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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두번째 읽는 책이다.
책을 반쯤 읽으니 점심시간이다.
장진영이 피아노를 잘 치는 줄은 미처 몰랐다. 그녀가 자주 쳤다는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http://blog.daum.net/selene0248/7151868 를 흥얼거리며 경복궁 앞 매연을 가득마시며  인사동깢 가서 크게 한바퀴 돌았다. 이상하게 배가 고프지가 않네. 이골목 저골목 기웃거리며 1시간 정도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어느 허름한 국수집에 들어가서 간단하게 요기하고 한의원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아름다운 봄의 햇살을 장진영도 좀 더 누리고 갔어야하는건데'

지난 겨울에 처음 읽은 건, 단순히 한의사로서 도대체 장진영이 김남수를 찾아가서 무슨 해코지를 당하고 저렇게 시간만 낭비하고 허망하게 갔느냐가 궁금해서였고. 두번째로 읽었을때는 이 김영균이라는 남자의 정체는 뭘까하는 호기심에서 집어들었다.

책을 읽다보니 김영균이라는 이 형님은 한마디로 썩 괜찮은 호남같다. 남자가 봐도 좀 괜찮은 형.
사진만 봐도 이 사람이 어떤 품성인지 대충 알 것 같다.
거참, 소주 한잔 받아드리고 싶다.

장진영과 어디서 처음 섹스를 했는지, 장진영이 투병 말기에 배드에서 누운채로 소변을 봤다는 이야기까지...도대체 이 남자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다 지면에 쏟아부어야했는지 의아할 독자도 있겠지만, 나는 충분히 그 기분이 공감이 간다. 아마 영균이 형은 장진영이 코푼 휴지까지 랩에 싸서 보관하고 싶었으리라.

책 속에 담겨있는 너무나도 자세한 기억들과 상세한 서술을 접할때마다 그가 겪을 고통과 그가 조금이라도 잊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이 오버랩되어 마음이 아프다. 왜 제목이 선물인지 알 것 같다.


내가 한의원 화재로 한창 정신없던 어느 가을날. 집으로 급히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김원장, 나 침 좀 놔줄 수 있나"

눈앞에는 얼굴이 까맣게 변한 이모부가 서 있었다.

"나 배가 꺼지질 않네. 이거"

간암소식을 어렴풋이 듣고는 있었는데, 막상 이모부 얼굴과 풍선처럼 빵빵한 배를 보니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었다.

"며칠전 식도가 터져서 오늘 퇴원했는데 예전에 김원장 한의원 가서 침맞은 게 기억나서 지나가다 들렀어."

(그때 허리 아프셔서 이각명 놔줬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참 건강하셨는데)

바로 집으로 모시고 가서 침을 놔드렸다. 힘겹게 돌아가시는 이모부의 뒷모습과 그 배경인 청명한 가을날씨가 인지부조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날 이후 거의 매일 이모부집에 가서 침을 놔드리고 복만과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조금 낫기도 하다가 다시 빵빵하게 불러오고. 그렇게 오전에는 이모부집에 가고 오후에는 한의원 수습하는 일을 하곤했다.
이모부는 상태가 좀 좋아져서 집안일도 하고 산책도 하고 투병의지를 키우곤 했다. 한번 더 터지면 큰일 나니깐 일은 하지 마시라고 했는데도.

그 와중에 이모부가 자기 동네 지인에게 부탁해놓을테니 한의원 할만한 자리를 읍내에 한번 알아봐주겠다고해서 내가 안 그러셔도 된다고 괜찮다고 했는데도 결국 그 지인과 연결해주셨다.

글고 얼마후 이모부가 결국 입원을 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이드에 가서 커피를 샀다.
이드는 고등학교 선배가 시내에서 커피집을 하다가 집주인에게 쫓겨서 시청옆 구석에 자리잡은 곳인데, 그 건물주는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짐승같은 말종이었다.
이전한 이드를 찾아갔다.(아, 진짜 찾기도 힘들었다.ㅋㅋ) 초라한 문을 열고들어가니 선배가 반겨준다. 서로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한놈은 불나고. 한명은 주인한테 쫓겨나고.(그 주인은 커피숍을 열었다. 물론 인테리어는 뜯지않고...^^)
서로 그동안의 고생을 주고 받으며 서로 위로를 했다. ㅋㅋㅋ

"형님, 카페라떼 두잔만 타주세요. 병문안 갈거라서"

-어, 그래? 병원에 무슨 커피 갖고가나? 아라따.

