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지난 19일 북한산 숨은벽 능선에서 김씨가 목격됐다. 산악계 소식통에 따르면 김씨가 산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 4년만이라고 한다.


-정말 오랜만에 산에 갔다고 들었다.
"내가 30대 이후의 삶에서 요즘처럼 평화로운 시절이 없는 것 같다. 산을 찾은 이유도 컨디션이 점점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겨울에는 꼭 소백산에 가고싶다. 소백산 못 간지 5년이 넘은 것 같다."

-요즘 어디서 근무하나?
"서울 모처에서 부원장 생활을 하고 있다."

-서울생활은 만족하나?
"굉장히 만족하고 잘 지내고 있다. 왜 진작 올라오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그 나이에 부원장으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을텐데
"그렇다. 같이 졸업한 형들은 이제 개원한지 10년됐고, 현역이던 친구들도 개원년차가 4-5년이 넘어간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부원장이니 꽤 많이 뒤쳐졌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지난 일 되씹어봐야 턱만 아프다. 앞으로가 중요하지 않겠나. 화재 이후 나에게 자존심이란 건 사치다. 절박하면 그런 생각 안든다."

-언제까지 그 자리에 있을 예정인가.
"처음 여기 올 때 2년 계약했었다. 아직 1년 남았다."

-지금 자리 마음에 드나?
"너무너무 맘에 든다. 편안하다. 내가 다시 정신 차리고 전열을 가다듬는데 큰 도움이 된 자리다. 직원 외 모든 분들이 배려해주셔서 잘 지낸다."

-완성형 한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현재 한의계의 가장 치명적인 부분은 너무 품질이 떨어지는 원장들이 로컬에 쏟아져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나 역시 그런 원장 중의 한명이었다. 물론 기존 선배들 역시 퀄리티 컨트롤이 잘 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하향평준화되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잠깐 멈추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멀리 내다볼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완성형 한의사란 침이든 약이든 자기 손가락 놀리듯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단계를 이야기한다. 그 정도가 돼야 간판 걸고 업장 열어서 돈도 벌고 옷도 사입고 밥도 사먹고 세금도 내지. 그 정도 안되면 그냥 의사놀이 소꿉장난이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어떤 한의사가?
"난 숭고한 마음으로 환자를 사랑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거 전부 헛소리라고 생각한다. 한의원 홈페이지 들어가봐라. 환자를 가족처럼 생각하고 어쩌고 써놨지만 전부 거짓말이다. 원장이 지 아플때 지 몸에 하는것 그대로 환자에게 시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는 쌀밥 먹고 환자한테는 보리밥 주면 되나. 맨날 피뽑고 오봉침 날리는 원장 중에 지 아플때는 오봉침 안 맞는 인간도 많다. 그러면 그 놈은 장사꾼이지 의사 아니다. 너무 얍삽하지 않나. 난 환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진료는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재내원율 높여서 돈 모으면 뭐하나. 공허하지 않나. 내가 원하는 진료, 내가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처치를 하면서 환자들에게도 존경받고 치료받는 기쁨과 보람을 나누며 한의원도 잘 돼서 돈도 많이 벌고 싶다. 돈을 많이 벌려는 이유는 많이 쓰려고. 흐흐흐."

-현재 한의계에 분위기가 좋지 않다.
"고종이 60년인가 통치하고 나라를 잃었다. 후대 역사가들이 고종이 나름 노력했다고 평가하지만 결국 나라를 잃은 사실은 분명하다. 어떤 조직이나 집단이건 리더와 브레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영롱한 춘화도 백일을 넘기지 못하고 백설이 만건곤해도 봄태양 아래 물이다. 하물며 그 집단이 하락세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한의계의 학문적으로나 임상적으로나 리더와 브레인이 태부족하다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사실이 안타깝다. 그들의 의도가 나쁘다거나 고의가 있다고는 절대 보지 않지만 세상의 공적인 모든 일은 결국엔 결과가 말해주는 것 아닌가."

-현 한의사협회 집행부를 비판을 많이 했다
"내 나름 수위 조절해서 점잖게 비판한 것이다. 화재 이후 카툰의 칼날이 좀 무뎌졌다. 내 스스로 업장이 없고 남에게 월급받는 생활을 하다보니 휘두르는 칼이 위축되고 조심스러워질 수 밖에 없다. 내 앞가림도 못하는데 무슨 남을 욕하냐는 생각도 가끔한다. 앞으로 자제할까 생각중이다. 언젠가 다시 개원하면 막 휘둘러버릴테다. 크크크"



-올해를 돌이켜 본다면
"사실 지금 일하는 자리는 돈벌려고 취직한 게 아니라 너무 힘들고 그래서 좀 쉬고싶어서, 쉬면서 정리도 좀 하고 재충전하고 싶어서 택한 자리다. 올해 나름 공부도 많이 했고,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나에게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난 해다. 무엇보다 부모님이 건강하셔서 좋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사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고르기가 힘들지만, 나의 생계 전반 및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시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주신 큰 우산같은 우리 대장님, 그리고 같이 팥침공부하는 원장님들과 학문적으로 어부바를 해주신 안준철, 이용양 박사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까칠한 bk박사님과 놀아주느라 수고하는 수다방 동기들에게도 감사! 최근에 호직이가 bk박사님에게 존경과 사랑의 의미로 최고급디카를 선물한다고 성화여서 많이 부담스럽긴하다. 크크크. 최정락이도 니힐리즘에서 벗어나서 어서 한의사의 본분으로 돌아왔으면 한다. 그리고 팬 여러분, 늘 잊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에 한의쉼터에 다시 카툰을 올렸을때 환영해주신 원장님들께 꼭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싶다. 지금 bk 모습의 1/3은 그런 원장님들 덕에 존재한다."






