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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우리 한의원 언제 다시 열어요?"

"응...앞으로 당분간 좀 더 쉬어야돼. 나 이제 한의사 아니고 모은행소속 노비야 ㅋㅋㅋㅋ"

"..........."

"쫌만 더 참으라. 우리 다시 한번 멋진 한의원 차려서 신나게 일하는 날이 올끼다."


대화재가 발생한지 오늘로 300일째입니다. 시간이 참 빠릅니다.
한편으로는 긴 시간이었습니다. 중간에 계절이 3번 바뀌었네요.
돌이켜보면 어떻게 그 긴 터널을 용케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주식으로 치면 생산시설과 자산의 갑작스런 망실로 인한 상장폐지를 당한 격인데, 보통 이런 경우 회사청산과 파산의 절차를 밟습니다. 남아있는 물건들 경매해서 채권자들이 나눠갖고 회사는 공중분해됩니다.
대화재 직후 저 역시 그랬습니다. 돈 챙겨갈 사람들은 제 뼈를 발라낼 정도로 챙겨갔습니다.
당연한 일이죠. 저라도 내 돈 챙기려고 그렇게 했을 겁니다.

"최대한 뜯어낼만큼 뜯어내자! 어차피 이 색히 두번 다시 안 볼 놈이다."

그리고 아주 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상장폐지가 된 주식을 버리지 않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망한 회사 주식을.... 회사가 완전 맛갔는데 말이죠. 회수할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저를 파산시키지 않은 분들...

그 전에는 너무 시골영감처럼 무기력하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
더 강해져야겠다는 생각.
더 부드러워져야겠다는 생각.
무엇보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 같습니다.
사회에서는 악독한 사기꾼이 가정에서는 인자한 아버지일 수도 있겠더라구요.
이제 아주 조금은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큰 일을 겪다보니 [나이 먹은 어린애]들이 꽤 많더라구요. ㅋㅋㅋ
관뚜껑 못질할때까지 세상사는 법을 모르고 저승길 가는 경우도 많은듯...

더 강해졌다고 더 부드러워졌고 더 좋아졌습니다. 물론 더 가난해졌습니다 ㅋㅋㅋㅋ 좀 심하게..ㅋㅋ
더 감사할줄 알게 됐고, 더 씩씩하고 재밌게 살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총대를 메고 힘든 전투를 치렀고, 지금도 치르고 있는 10명의 용사들와 그리고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와줘서 나를 살려준 우리 곰간. 언젠가 그 빚을 다 갚아야할텐데요...
무엇보다 상폐된 주식 버리지 않은 분들께  배당으로 보답하는 좋은 회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인간세상이 이렇게 멋지고 살만한 곳인줄 미처 몰랐습니다.
벼룽박에 똥칠할때까지 바득바득 살아내야겠습니다.ㅋㅋ 돈도 많이 벌어야겠고요. 잘 써야겠습니다.

-지난번 한의쉼터에 올린 글 이후의 사건들은 틈틈이 정리중이며 화재 관련 민사 사건에 대한 법적인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 총정리해서 백서로 보고하겠습니다. 저도 잘 믿기지 않는....워낙 흔하지 않은 일이라 꼭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


저를 도와주신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300일 기념 담화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팬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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