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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김씨가 향방 훈련을 받았다. 이날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속에 김씨는 "오늘 잘하면 실내 교육만 하겠어. 비가 더 퍼부었으면..."라며 간절한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오전에 도서관에 들린 김씨. 점심을 먹는둥마는둥하고 동사무소로 향했다.

그리고 약 1시간의 시청각교육을 마친 후, 실외교육이 이어졌다.
마당에 집합한 예비군들. 하늘을 보니 이제 막 비가 퍼붓기 직전이다. 모두 환희의 기쁨 속에 다시 강당으로 올라가 북한의 실상에 대한 비디오를 볼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이윽고 나타난 동대장의 입에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자, 예비군들은 분대장 인솔 하에 모두 우의를 입습니다. 실시"

(참고로 30분 전에 분대장 견장 견착식도 했다. 나는 예비군 훈련 4년 받아오면서 분대장 견착식하는 동대는 여기가 처음이다.)

우의???????!!!!
예비군에게 우의가 어울리는 아이템이란 말인가?
우리가 잘못 들은건 아닌지 모두 귀를 의심하게 했으나, 곧 이어 나타난 상근의 손에는 마대자루 가득 우의가 들어 있었다. 아, 냄새만 맡아도 졸도할 것 같은 콤콤한 스멜..(군대 물건들은 모두 다 똑같은 썩은 내가 난다)

몇명이 개겨보지만, 곧 비가 퍼붓자 모두 우의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우의의 재질은 비닐!!!!!!! 으아.......이건....도저히.......

"자, 두줄로 줄맞춰서 앞으로 갓"

비를 맞으며 터벅터벅 걸어야했다. 이미 우의 안에는 땀으로 가득차 옷이 홀딱 젖은 채로....(산악인들 사이에서 비오는 날 우의를 입고 활동한다는 것은 금기에 가깝다. 왜냐면 어차피 우의 안 입고 비에 젖으나 우의 입고 땀에 젖으나 차라리 비맞는게 훨씬 시원하다.)

동네 관할구역을 모두 돌고, 목진지 구축 지점마다 멈추어서 적들이 어디로 침투하고 어디에 진지를 쌓고 어떻게 방어하는지 설명하는 동대장.
비는 퍼붓지, 행인들은 모두 힐끔힐끔 쳐다보지, 길막힌다고 차는 빵빵거리지...그 상황에서 예비군들 총에 실탄이 안 들어있다는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행군을 모두 마친 우리는 땀에 흠뻑 젖은 채로 강당으로 돌아와야했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동사무소 방위협의회에서 기증한 소보로 빵과 포도쥬스.



김씨가 배급받은 빵과 쥬스를 하이바 안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았다.
나중에 먹고 보니
의외로 저 빵......


정말 맛없었다. ㅠ.ㅠ  팥빵을 달란 말이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씨는 "더이상 이 동네에서 살 수가 없다. 남한 최악의 예비군 동대가 바로 여기구나. 당장 위장전입이라도 해서 주소를 옮겨야겠다."고 소감을 피력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서울/사회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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