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사평위산의 추억

Essays 2010. 8. 25. 12:28

반응형
"저 선생님, 9012호 최억분 환자, 지금 계속 구토하고 오심있는데 어떡하지요?"

시계가 새벽 2시를 넘기고 있었다. 자다가 일어난듯한 담당의가 잠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향사평위산 2포 주세요"

"잘 못 들었습니다."

"아..씨..향사평위산 주라고!"

"네."


유령처럼 스테이션으로 걸어가서 컵을 가져와서 봉지 뜯고 물에 풀어서 개는데,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몸도 피곤하고.

이 환자는 뇌종양 말기.

향사평위산이라니. 그것도 엑스제를... 과연 삼킬수나 있을까.

환자 입에 컵을 갖다대 보지만, 반도 못 넘긴다.

상황이 한편의 개그 콩트같다.

구역질하는 할머니 옆 침대에 물끄러미 앉아서 한참 지켜봤다. 몸이 나른해진다.




(그날 일은 내 20대의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반응형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