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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여행작가 중에 가장 미남이다. ㅋㅋㅋㅋㅋㅋ
그의 차분한 목소리.
그의 깨끗한 미소.
훈남의 완성형이라고 할만한 사람이다. 검색해보시라!! bk박사님이 보증한다.!

나보다 4살 많은 성용이형은 원래 국어교사였다.
다 때려치우고 여행다니며 글쓰고 하는데, 그가 남긴 여행기를 보면 소설인지 시인지 여행기인지 좀 묘한 구석이 있다. (무엇보다 그는 따옴표를 쓸 줄 아는 몇 안되는 여행작가 중 하나이다.)

우리과 선배 중에 비슷한 과로 대마왕이라는 분이 계시다.
한의원 해서 돈 모으면 1년이고 2년이고 해외여행 다니고...그것도 뭐 어디 인도 네팔 그런 이상한 나라들만 ㅋㅋㅋ
10년전에 대마왕형이 나한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bk야 태국 온나. 나 태국에서 10만원으로 한달 살았다. 너무 좋아."

지금 대마왕형은 과테말라 어딘가에서 스킨스쿠바를 배우고 있을터인디...
내 기억속에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
내가 23살때...데모가 한창이던 시절...
어느 비오던 여름날. 대마왕이 교수식당에 가잔다. 그때 학생회관밥이 1200원 할때, 교수식당밥은 3500원이었는데.

이 양반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거야.

"사람들은 날 보고 신세조졌다..한다.....사람들은 날 보고 신세조졌다 한다...
사람들아...사람들아...나는 신세 조진게 아니다..."

신세 조진건 형이 아니고 나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마왕은 여행중이고, 나는 생활중이다.

생활의 끝은 여행이고 여행의 끝은 생활이지 않을까. 다만 우리는 생활의 비중을 지나치게 높이며 살아간다는 안타까운 점이 있을 뿐...생활과 여행 사이의 비중을 적절히 조절할 줄 알아야 그래도 한 세상 잘 살아내는 거지 싶은데.

얼마전 한 후배가 자살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활 중에 자살한다. 나는 여행중 자살했다는 사람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 녀석 지금은 어느 하늘 위로 훨훨 여행다니고 있을려나.

나는 유성용이 대마왕처럼 한의사였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자주해보는데...
아마 진짜 훌륭한 원장이 됐을꺼야.

책 많이 읽고 여행 많이 한 사람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미소에서 풍기는 아우라 같은게 있다. 그런건 타고나는 것도 아니고 배우는 것도 아니고 연습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 어리면 혈기와 호기심이 충만하고 나이가 들수록 혈이 말라가면서 대신 지혜를 얻어간다.
지혜와 호기심은 반비례하는 법이다.

그런데 이 공식이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는다. 유성용처럼.
혈기충만한 소년같은 사람이 지혜로울 수도 있다.
나는 그 비결을 여행이라 생각한다.
여행은 시간의 멈춤이다.-bk박사님 잠언록 중-

유성용의 친구들이 직장 다니고, 상사에게 쪼이고, 결혼하고 애낳고 집살 걱정에
부모님 모시고, 친구들과 과음하고 혈과 기를 축내고 있을때...
그는 어느 먼 나라 고요한 마을에서 별을 보며 글을 지었다.
친구들이 화와 칠정으로 고목나무처럼 늙어갈때 그의 시간은 지구 반대편에서 멈추어 있었다.

그는 116페이지에 이렇게 썼다.

"나는 여행으로 잊었던 내 삶의 진도들을 떠올린다."

여행을 떠나면 잠시 삶의 진도를 멈출 수 있다. 언제나 정신없이 진도 많이 빼는 선생은 밉다!
미친듯이 패달만 밟다보면 자기가 지금 어디쯤 달리고 있는지를 잊어먹게 된다.

이 책 106페이지에 나오는 말

"여기는 평화로울지 모르지만 꿈이 없는 곳입니다. 나의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요"

파키스탄 스리나가르의 어느 호숫가에서 관광객 상대로 선상숙소를 운영하는 굴람 마흐머드 팔라라는 사람이 한 말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평화와 꿈 중에 선택하라고 하면
우리는 늘 평화를 선택하라고 교육받아왔다.
안정된 한의원. 안정된 수입. 안정된 가정. 안정된 생활.

마치 야구게임처럼.
안타. 도루. 희생번트. 외야플라이. 1점 획득.
인생 살다보면 나처럼 4회말에 만루홈런 2방 연속으로 두들겨맞는 수도 생긴다. 
8 : 0
패색이 짙다.
그때 드는 생각...아...다음 회에 번트대고 플라이 날려서 1점 따면 뭐 하노... 8:0이나 8:1이나 뭐가 다르노.
에레이.샹. 막 휘두르자.
스탠딩 삼진이나 풀스윙 세방 삼진이나 결과는 같다. 빨간불 하나.
이왕 이렇게 된거. 타력전이다. 시바.

로이스터가 말했었나.
"삼진당하고 들어올때 절대 고개 숙이지 마라"



보수교육 갔다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00아 한의원 재밌나?"

"야, 재미로 하냐 돈벌려고 하는거지."

"니는 꿈 같은거 없나?"

"앗지랄!" (경상도 방언으로 이 세음절은 '야 이 미친놈아 지랄하지말고 정신차리라'라는 뜻을 내포하고있다)

지나치게 솔직한 친구다.ㅋㅋ


유성용. 나는 그의 화난 표정이 상상이 안 된다.
즐거워도 웃고, 슬퍼도 웃고, 우울해도 웃고, 난감한 일을 당해도 웃고, 도둑맞아도 일단 웃고
실연당해도 일단 웃고, 사업 망해도 웃고, 비행기를 놓쳐도 웃고...
비록 그 상황마다 웃음들의 크기 종류 성상은 전혀 다르겠지만....
하하, 훗, 흐흐, 풋. 후

코웃음이라도 일단 먼저 웃고 시작하는 놈이 강자다.



"제가요. 서울대학교 강태식 박사님한테 3년동안 치료받았고, 세브란스 이태영 박사님한테 노미넥스를 처방받아갖고 작년부터 먹고 있는데요...근데 제가 침은 아파서 못 맞고 한약은 써서 못 먹는데... 제 몸에 홍삼은 맞나요?"

"흐흥" (아, 큰일이다. 나 요새 환자볼때 자꾸 코로 웃어.ㅋㅋㅋㅋ)


170페이지에 나오는 말.

스리랑카 어느 외딴 마을에서 밥해먹고 놀다가 심심하면 옆마을까지 갔다오는 일상을 반복하던 유성용씨.
기차역 직원이 무슨 일로 그 마을에 가냐고 묻자

"딱히 이유는 없어요."

그래 우리 사는것 중에 "딱히 이유는 없어요."가 얼마나 많노.
왜 만화 그려서 올렸어요? "뭐, 딱히 이유는 없어요.ㅋㅋ"
서울은 왜 왔어요? "뭐, 딱히 이유는 없어요.ㅋㅋ"
왜 한의대 왔어요? "뭐, 딱히 이유는 없어요.ㅋㅋ"
어제 콩나물 국밥 먹은 이유가? "뭐, 딱히 이유는 없어요.ㅋㅋ"

만병통치로다!!! 자꾸 폼나는 그럴듯한 이유를 끌어다댈려고 하지말어.


비오는날 이불속에서 읽으면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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