(이모부가 커피광이었다. 한때 시내에서 큰 커피집을 하기도 했었다.)

형수가 조각케잌까지 챙겨준다. 돈을 건네니까....형님이 괜찮다고 니 불났는데 돈받을 수 없다고 그냥 가라고하신다. 에이 그래도 케잌은 받아도 커피값은 내야한다고 4천원을 내고 왔다. 두잔에 4천원.^^
불나고 나서 아는 사람 가게를 찾아가기가 두렵다. 내가 무슨 삥뜯는 조폭같다 ㅋㅋㅋㅋㅋ 무전취식이 특기인...

이모부가 커피를 보더니

"여...김원장 무슨 이런 비싼 커피를 사왔능교? 잘 묵을께"

이모부가 복수까지 차오르기 시작했지만,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곧 괜찮아지실 거라고 (아무도 동의하진 않지만) 그런 의미없는 이야기를 나누는데 담당의가 회진을 왔다. 커피마시는 걸 보더니 마시라고 허락한다.

커피마시라는 의사의 허락. 이제 희망이 없다는 무언의 암시일 것이다.
병실 공기가 어색하다. 의사는 격려하고 용기를 주고 나갔다.

그리고 얼마뒤, 서울에서 한참 볼일 보는 와중에 이모부 타계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내려갔다.
최근에 너무 자주가는 성모병원 영안실. (불나고 나에게 침맞던 분 세분이 돌아가셨다. 원찬이 아버님, 뿡스아버님, 그리고 이모부까지...) 이모를 위로해드리고 나왔다.

누구나 암환자가 있으면 가족이 겪는 공포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은 안 겪어 본 사람은 모른다.
이 책에는 장진영이 마지막 가는 순간까지 얼마나 살고 싶어했으며,(상대적으로 주위에서 의학적 조언을 해주는 선량한 사람들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이 남자가 얼마나 그녀를 오래 붙들어두기 위해 노력했는지 절절하게 담겨있다.

이모부는 마지막 두달을 남겨두고는 복어독까지 드셨다. 면역력을 올려서 암을 치료할거라고. 내가 절대 안된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안 통했다. 구룡포 모 횟집에서 복어독을 달여서 기어이 갖고 오셨다. 복어독 같은 걸 만들어서 암환자에게 파는 놈들 모두 감방에 잡아쳐넣어야 한다. 가격도 엄청났다. 암환자 가족의 약해진 마음을 이용해서 돈을 털어가는 벌레만도 못한 놈들.

진영씨도 멕시코나 김남수를 찾아가는 일 따위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리고 평소에 술도 그렇게 마셔서는 안되었다.
생활을 좀 더 리드미컬하게 정돈할 필요도 있었다.
스트레스도 적절하게 처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어야했다.
안타깝다.

지푸라기를 잡고싶은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검증되지 않은 비제도권의 식품이나 시술에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절대 절대로 지양되어야 한다. 영균형님이 책을 쓰신 것도 그 이유가 1/3은 되리라.

그리고 MBC기자 이모씨는 장진영을 더이상 이용하지 마라. 당신이 암을 고칠 수 있다면 네이처에 발표하라. 기자 그만두고 의사해라. 야이 #%!#!$!$#!%!$#야!

대한한의사협회 산하기구로 암환자들을 위한 한방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조언을 제공하는 기구가 개설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게 마땅한 사명 아닐까. 언제까지 환자들보고 지 팔 지 흔들어라고 할텐가.

나는 김영균의 분노가 느껴진다. 사람 목숨을 걸고 자신의 의견을 입증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그게 특히 남의 목숨이라면 그 업보를 어찌 감당할텐가. 만명을 살려도 한명을 죽일 수 있기 때문에 의사면허증이 존재하는 것이다.


물고기가 물밖에 나오면 물의 소중함을 알듯이, 우리도 '시간'이라는 물 속에서 무감각해진다.
진영이가 아프고나서 하늘, 나무, 바람, 햇살의 소중함을 느꼈듯이.
살아있는 한, 내가 육신을 떠나기 전까지 맘껏 즐기고 재미나게 살자.

그녀의 명복을 빌며...
그리고 남겨진 남자에게 위로를...


또 이런 책을 남겨줘서 고맙다는 말을........
당신이 이 책으로 나누고자 했던 바를 충분히 나누어 느꼈음을.....
장진영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충분히 내 기억속에 남았음을....





아, 진짜 이 형님, 경주법주 한잔 대접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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