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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목은 '몸이 갇힘으로써 갇혀있던 마음이 풀려났다'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자신감이다.
자신감의 원천은 더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바닥에 닿았다는 점에서 나온다. 내 경험상 음이 다하면 양이 생하듯이 모든걸 다 잃고 나서 더이상 잃을 게 없을 때, 그때 사람이 더 활발해지고 더 유쾌해지고 더 너그럽고 재밌어지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지고 자신감으로 충만해진다. 저자의 마지막 에필로그도 이 이야기로 끝맺고 있다. 전적으로 동감이다!

그는 초등학교때 미국에 이민을 갔다.
대학을 졸업하고 로스쿨 2년째 되던 해, 부모님집에 가다가....
고속도로에서 빗길에 끼어드는 차를 피하려다 도로를 이탈하고 전복사고를 당한다.
지붕이 내려앉아 목뼈가 부러진다. 아나운서 정은임 사고랑 같다.

사지마비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지낸다.
5년간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헌신적으로 간호하지만, 그녀의 목덜미에 있는 키스마크를 보고 이별한다.
그 후 물리치료사와 사귀다가 약혼했지만 다시 이별한다.

로스쿨에 복학하여 졸업하고 검사로 채용된다.
그리고 공중파방송국에서 취재를 하고(그가 그냥 사지마비 환자였으면 취재하지 않았을테지. 후후후)
이 책도 나온다.
이 책은 공개구혼의 의미가 강하다. 내가 살아온게 이렇다. 내가 바라는 여자는 이러하다.

그리고 이 책이 나온 직후 결혼에 성공한다.
수백억 자산을 가진 웹젠의 이수영 사장이 현재 그의 와이프다.


자살.
전신마비환자가 자살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거구나. 목을 매달수도 투신할 수도 음독할 수도 없다.  이론상으로는 그나마 혀를 물고 과다출혈을 유도하는 게 좀 가능성이 있는데 그 방법도 성공하기에는 혀에 그만큼 큰 동맥이 없다. 그나마 얼마 지나지 않아 지혈이 될 게 뻔하고...더군다나 출혈이 될 동안 남에게 발견되지 않아야하는데 그건 거의 불가능하고.

진짜 자살이라는 것도 사지 멀쩡한 놈들의 특권이구나..!!
무엇보다 저자가 자살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죽으면 너무 심심할 것 같아서라고 ;;;;;;;;;;;;;;;;;

이 책에는 전신마비 환자가 살아가는데 얼마나 힘든 일이 많은지 구구절절 담겨있다.
물 한잔 마시기.
소변보기
대변보기
침대에서 일어나기
바지입기
세수하기
어찌보면 두세살만 돼도 할 수 있는 일들.

머리 속은 사십대인데 몸은 한살반인 경우다.

L1가 끊어진 환자는 L3끊어진 환자를 부러워하고
T5이 끊어진 환자는 T9이 끊어진 환자를 부러워하고
이런식으로 척추레벨단계를 올라가면서 부러움의 강도는 달라진다.

저자가 하지마비환자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야, 내가 너처럼 두팔만 다 쓸 수 있었어도 이 세상 못할 일이 없겠다.'

(정상인인 우리 인생도 똑같다. 아반떼 몰면 그랜저가 부럽고, 그랜저 몰면 벤츠가 부럽다.)


뭐든지 잃어버리고 나면 그것의 진짜 가치를 알게 된다. 그게 사람이든 돈이든 지위든...팔다리든.


저자는 에필로그에 자신감 이야기로 마무리했다.
자부심, 자존감, 자신감에는 두가지 루트가 존재한다.
외부에서 '잘한다 잘한다' 남의 호평과 칭찬으로 성립되는 자신감과 스스로 내부에서 뿌리내리는 자신감.
물론 후자의 질이 더 좋다.

한국판 '잠수복과 나비'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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