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격려

Essays 2010. 11. 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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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 금욜날 모환자분이 점심을 사주셨는데..
내가 이분 가족들을 다 좋아한다.^^
(원래 환자와 식사하지 않는다는 게 내 철칙인데...10년동안 지켜온 그 철칙이 올해 6월에 이분 가족 중 모씨를 만나면서 비빔밥과 삼계탕으로 깨짐.ㅋㅋ그 모씨는 요새 바쁜지 행방불명.ㅋㅋ)

그저께 환자분이 삼계탕을 사주셨는데..
환자와 의사 사이가 아니라 인생선배로, 어머니같은 위치에서
무형의 위로와 격려를 너무 받았다. 난 내가 그동안 너무 잘못 살아온 것 같았거든. 너무 위축되고. 소심해지고. 점점 내 모습을 잃어가는 것 같고. 사람이 점점 작아지고. 소극적으로 변하고 우울해하고...답답하고...

뭐 결과가 앞으로 어찌되건간에 그런걸 떠나서 1시간 동안 식사하면서 이야기 나누면서 인간적으로 너무 감사했다.
아, 내가 그렇게 형편없는 쓰레기는 아니었구나.
나를 지켜봐주고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는 분이 있구나. 감사하고 고맙다는 느낌.
올해 두달밖에 안 남았는데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2010년 진짜 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더 열심히..

내가 원래 내 모습을 잃어가고 자꾸 소심해지고 위축된다는 것... 그래서 겉으로는 더 명랑하게 보이려고 하고, 쉬지않고 더 정신없이 돌아다니는데 속은 더 곪고 우울해지는 것 같다.<bk>



..........................................
지금까지 감정을 억누르며 씩씩하게 잘 버텨왔다고 생각해왔는데...
그날 그분과의 식사 이후 내 마음속 감정의 댐이 완전히 붕괴되어버린 느낌이다.
나 작년에 완전 탈진했었는데, 좋은 친구들, 동기, 선후배, 동료들 덕에 기적처럼 일어나서 다시 달려왔다.
작년에 내게 일어난 일은 모든게 기적이었지.
마치 멀쩡한 것처럼 명랑한 것처럼 전력질주했지만...이제 더이상 뛸 수가 없다. 힘들어서.
그동안 내가 정말 위로받고 싶었구나. 좀 앉아서 쉬면서 괜찮다고 좀 쉬었따 뛰라고 그런 말 듣고싶었구나
겉은 멀쩡하게 보였는데 속은 완전히 곪아있었어.
삼계탕 한그릇 놓고 오간 대화였지만...
올해 들어 그런 위로와 격려는 처음 받아본 것 같아. 그날 밤에 일기장에도 썼잖아. 정말 감사하다고.


99년도였나.
어느봄날 아침. 혜화관 앞 벤치에서 명길형이 해준말이...
나보고 순리대로 살아라고 하셨다. (그때 명길이형 나이가 지금 내나이 쯤 된 것 같다)
인생살때 억지로 짜내서 살지말고. 물흐르듯...
근데 난 아직도 순리대로 사는 법을 모르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이 모든게 해결이 될까?
나도 행복해질까? 내 인생은 왜 이렇게 궤도에서 멀리 벗어난걸까?

심야에 버스가 끊긴 정류장에 홀로 남겨진 느낌.
가족도 없고. 갈곳도 없고.
어디 한 곳 전화해서 하소연할 곳도 없는...

아까 너무 갑갑해서 퇴근길에 문식이랑 술약속 잡고
용양형님한테 전화해서 내일 점심약속도 억지로 잡아놨다.
좀전에 양주누나랑 진서형도 트윗에서 괴롭히고..

분명히 남박사가 이거 읽으면 나보고 정신차리라고 할텐데...



내가 50원밖에 없어. 그래서 늘 주눅이 들어. 사람이 작아지지.
호빵은 100원이야.

이미 호빵에 마음이 빼앗겨버렸는데. 어떡하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살수도 없고 마음은 괴롭고....아 미칠것 같아.
내 마음의 욕심이 나를 괴롭혀. 집어삼키는 것 같아.

난 50원짜리밖에 없는데.

그 호빵은 나랑 연이 아닌건가...

결국 마음의 상이 몸을 괴롭히는건가...

내가 21세기 들어 가장 잠들기 힘든 밤인 것 같다...




누가 'bk 다 괜찮다. 너 잘못한 거 없고, 내일 일어나면 다 괜찮아질꺼야. 오늘밤은 일단 좀 쉬어라'고 방의 불을 꺼줬으면 좋겠다. 새벽 4시가 다 돼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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