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10년

Essays 2010. 7. 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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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대라는 닭장에서 나온지 10년째.
침과 한약을 내 손발가락처럼 자유자재로 쓰고 싶다는 소망도 희미해지고.
어영부영하는 사이 시간만 집어먹었구나.
첫 2년은 뭘 해야하는지 몰라서 방황하다 날리고
그 다음 4년은 매너리즘이라는 온탕 속에서 지나치게 휴식하고
그 뒤 3년은 개업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만용 속에서 업을 짓고 살았네.

그 동안 참 미숙한 어린이가 칼자루를 쥐고 흔들어댔구나!
또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개업이라는 칼을 쥐고 흔들어댈 것인가.
마치 중고차시장같은 한의원들의 모습.
어떤 차를 골라야할지, 똥인지 된장인지, 어린이인지 베테랑인지 당해봐야 아는 시스템.
품질이 보증되지 않으니 결국 최저가격으로 후려침을 당한다. 차주들은 소비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미션엔진에 신경쓰기보다는 당장 때깔나는 외형과 도장에 더 신경쓰는 형국이로다. 악순환.

이제야 내가 뭘 모르는지 조금 알듯말듯한데...후후후. 내가 휘두른 칼에 맞은 이가 몇이런가.

양방은 플렉스너 보고서가 나온 이후 주도권이 임상의에서 의과대학으로 완전히 넘어가버렸다. 한방은 아직 임상의가 끌고가는 형국인데, 강의의 질만 봐도 임상의들의 전투력이 훨씬 높다. 플렉스너는 한의에도 출현할 것인가!

졸업 10주년이면 기념논문 같은 거 하나 써야 하지 않을까? 후후후
이제 딱 20년 더 하면 이 짓도 못하겠구나...

어린이는 칼을 휘두르지말자. 손 다쳐..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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