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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탈리아를 좋아한다. ㅋㅋㅋ 더러운 나라인데 정이 간다. 그래서 유독 이태리 여행기는 꼭 읽어보는데....
이 책은 손미나 스타일의 여행기다. -갔다. -봤다. -먹었다.
물론 책 제목과 내용이 일치한다. 그녀의 일기장. 단지 이런 타입의 여행기가 내 취향이 아닐뿐.
그런 경우 나는 주로 글은 제끼고 사진 위주로 본다. 어떨땐 동사만 읽어나간다. ㅋㅋㅋ 그래도 내용 파악에 아무 지장이 없다. 갔다. 먹었다. 잤다......한없이 이어지는 -었다의 행진들.

33일간 시실리에 머문 이야기를 300페이지나 풀어내려면 하루일과를 10페이지나 써대야 한다. 그러자면 아침 식사에 요플레가 딸기맛인지 파인애플맛인지까지 시시콜콜하게 적어야만 했을 것이다. 아, 가련한 작가!
몇시에 일어나서 몇시에 출발하고....먹기전에 음식사진 찍고...유적지 사진 찍고. 15일째 오후 2시 반에 사먹은 오렌지 주스가 1.2유로인지 1.7유로인지를 독자들이 궁금해할 거라고 해서 이렇게 상세하게 다 올려놓았나? 자신을 위한 책인가? 독자를 위한 책인가? (압권은 저자가 여행다녀오면서 사왔다는 물건들 사진이다. 할말이 없다. 블로그에 올리면 딱 좋을 수준인데...) 의미, 개념 이런 단어와는 별거 중인가? 읽으면 읽을수록 이 책은 저자 허은경씨의 개인 기념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왜 출판한거야? 지극히 사적인 수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만 뭐 건진게 있다면 남부 이태리인들의 여유로운 삶, 음식에 대한 투자!(와우 이렇게 먹는거였어? 이렇게 좋은 음식물들을 이렇게 푸짐하게 이렇게 천천히 즐기며 먹는다니...) 뭐 그 정도...에 간간이 들어있는 미술사 이야기. 그나마도 너무 피상적이라 별 힘이 없다.

글도 아마추어.
사진도 아마추어.
위트도 인생경험도, 통찰력도 보잘것 없는 서른몇살 먹은 아줌마의 시실리 체류 일기장.
(유독 여행기를 펴내는 저자들 중에 특히 여자들이 이런 경향이 많다. 짧은 여행을 다녀와서 수첩에 적어놓은 일정을 더듬어가며 강냉이 뻥튀기하듯이 팡팡 찍어낸다. 앞으로는 싸이월드를 이용해주시길.)

민우형 여행기 바로 직후에 읽어서 이 책에 대한 실망감이 할증되는 것 같다. 에레이~

이렇게 혹평을 쓰다니. 나도 놀랍다. 이 책을 내가 구입이라도 했더라면 아마 당장 출판사에 전화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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