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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형님 사진이 없어서 오래전에 받은 분회 수첩에서 발췌했다. 대략 15년 전 모습으로 추정되는 사진. ㅋㅋ 동료나 선후배원장님들을 보면 이 사람 참 '전형적인 의사스럽다'는 느낌을 받을때가 있는데 우석형님이 그런 케이스다. 포항에 개원하고 있을 때 내가 가장 좋아했던 선배들 중 한분...)


"니 여기 잠깐 좀 있어봐래이"

(으응? 어디 가시지?)

우석형님이 일어나시더니 원장실 문을 열고 나가셨다. 그리고 잠시후 양손 가득 비닐봉지를 들고 오셨는데 열어보니 포장된 인삼이 가득 들어있었다.
300그램짜리가 10개인가 들어있었는데(당시 인삼 300그램이 3만5천원 정도 할 때였다.)

"니 개원식날에 꽃은 많이 들어올꺼니깐 이거라도 갖고 가라. 꽃은 줘봐야 묵지도 몬하고. 흐흐흐"

개원하기 며칠전, 포항에 개원한 모든 동국대 선배님들 인사를 돌았다. 한 30명 넘는데 커피만 마시고 일어서도 전부도는데 4일 정도 걸린다. 선배님들이 이것 저것 개원에 필요한 거 많이 챙겨주셨다. 약장도 이 투어(?)하면서 얻었다.

개원하고 나서 뭔가 물어볼 일이 있거나, 고민이 있으면 우석형님에게 전화를 했었다. 쭉 듣고 나서 핵심만 콕 찝어서 정리해주신 후에 다시 핵심쟁점에 대해 짧게 의견을 물어보시고 면도칼같이 날카로운 해결책을 늘 내놓으시던 형님.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어지간히도 많이 괴롭혔던 것 같다. 내 인생 최대의 기로에 섰을때 역시 우석형님이 큰 조언을 해주셨다. 지금도 감사하다.

"그 정도면 빨리 결정해라. 선배로서 니한테 아니할말이지만 빨리 결정해라."
(친형이라도 하기 힘든 조언을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부드럽게 잘 표현하는게 형님 특기.)

불나고 나서도 시도때도 없이 찾아갔던 것 같다.

"형님, 저 진짜 이대로는 분해서 못 삽니다. 얘들 진짜 악질이에요. 저 내일 $#%@%&ㄷ$%#@%@$@%@$@#!$$^#$@$@할 겁니다 내가 한의사 안 해도 좋으니깐 이 놈들은 내가 평생 내가 전재산을 걸고 내 모든 열정을 다 바쳐서 짓밟아주고 죽을 겁니다. 얘들은 진짜 짐승같은 놈들이에요. 지금 죽어가는 애 뼈를 발라먹으려고 하잖아요."

"bk 그러지 마라. 다 지나면 의미없데이. 니가 지금 빨리 재기하는게 중요하지 복수하는게 중요한 거 아이데이."

그때 형님이 안 말려주었더라면 bk 그때 뉴스에 나왔을지도 모른다..
다 포기하고 어디 시골 요양병원 들어가려는 했는데 그때 극구 말린 것도 우석형님이랑 안병태선배님. 한창 힘들었을때 저녁에 따로 불러서 개고기 사주시고 전투력 끌어올려주신 분도 두 형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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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야 니 언제 포항 내려오노. 약 지어 물 데가 없다. 어디 가꼬?"

"우석한의원 가라. 작년에 불난 00한의원 원장 칭구라 말씀드리고 갸가 보내가 왔다고 원장님한테 잘 좀 봐달라케라."

서울 올라오고 나서 지금까지 포항에서 약지으려는 지인은 거의 우석형님에게 보냈다. 그 후에 네가티브 피드백 받은 적 전혀 없었고...(내가 형님덕을 보고 있는 형국이다.)



포항생활을 모두 청산하고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우석형님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형님, 저 이제 아무 것도 없는데 어떻게 살아야합니까?"

