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집 이야기

Essays 2006. 10. 15.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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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울에서 정용재, 명길형과 하숙하던 집은
지나치게 알뜰한 집이었다.


1. 국들의 화려한 변신
예를 들어 오늘 아침메뉴 콩나물국.
저녁에는 미역국일 경우...(하숙집은 아침 저녁준다.)
미역국을 휘적휘적 먹다보면 하나씩 건져지는 콩나물들..ㅡ.ㅡ;;;;;;;;
어떻게 콩나물국 육수에 미역국을 만들 수 있는지...아줌마 능력은 정말 대단...(소고기 조금 넣고 조미료 듬뿍 넣으면 가능하긴 하다.)
저녁 된장찌게에서 아침에 먹던 콩나물이나 북어 같은거 나오는건 매우 흔했고...


2. 삼겹살
매주 수요일이면 삼겹살을 구워먹었는데...
불판이 삼겹살용 불판(기름이 빠지는)이 아니라 중국팬이었다.ㅡ.ㅡ;;;;그러니까 고기를 구울수록 기름이 점점 팬 중앙으로 모이게 되는...급기야 기름의 바다속에서 삼겹살들이 헤엄치게 된다. 그러면 아줌마는 집게로 휴지를 둘둘 말아서 기름을 척척 닦아낸다.
내가 먹어본 삼겹살 중에 그렇게 비계많고 맛도 없는 고기는 그때가 마지막.ㅋㅋㅋ



3. 미역국
내가 국가고시 치는 주였던 걸로 정확히 기억된다. 어찌나 미역국 메뉴가 많이 나오던지...
국시 전날까지 미역국 먹고 다녔던 기억이 또렷.
그때가 미역파동이었나??ㅎㅎㅎ


4.노란밥
처음에 이 집은 왜 밥이 노랄까 몰랐는데, 밥을 오래 두니까 노랗게 되는 걸 그 집에서 알았다. 시험기간에 애들 집에서 밥 안 먹으면 더욱 노래진다. ㅋㅋㅋㅋ


5.과일
내가 2년 꼬박 하숙하면서 사과 한쪽 먹지 못했다. 나는 그 집에는 원래 과일 안 먹는 줄 알았다.ㅡ.ㅡ;;;
근데 어느날 내가 늦잠자서 10시쯤 학교 간적이 있는데, 그때 우연히 현관에서 아줌마랑 딱 마주친거다.
그때 아줌마 양손에 들려있던 봉지에는 과일 한가득. 자기들 먹는 과일은 애들이 학교 등교하면 사다 나른거다.ㅡ.ㅡ;;;;;;;그 때 기분은 뭐랄까...아, 나는 여기서 사육되고 있구나~~
주인이랑 애들이 원래 딴 거 먹는거 인정한다쳐도 그 집은 지나치게 알뜰했다. 7년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또렷이 기억나는 걸 보면...
아무튼 그 집주인이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다.

"저래 살지 말아야지."


아무튼 원장 입에 들어가는 한약이랑 환자 입에 들어가는 한약이 다르면 안되는거다. 잔기술은 오래가지 못하고 눈속임은 언젠간 뽀록나게 돼 있다.

나는 내 보약 먹을때 30봉다리로 짜서 먹는다.
같은 20첩으로 45봉으로 물타서 달여주면 더 잘 낫나?
아니면 묽게 쓸수록 좋다는 학계 보고가 있나?
아무튼 몇봉지 뽑냐는 건 한의사의 자유니까 내가 간섭할 건 아니고...

만약에 "저 한의원은 45봉 주는데 여기는 왜 30봉주냐"고 지랄하는 환자가 오면 그 자리에서 전탕실 데리고 가서 봉지 다 뜯어서 포장기에 붓고 물 더 붓고 50봉으로 뽑아버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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