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종결자

Essays 2010. 9. 3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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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한의원장의 운명은 딱 두가지 뿐이다. 치료출발자가 되거나 치료종결자가 되거나...
중간 단계는 없다.   왜 그러냐면. 양의는 의료전달체계가 엉성하나마 작동이 되지만, 한의는 의료전달체계가 없다. 환자들이 착각하는게 한방병원이 한의원의 상급의료기관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한방병원은 "밥주고 잠재워주는" 큰 한의원일 뿐이다.

결국 한의에는 환자를 토스하고 전달받는 체계가 없기 때문에 한의원은 환자가 최초로 찾는 '출발자'가 되거나 아니면 온동네 다 돌아다니고 하다하다 다 포기하고 환자가 마지막으로 찾는 '종결자'가 된다.

당신이 치료출발자인 경우 : 님의 환자는 출발자인 당신의 한의원을 거쳐-의원-병원-대학병원 순으로 순례한다.(양방의 치료종결자는 대학병원 과장이다. 과장이 더이상 안돼. 이러면 환자는 거기서 끝이다. 더이상 갈 곳이 없다.)

당신이 치료종결자인 경우 : 님의 환자는 다른 한의원,의원-병원-대학병원-다른 한의원- 종결자의 한의원에 다다른다.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의원급만 돌고 돌다가 종결자의 한의원에 다다르기도 한다.)


치료출발자는 '숫자' 즉 양이 중요하다. 신환의 "유입"과 재진의 "유지"가 중요하다. 친절은 필수다. 자리는 생명이다.

치료종결자는 '케이스'가 중요하다. 신환의 "결과"가 중요하고 재진은 "신경쓸것 없음."이다.



치료출발자는 배후지에 주거지가 있어야하고 종결자는 역세권에 있어야 한다.

치료출발자는 1번타자다.  아웃만 안되면 된다. 볼넷이라도 걸어나가면 된다. 병살타나 삼진만 아니면 된다. 번트도 좋다.

치료종결자는 9회말 투아웃에 등장하는 대타다. 더이상 기회는 없다. 당장 보여줘야한다. 볼넷은 필요없다. 2루타 이상 날려야 한다.



치료출발자는 진입장벽이 낮으며 경기, 날씨, 환경 등의 영향에 민감한 매출변화를 보인다. 태풍속의 돛단배다.

치료종결자는 심해의 잠수함처럼 태풍이 불어도 매년 전진하며 성장한다.


출발자는 의사가 환자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한다.

종결자는 환자가 의사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한다.



치료출발자는 신규 경쟁자가 유입되거나 주변 환경이 변하면 반토막나기도 한다.

치료종결자는 발동이 오래 걸려서 그렇지 잘나가다가 반토막 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



치료출발자는 매일 결산표를 보며 숫자에 일희일비한다.

치료종결자는 케이스에 집중한다. 밥먹다가도 운전하다가도 그 케이스 생각한다.



한의사카페에 스코아나 숫자를 주로 올리면 치료출발자이고, 증례나 케이스를 올리면 치료종결자이다.

퇴근하는 운전길에서 오늘 환자의 진료한 숫자가 생각나면 당신은 출발자일 뿐이고...
오늘 진료한 케이스가 생각나면 당신은 치료종결자 영역에 발을 들여놓았다.


출발자는 트레이닝이 필요없다. 잘 웃고 착하면 된다. 

종결자는 강한 트레이닝이 필요하며 웃지 않고 곰보에 말더듬이라하더라도 한칼을 보여주어야 한다.



출발자는 나쁘고 종결자는 좋고가 아니다. 둘다 필요한 원장들이다.

스스로 성향과 진료 타입을 잘 평가하여 자신이 출발자 타입인지 종결자 타입인지 심사숙고하면 그뿐.


당신은 어떤 한의사가 되기를 원하는가?



출발자는 불안하고 종결자는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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