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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는 빛을 다룰 줄 아는군! 와우, 직업이 사진가이니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빛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진짜 사진쟁이를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더군다나 요즘처럼 개나소나 다 디카를 짊어지고 다니는 이미지과잉의 시대에.
거기다가 이 여자는 뭐 어찌보면 사진가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조리개를 다룰 줄 아는군! (한편으로 내가 감탄하는 이유는 수많은 여행기들 중에 빛과 조리개를 다룰 줄 아는 작가를 만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를 반증하는 것.)

거기다가 프레임까지 자유자재로 다룬다구! 와우! 사진학 교과서같은 책이었어. 15도 기울인 프레임은 정말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하는지를 보여주는 교범이야.(과테말라편 첫사진. 걸어가는 아줌마를 표현한 프레임을 살짝 틀어찍은 사진말야. 와...사진이 막 아줌마 걸음걸이에 맞춰 실룩실룩 거리는 것 같아.)
프레임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재주가 있어. 사실 여행이라는 행위를 하다보면 프레임 안에 피사체들을 절제해서 배치하는 게 얼마나 피곤하고 귀찮은 일인지....그녀가 최선을 다해 셔터를 눌렀다는 점에서 박수를 쳐주고 싶어!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나도 모르게

"와. 잘 찍는다"

그리고 분명히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연출해서 찍었을 법한 놀라운 섭외력.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야.


그리고 이 여자.
글을 아주 쫀득쫀득하게 잘 쓴다. 눈에 거슬리는 게 없어.

(이건 내생각인데 위도가 낮은 따뜻한 나라일수록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게 돼. 왜 그러냐면, 대부분의 위도가 낮은 나라는 안내판이나 지도가 엉망이야. 독일이나 영국이 차갑게 느껴지는건 그런 나라는 안내 인프라가 거의 완벽하기 때문에 길을 잃는다든지 헤매는 일이 없어. 그런데 이태리만 가도 지나가는 놈 막 붙잡고 물어봐야해. 서울시민들이 정이 많고 친절하다고 하는데, 그건 역으로 말하면 서울시내 안내 인프라가 개판이라는 뜻과도 같아 뭐 내 사견이야 ㅋㅋㅋ)

그녀가 말한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바로 나. 내가 없으면 이세상도 없다. 창문도 좋고 거울도 좋다. 비춰보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여기 나오는 이찍이라는 이스라엘 녀석이 있는데, 이 녀석은 [여행을 특별한 이벤트로 바꾸는 묘한 재주]가 있다. 지갑을 잃어버린 아이를 위해 1달라씩 걷어서 줬다니!!! 캬.. 유니세프보다 낫네.
(난 이벤트놀이를 리처드 파인만으로부터 배웠는데 ㅋㅋㅋㅋㅋ인생 자체가 여행이고, 그 여행에는 이벤트가 중요한 법이지.)

난 사람이야기가 들어있는 여행기에 후한 점수를 주는 편인데 이 책은 완전 많아! 아하하하하하.


으아 페이지를 넘길수록 툭툭 튀어나오는 이 15도 프레임!!!!!!!!!!!! 아 정말 사부로 모시고 싶어져.

이 책 마지막 부분에 여행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몇페이지 이어지는데 모두 맞는말인데......내 생각은 그래. 그게 해외여행이든 인사동 산책이든.....여행이란......



둔감해진 (스스로의) 일상으로부터의 낯설어지기.............아닐까.

아우, 사진이 최고였던 여행기!!!!!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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