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이우일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만화가다. 95-6년도에 동아일보에 도날드닭을 연재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당시 비대위실에서 피로에 쩔어살던 나의 유일한 낙이 닭만화 보는 거였었다. 그때 광수생각도 한창 인기가 있었는데...(광수생각은 뭐랄까. 좀 가식적이라고나할까. 뭐 하여튼 인공감미료 같은 그런게 느껴진다.)

이우일이 썼다는 것만으로 나는 이 책을 집어들었다.(지금까지 그의 가족-그의 와이프도 만화가다-이 펴낸 책은 거의 다 읽었다.)

이 책에는 여행다니면서 그린 스케치가 들어있는데 참 좋다. 나도 여행을 갈때마다 스케치북을 갖고 다닐테야!
평소에 친구나 내가 좋아하는 지인들을 만나서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고 스케치를 하거나 캐리커처를 그려주며 낄낄거리고 노는 게 내 목표다...

사진이 이메일이라면 스케치는 종이편지같은 것.
스케치를 하려면 풍경을 세심하게 뜯어봐야 한다. 캐리커처 역시 상대방의 이모저모를 잘 뜯어봐야 한다. 더 관심을 기울여서 더 자세히 봐야 한다.

사진은 보통 1/250초의 찰나에 결과물을 뚝딱뚝딱 들어내지만 스케치는 10분 이상 풍경을 여기저기 뜯어보고 느껴야 한다.
이메일은 1분 내외로 작성 가능하지만, 편지는 훨씬 더 오래 걸린다. 진도가 안 나가는 만큼 상대방을 생각하는 시간도 더 길어진다. 편지 쓰는데 30분 걸리면 적어도 내가 당신을 30분은 생각했다는 정표가 담긴 것이다.

이런 아날로그적인 표현방식에 우리가 정감을 느끼는 것은 '내가 당신을 위해 바친 시간'이라는 요소가 더해져 더 소중한 법이다. 20만원짜리 넥타이핀보다 일주일 걸린 십자수가 더 소중한 선물이 되듯이.


스케치는 훌륭했으나 여행기로서의 이 책의 가치는....흠,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이건 아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기념품 여행기'+'었다 여행기'의 종합선물세트였다. 어떻게 이럴 수가!
중간중간에 실린 스케치와 마지막에 실린 사진은 훌륭했지만, 글은 정말 아니다.


홈비디오를 극장에서 상영하면 안되는 거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라서 여기까지만.)
반응형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