌려고 한다.



아, 슈밤... 진짜 라디오에 나오겄네.








그런데

옆을 보니 기어가 D에 놓여있다. 음....오늘 김씨 왜 이러시냐.


다시 시동을 거니깐, 바늘이 꼬물꼬물 애벌레처럼 기어오른다.


그리고 귀가할 즈음 상방 30도로 발기된 주유바늘 ㅋㅋㅋ

아, 아까 유턴해서 주유소 찾아갔음 어쩔..... 생각만해도 쪽팔린다. 무릎꿇고 빌고 나오지 않았을까? ㅋ


<>한편 지난주 일요일, 주차 해놓은 은실이를 박고 간 차주께서 연락이 없다. 사이드 등도 하나 깨졌고, 칠도 해야하는데...일주일째 묵묵부답이다. 등도 내 돈으로 고쳤다. 이뭥미. 칠은 덴트집에 가서 하기로 했는데.... 문득 작년 화재사고가 스친다.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뒤 바뀐 입장인데 내 신세는 그때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골때리는 세상이로세...

<>또 하나의 소식은 김씨의 금월 주차료가 주유비의 3배를 넘을 전망이라는 슬픈 소식이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씨는 "뭐 이런...샹...서울은 무슨 땅에 금발라놨냐."이라며 단발마를 내지르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은실이 100년타기 운동본부 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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