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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툴 가완디. 재작년인가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펴낸 미국의사. 깔끔하고 신속하면서 레고블럭같이 딱딱 떨어지는 문장력을 선보이는 현존하는 의사 중에 글빨로는 카플란박사와 쌍두마차를 이루고 있다.

전작에서 현대의학을 까는듯 보였으나, 실제로는 아툴 가완디 같은 의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아마 이런 의사가 여럿 있으리) 것만으로도 현대의학의 미래는 밝다. 아이러니하지만.

이 책에서 아툴은 좀더 근본적인 성찰로 들어간다.

1. 손씻기의 중요성- 손에 자극이 적은 알콜성분이 들어간 세정제가 있대!!!! 구해야겠어. 내 손바닥도 지금 물러터지기 직전이거든.

2. 위생이나 영양은 엉망인데 소아마비 퇴치에 집중하는 인도 정부와 그런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최선의 결과를 향해 달려가는 어느 인도 의사의 이야기 -그냥 밥 잘먹이고 하수도나 정비하는게 훨씬 나을 돈인데...

3. 이라크 전쟁에서 사망률이 급감한 비결을 찾는 과정에서 발견한...: 의무 관련 기록의 중요성과 현 시스템의 분석과 부단한 개선노력!!!

나는 지금 내가 치료하고 있는 환자들에 대해 데이타를 전혀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어, 그렇기에 시스템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지.

4. 샤프롱: 한국에도 많다. 간호사가 샤프롱 역할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
아툴의 부친은 샤프롱 매니아였는데 아툴은 아버지가 인도계여서 그렇다는 추정을 한다. 깍듯한 언사, 옷차림, 겸손함, 꼼꼼한 검진은 배울만하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약속과 신뢰, 희망으로 이루어진 지극히 사적인 관계다. 좋은 의사란 단지 의료행위 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사들은 6년에 1번 정도 소송에 휘말리며 이 소송의 70%는 의사의 승리로 끝난다. 나머지 30%는 패소하는데 이 경우 손배액은 평균 50만달러다. 약 6억원!!
그리고 의사들은 이를 대비해서 의료과실 보험을 가입하는데 연간 3만달러에서 30만달러다. 약 3천만원에서 3억원까지보험료를 낸다.
-정확하게 한국에서 한의사들이 주로 가입하는 의료배상보험은 28만원 내외다.
손배액 역시 몇백만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변호사 수임료도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 나는 한국이 훨씬 더 비합리적이지만 행복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합리적인 사회로 나아갈수록 빈곤층의 삶의 질이 더 악화되며, 의료보장성이 강화될수록 의료양극화가 심해진다는 것을 얼치기 진보주의자들이 알기나 할까. 후후
나는 한국이 꽤 오랫동안 비합리적인 사회로 남아있기를 소망한다.
아툴 역시 의료사고의 숙명적 아이러니(어떤 의사도 환자를 해치려고 의도하지 않는다)에 대해 현 미국의 해결시스템을 비판한다. 그는 5년간 50만달러를 보험료로 내야하는데 차라리 그것을 소아마비 백신펀드처럼 피해자들을 위한 기금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나도 1000% 동감이다. 보험회사란 합리적인 민간하이에나들일 뿐. 국가나 공공단체가 그 기능을 대신할 때 우리는 다른 건 고사하고 가장 효율적인 비용으로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다.

미국의대 등록금은 1년에 4만달러. 약 4천5백만원정도
레지던트 연봉도 4만달러다. 물론 주당 100시간 일한다 .ㅋㅋ

미국의료수가에서 메디케어로 난이도 낮은 감기류의 증상진료비는 77달러다. 우리돈으로 8만원.
탈골된 뼈를 맞추는데는 275달러

맹장수술은 621달러, 폐절제는 1662달러
신생아 횡경막 재건술이 5366달러.
가입자 부담금은 20% 정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체계적인 수가산출 시스템인, 하버드대 윌리엄 샤오가 1985년 용역받은 사업은 이렇다. 의사들이 의료행위를 하면 그 행위에 대해 투자된 시간, 정신적 수고와 판단, 기술과 물리적인 수고 그리고 스트레스의 양 등을 종합하여 의사들을 인터뷰하고 모든 치료법에 추정치를 만들어냈다.

외과의사로서 아툴은 스스로 계산해보더니 1년에 수술비 수입이 50만달러 벌고 의료사고대비 보험료를 3만달러 내고 진료실 임대료로 8만달러를 썼다고 한다. 그리고 외과 사용료로 19%를 공제한다.

