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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반 기생의 모습을 담은 논문같은 책이다.  저자인 신교수님은 기생전문가!!!

그동안 갖고 있던 기생에 대한 이미지를 모조리 박살내버린 책이다. 기생이란 술집에서 웃음 팔고 술따르고 몸파는 천민들인 줄로만 알았는데...

요즘으로 치면 연예인들이었구나.
권번이라는 연예기획사에 들어가서 연습생을 거치고 풍류, 음악, 시조, 그림, 춤을 배우고 영화에 출연하고, 광고에 나오고, 공연도 다니는....거기다가 화대가 지급되지 않으면 기생들이 조합 단위로 파업도 벌였단다. 헐....요즘 룸싸롱에서 일하는 여성들이나 매춘부들에 비하면 훨씬 대우가 좋았던 직종 같다.

그리고 평양기생들의 원칙이 단골손님과 평양사람과는 섹스하지 않는다는 것. 단골과 섹스하는 관계까지 진전되면 금새 소문이 나고 다른 손님들이 찾지 않기 때문이란다.

당시 쌀한가마니가 8원.
기생이 시간당 1원 이상 받았는데, 4시간에 6원 정도 받았다고 한다. 출연료같은 개념.
한달 페이가 2-300원 정도. 엄청난 고소득자.

이효리, 김태희, 송혜교 100년 일찍 태어났으면 모두 기생들인거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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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의 귀머거리 소년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김은호를 찾았다. 당대 최고의 화가. 마룻바닥에 무릎꿇은채로 그림을 배운지 1년만에 조선전람회에서 입선을 따낸다. 스승은 그 소년을 총애했고, 나가는 대회마다 승승장구한다.

귀는 먹었지만 붓질 하나는 용한 천재화가라는 별명이 붙었다.

2년뒤 그 소년을 키워주던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할머니와 함께 남게된 소년.
건넌방에 세를 놓았는데 새 식구가 들어왔다.
딸둘을 거느린 홀어미.

첫째딸이 15세였고 이름은 이소제.
소제의 어머니는 폐결핵을 앓고 있었다. 소년의 할머니는 그 방에 소년이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막았지만, 소제를 좋아하는 소년의 마음은 점점 커져가고...

마침내 다음해 출품작 모델로 소제를 선택한다.
소제는 소년 옆에서 시중을 들고 청소하고, 그림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잡일을 도맡아한다. 그러는 사이 둘 사이는 점점 정이 쌓여가고 마침내 소제를 모델로한 인물화가 입선작에 당선된다.

그 즈음 결핵에 걸린 소제는 매일 피를 토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더 늦기 전에 소년은 할머니의 눈을 피해 소제를 데리고 몰래 집을 빠져나와 마지막 초상화를 그린다. 행여 그림그리는데 방해가 될까 소제는 피가 솟는 기침을 꾹꾹 눌러 참는다. 그림이 다 그려졌을 때 이미 저고리가 흠뻑 젖을 정도로 용을 쓴 소제.

그러던 어느날...

소제는 갑자기 이사를 가버린다.
다음해 그 마지막 초상화가 입선으로 당선되었지만, 축하해줄 소제는 곁에 없다.

그리고 얼마뒤 소제가 피를 토하다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1935년의 일이다.



그리고 1992년 노인이 된 소년에게 사진이 한장 날아온다.
그때 그렸던 초상화를 찍은 사진.
그 초상화는 세브란스에서 구입하여 병원에 걸었는데 한국전쟁 중에 행방이 사라졌다.

반세기만에 초상화를 다시 본 노화가는 눈물을 가득담은 채 중얼거린다

"그래, 소제네. 소제 맞아"



그 소년은 운보 김기창. 2001년 작고.


아래가 바로 그 그림이다.
파란 저고리 입은 여자가 이소제.
노란 저고리 입은 아이는 김기창의 여동생



소제의 어머니는 기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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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화 이야기.

그녀는 평양에서 태어나서 11살에 기생이 되고 17세에 드디어 상경한다. 시조를 잘 지었고 노래도 잘 하고 외모도 출중해 한양에서 가장 인기높은 기생이었다.
수많은 남자가 그녀에게 접근했으나 강명화는 진정 사랑하는 이에게만 정조를 바치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날 부잣집 아들 장병천을 만난다.
요즘으로 치면 재벌2세.
병천과 명화는 사랑에 빠지고 도쿄로 도망친다.
명화는 병천이 자신을 불신하지 않을까하여 머리까지 잘라버린다.
그리고 아사쿠사에 집을 얻고 병천은 대학에 들어가고 명화도 우에노음악학교에 들어간다.
그러다가 기생과 같이 산다는 소문이 퍼지자 집에서 돈도 끊어지고
유학생들도 재벌2세가 기생과 놀러왔다는 소문을 듣고 병천의 집에 찾아온다.
그 자리에서 명화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기생이 아니라 장씨문중 사람이고 우리도 고생하며 사는 유학생이다"

그리고 손가락 하나를 잘라버린다.

기겁을 한 유학생들이 모두 도망쳤지만 경제적 어려움은 점점 심해지고 결국 서울로 돌아온다.
기생과 바람났다는 이유로 병천은 집에서도 돈이 끊기고 끼니까지 걱정할 정도로 궁벽해진다.

어느날 명화는 옷 한벌, 구두 한켤레를 사달라고 조른다.
명화가 병천에게 처음으로 사달라고 말을 꺼낸 선물이었다.

그리고 온양온천에 가서 며칠 놀다가 오자고 조른다.


온양의 모여관방에 들어온 명화는 밤이 깊어지자 몰래 독약을 마시고 정신이 혼미해지기 전에 병천의 품에 안겨 유언을 남긴다

"제가 곧 죽으니 이제 부모님께 돌아가셔서 효도하시고 다시 사회의 큰 인물이 되세요"

병천이 그녀를 업고 의사를 찾지만 끝내 살리지 못한다.

정신을 놓은 병천은 서울로 명화의 시신을 운구하였는데,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병천의 아버지가 정성껏 장례를 치루어준다.


 명화가 남긴 유언은 다음과 같다

'나는 결코 당신을 떠나선 살 수가 없는데 당신은 나와 살면 가족도 세상도 모두 당신을 욕하고 외면합니다. 그러니 사랑을 위해 그리고 당신을 위해 내 한 목숨 내놓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그녀의 나이 23세.


장례를 치르고 난 며칠 후 병천도 결국 자살한다. 그녀와 합장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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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창창하던 동경유학생 장병천이 도도한 명기 강명화를 처음 만난 곳이 명월관인데 그 자리가 지금 광화문 이순신동상 건너편 동아일보 일민문화관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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