-올 여름에는 많이 아팠다고 들었다
"8월쯤 입원도 하고 그 뒤로 몸이 많이 상했다. 흰머리도 엄청 생기고, 피부도 많이 망가졌었다. 11월쯤에 칠정이 극심해져서 거의 잠도 못하고 최악이었다. 덕분에 환자도 많이 줄었다. 지금은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염려해주신 팬 여러분께 깊은 감사드린다."


-만화책 만든다는 소문은?
"나름 생각은 많다. 대중에게 한의학에 대해서 소개하는 재미있는 만화책도 한번 만들어서 뿌려보고 싶고, 곰간, bk캐릭터로 인형도 만들어보고 싶고, 만화로 판넬이나 리플릿도 만들어보고 싶고, 무엇보다 침이라든지 약이라든지 내 손가락처럼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될만큼 훌륭한 임상의도 되고 싶고, 아직 인생에서 뭔가 이뤄놓은게 없어서 하고 싶은건 많다. 한의학이 실상에 비해 그 효용가치면에서 저평가 된 부분이 많다. 우리 후배의 몫이라 생각한다."

-최근 학원에도 나간다고 하던데
"매일 아침 어학공부하러 다니는데, 잠은 좀 부족해졌지만 뭔가 공부한다는 게 기분 좋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한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후년쯤 좋은 성과가 있길 기대한다."

-원래 블로그가 닫혀있지 않았나?
"그렇다. 최근 몇년간 너무 인생이 우울해서 거의 닫아놓고 살았다. 싸이도 폐쇄했다. 히키코모리처럼 살았다. 그러다가 올봄에 우연히 트위터하면서, 사실 트위터도 내 인간관계가 너무 의사, 한의사 위주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좀 더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려고 시작한건데 시작한지 2시간인가 지나서 어떤 원장님한테 들키는 바람에 여기까지 흘러옸다. 그때 주로 만화가 아저씨을 팔롱했는데 그 중 한분이 세이홍 그리는 아저씨였다. 그 형님한테 티스토리 계정을 얻으면서 그 동안 죽어있던 홈페이지를 이쪽으로 옮겨왔다. 처음엔 그냥 백업용으로 쓰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잘 했다고 생각한다."

-카툰도 다시 그린다고 들었다
"작년에 한의원 불태워먹고 소재도 없고, 사실 그릴 꺼리가 없잖은가. 내 업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보니 펜만 들었다하면 너무 우울한 내용만 그려지는거다. 그래서 다 때려치우고 지냈는데 우연히 S양 방송을 듣다가 그때 방송된 소재로 그림을 그리면서 카툰 그리는 감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화재의 잿더미 속에서 타블렛이 살아났다는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나중에 개원해서 돈 많이 벌게 되면 신티크 21인치를 사는 게 내 최종 목표다."

-얼마전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인생의 턴어라운드에 대해 이야기했던데?
"인생도 주식과 같아서 상승하다가 조정받고 다시 하락기를 거치고 기간 조정 후에 턴어라운드한다. 난 09년 여름에 대화재 사건을 겪고난 후 상장폐지될 정도로 대폭락을 경험했기 때문에 의외로 기간조정은 짧게 받은 것 같다. 워낙 당시에 휴지조각처럼 변한 인생이었던지라...아무튼 2010년을 기점으로 거의 바닥을 찍고 턴어라운드했다고 생각한다. 내후년쯤 되면 진짜 턴했는지 아니면 쌍바닥으로 가는지 판가름나겠지."

-어떤 한의원을 하고 싶나
"외모로 승부하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 크크크크크. 이름도 정해놨다. 고노스킨한의원이라고... 피부전문 프랜이다. 내가 본점대표원장할테다. 크크 아무튼 환자들은 치료받는 기쁨을 느끼고 원장은 치료하는 보람을 느끼는 한의원. 몇달전까지는 너무 개원하고싶어서 몸살이 났었다. 지금은 아니다. 아직 개원하기에는 내가 실력이나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그 동안 팬 여러분들에게 너무 과분한 관심과 사랑, 애정을 받아왔다. 늘 채무자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더 좋은 글, 더 재밌는 카툰으로 보답하고 싶다. 팬 여러분들도 2011년 건강하시고 하는 일 잘 되시길 빈다. 살아보니 현재 행복하게 사는게 제일 중요하더라. 설사 하는 일이 잘 안 되더라도 지금 현재 행복한 삶을 누리시길 빈다. 저도 현재 이 순간 행복을 만끽하며 살아가도록 노력하겠다."



반응형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