2003년 미국의 1차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의 평균수입은 15만 7천달러였다. 1억7천만원 정도.
일반외과의사는 26만 5천달러였다. 3억정도
서브스페샬로 들어가면 50만달러 이상 번다. 6억 내외

어떤 외과의사는 일주일에 단 하루 9시반부터 3시반까지 약 6건의 수술을 하는데, 연봉은 120만달러이다. 그리고 보험을 아예 받질 않는다. 수가는 보험수가의 10배. 그러니깐 우리나라 수가의 350배를 요구하는 거다.^^
"나는 다른 외과의가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죠"
그는 의사들이 이타적이어야 한다는 도그마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한다. 민간의료보험사 사장의 연봉이 1000만달러이다.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의사를 쥐어짜고 제 밥그릇을 채우는 것 뿐인데도!

1971년 해리스 버먼이라는 아주 젊은 내과의사가 아주 파격적인 제도를 시도했다. 우리식으로 치면 의료생협인데 승승장구하다가 결국엔 민간보험회사로 넘어갔다. 그리고 버먼이 고백하기를...도저히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적정한 급여지급 기준을 만들 수가 없었노라고!
-나도 한국의 의료수가나 보험제도가 합리적으로 의사와 환자가 만족하는 수준으로 수렴되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결국 지 팔은 지가 흔들어야하는기라.

미국의 재앙은 15%의 사람이 의료보험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아툴도 자기 아들 심장병 수술에 25만달러의 청구서를 받았다고 한다. 본부금은 5달러.


이 책에 사형시키는 방법에 대한 의학적인 리뷰가 나오는데 가스, 전기의자, 교수형이 이리 고통스러울 수 있다니. 현재 미국에는 약물주사만 허용되고 있다한다.

이 책의 종반부에는 아툴에게 좌절을 안겨준 사례들이 나오고 이렇게 결론맺는다
의사가 따라야 하는 원칙은 겉으로 보기에 가장 쉽고 상식적이지만 늘!!!!! 싸우라는 것! 더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밤낮없이 찾아보라는 것!!!!!!!!!!!!!

아프가 여사!
나도 아프가 지수가 뭔지는 배웠으나, 그것의 역사는 몰랐고 그 의미가 산과에서 어떤 정도의 위치인지는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이 책은 아프가 여사가 산과를 어떻게 뒤집어놨는지 적절하게 묘사되어 있다.
환자를 평가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한의계를 가장 발목잡고 있는 화두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평가하는 툴을 만드는 것은 이 시대의 소명이다. 이미 늦었다. 내일부터 당장 자네 환자부터 평가하고 점수매기고 도대체 뭐가 얼마나 나빠지고 있는지 알아채라고.



돈 워릭이라는 의사 이야기!!!
낭성섬유종 환자가 심한폐질환을 발병시킬 확률은 하루에 0.5%다.
치료를 잘받는 환자는 0.05%다.
그럼 결국 99.5%와 99.95%의 대결이다.
그런데 1년이 지나면
전자는 16%로 내려가고 후자는 83%다. 엄청난 차이다. 그리고 그는 환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난 아무것도 약속해줄수 없다. 다만 확률만 이야기해줄뿐"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은 그 사소한 차이에서 탁월함이 나온다.
실제로 그는 전세계에서 낭성섬유종의 탑1이다.

흔히 의사의 실력이 상어지느러미처럼 분포되어 있을 것이라고(즉, 대부분의 의사가 80% 이상은 되리라고) 예상하지만, 조사해보면 정확하게 종모양의 정규분포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의사들은 동료와 비교되는 것을 어색해하며, 실제로도 자신이 상위 몇%인지를 모른다.
평가하는 툴도 없다.
하지만 환자가 말해준다. (매출은 아니다) 의사 스스로 자신을 평가하는 툴을 갖지 못한다면 발전이란 없다. 더 배워야하고 모자란 것은 더 채워야하고 그래프에서 좀 더 오른족으로 가야만한다.
99.95%를 향해

워릭은 환자를 대할때 남다른 점은 중심점과 적극성, 새로운 사고.....환자에 대해 고심하고!!! 환자를 밀어부치고 즉석에서 망설임없이!!! 대책을 마련한다. 그리고 그는 환자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환자스스로에게 캐묻는걸 즐긴다. 그리고 기어이 알아내고 대책을 공유하고야 만다.
그리고 그는 단호하다.

닥달하고 호통치고, 논문자료는 개나 줘버려라고. 그는 늘 환자가 조금이라도 좋아질 수만 있다면 어떤 새로운 시도도 해보라고 한다.

의사의 능력이 과학과 기술에 달려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적극성!! 성실함!! 새로운 사고!! 같은 것들이다.

워릭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숨을 잘 쉴수 있을지 찾아보라고 들들 볶는다.
무조건 치료결과를 개선하라고.


우리는 앞으로 등급이 매겨지게 될 것이다. 그 전에 스스로 자신의 등급을 매겨야 할테지. 후후. 대세다.
거북하지만 인간의 활동에는 모두 종형의 정규분포가 생길수 밖에 없다. 문제는 몇%냐가아니라 안주하는 것이다. www.cff.org를 참조하라.

mri는 있는데 흉관이 없어 환자가 죽어간 어처구니 없는 인도 병원에서 아툴이 이렇게 말한다.
'기계를 들여놓는 것이 치료인가. 특정문제에 일상적이고 평범한 세부사항을 알아내는 것이 치료다.'

그런데 이 어처구니 없는 병원과 제도속에서 난데드 의사들은 매일 오후 모여서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며 더 높은 목표로 향해 나아갔다. 인도의 그 열악한 환경속에 외과의들이 못해내는 수술이 없었어!!!
그들이 가진 것은 단 두가지. 신속한 문제 인식과 단호한 치료의지.
천재성은 필요없고 성실하기만 하면된다.

의학은 소매업이다. 특히 로컬은.

아툴은 이렇게 제안한다. 중요한 존재ㅇ로서의 의사가 되기위해서.

1. soap부터 던지기 전에 환자에게 먼저, 인간적인 관계를 맺을 정도의 가벼운 질문(고향,스포츠)을 던져라
 그리고 그것을 챠팅하라. 의사는 소매업이라는 걸 잊지마라.
물론 간조나 다른 직원에게도 이런 류의 [관계를 맺는 질문]을 던져라. 질문을 던지면 기계에서 기계냄새가 덜난다 . 포인트는 질문이야!!!!!! 명심해.


2.투덜대지마라.의사의 코치는 없다. 스스로 코치일까지 해야한다. 우리의 사기를 북돋워줄 사람은 우리뿐이다. 의사들의 대화는 늘 괴로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기운만 빼는 이야기는 집어치워라. 다른 이야기를 해라


3. 수를 세라.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한의사도 과학자가 되어야 한다. 어떤 것이든 숫자를 세어야 한다. 나의 팥침을 맞고 단 하루만에 떨어져나간 환자의 비율은 몇%인가. 이런 것들은 연구비가 들지 않아. 관심만 필요하지.

4. 글을 써라. 블로그든 뭐든 논문이든간에 무조건 써라. 아무리 사소한 글이라도...여러분의 세계에 대한 약간의 관찰만 가미하라. 토막글의 십시일반으로 풍부한 집단적 지적 노하우를 마련할 수 있다. 글쓰기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5.변화하라.부족한 부분을 인식하고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선구자가 되길 마다하지 마라. 의학은 불확실과 실패가 넘치는 분야다. 새로운 시도, 새로운 변화를 물색하라. 급식튜브를 꽂는 워릭처럼!
그리고 성공과 실패에 대해 얼마나 자주하는지 숫자를 세고 그것을 글로 쓰고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대화를 하라. ㅋㅋㅋㅋㅋㅋ

<이 책은 2010년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나의 업무에 영감을 준 책이다. 난 디기 한의갤의 쓰레기들이나 정호나 용상이 같은 수준이하의 양백이들은 전혀 두렵지 않다. 그들은 오히려 우리의 우군이다. 나는 한의학의 장점을 날카롭게 파고들어 자기화하는 아툴 가완디 같은 의사들이 더 무섭다. 그리고 양방의 장점을 독수리처럼 채가서 자기화하는 한의사 역시 무서운 존재다. 어차피 우리는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현재는 처참하게 깨지는 중이지만)하는 사이 2010.4.27>

슬레이트와 뉴요커에 기고한 글을 모은 책이라는데  원문을 받아 읽어보고 싶어진다. 아, 멋진 의사. 아툴 가완디. 앞으로 더욱 좋은 글 많이 써주길 바랍니다. 형님!!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부분 참조문헌은 내가지금까지 본 참조문헌 서술형태 중에서 가장 자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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