"너무 맘상해 하지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니 아직 젊다. 서울 가면 꼴통돼라. 미친놈은 아무도 못 이긴다. 책보고 열심히 공부하는 건 기본이고 다 외워야 한다. 그것보다 고수 찾아가서 무조건 가르쳐달라고 들이밀어라. 니가 페이하더라도 준비해야 한다. 공부하고 준비해라. 구라라도 배워라. 절대로 꿈을 잃으면 안된다. 니가 죽기전까지 100억 번다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 
한 자리에서 10년 이상 해야 뭐든지 반석에 오른다. 한칼하는 무기를 갖춰야 한다. 너무 팥침에만 올인하지 말고 두루두루 배워라. 한의사는 총알도 있어야하고 대포도 있어야 한데이.
항상 환자 중심으로 생각하고 환자를 위해서 더 투자할 생각하고 돈벌이 생각은 줄여라. 그리고 니가 지금 돈 없더라도 순리대로 형편대로 살면 된다. 마음의 안정을 찾는게 더 중요하데이. 니가 안 흔들리면 된다. 느그 집안 모두 니만 바라보고 있다. 
현찰로 5억 모아서 내려와라. 페이하면서 5억짜리 적금 들어라. 5억으로 지방에 땅사서 대출내서 집짓고 하면 재기할 수 있다. 정신차리고 흔들리지 마라. 돈 허튼데는 절대 쓰지 마라. 많이 쓰면 절대 못 모은다. 원장은 짠돌이가 돼야 한다.
그리고 돈 벌면 지역사회에서 한의사답게 살아라. 기부도 많이하고 어려운 사람들 많이 도와주고, 그래야 한의사 지위가 올라간다. 너무 돈벌이만 생각만 하지말고. 멋있게 살아. 니라면 금방 재기한다. 청소년 소아환자들한테 잘해주고, 나중에 걔들이 다 재산이다.
니 나중에 개원하면 3개월 안에 침 70에 약 10개 목표로 해라. 분명히 된다. 그런 마음 없으면 개원하지말고. 한의원은 환자를 편안하게 해주는 분위기와 동시에 원장 권위가 있어야 한데이. 참 아이러니하제. 이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
그라고 미친놈. 머리 들이미는 놈은 절대 못 이긴다. 옆집이 8시까지 하면 니는 10시까지 한다는 각오로 해라. 무조건 40 넘겨야 한다. 그거 안되면 한의원이 안 굴러간다. 새벽부터 하든 야진하든 뭘 하든 니가 더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단 서울가면 책볼 생각하지 말고 니 나름대로 데이타 노하우를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하면 가장 빨리 치료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너만의 노하우를 만들어야한다. 최단시간내에 부작용없이 적절한 가격으로 비싸지도 싸지도 않게 가장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게 뭐냐. 이게 포인트다. 꿩잡는게 매다. 이론에 끄달리지 마라. 각질환별 정방 빨리 정리하고 너만의 노하우를 구축해야 한다. 
10년 공부한 것보다 20년 공부하면 환자보기 훨씬 더 수월하다. 환자가 늘면 한의원도 확장해야 환자가 다시 줄지 않는다. 정체하고 안주하면 환자가 줄어든다.(전에 우석형님이 부용당에 재직할 때 일화랑 대구에서 추나강의할 때 일화를 이야기해준 적이 있음. 거의 공부하는 기계였음.ㅠ.ㅠ)

환자가 고민하는걸 원장이 고민하지 마십쇼.(우석형님이 조언해주다가 좀 흥분하면 존대말을 하는 습성이 계시다.^^) 왜 약값 같은걸 원장이 고민하고 있십니꺄? 그런건 환자가 고민하는거지요. 그냥 환자에게 약은 본인이 결정하세요. 오늘은 침만 맞으시고요. 고기까지만 하면 의사로서 할일은 다 한겁니데이.
환자가 언제 다 나아요?라고 물으면 70%까지는 의사가 해줄 수 있지만 나머지 30%는 나도 모릅니데이라고 합니다. 내가 신도 아니고 우째 다 압니까. 여유를 갖고 부드럽게 진료하되 환자 많이 보십쇼. 환자한테 이기려고 하지 마시고요. 지는게 이기는 깁니다. 다만 원장을 우습게 보지 않도록 하시고.
자꾸 환자를 재진을 오래 오게 해서 길게 끌고 갈려고 하지 마십쇼. 빨리 빨리 치료해서 내쳐야 합니다. 야구연습장에서 배팅볼 쳐내듯이 환자 빨리빨리 고쳐서 사회로 복귀시키는게 우리 임무임다. 매일 와서 침맞으라고도 하지 마십쇼. 초진은 이튿날 반드시 오게 하지만, 그 뒤로는 격일로 오게 하십쇼.

그리고 직원. 결국 가장 중요한건 팀웍입니데이. 서로 눈빛만 봐도 척척 할 수 있게. 로테이션하지 말고 접수대에는 베테랑을 앉히고 초짜배기는 침구실에서 원장이랑 같이 움직이도록 하십쇼.
무엇보다 실력키우고 스스로 한계를 잘 알아야 성공하는 임상의가 됩니데이. "환자분 이건 내 실력으로 안 됩니다" "수술하기 전까지는 제가 최선을 다해 드릴테지만 000 이상되면 수술해야됩니데이. 그 이상은 나도 못 합니데이." 이런 말이 술술 나와야 합니다. 니 한계도 모르고 진료하면 안됨다. 그 무엇보다 니가 아무리 실력이 천박해도 저 원장한테 가면 뭔가 좀 좋아지겠구나 희망과 신뢰를 주는 의사가 돼야합니데이.

사람이 살다보면 니처럼 늪에 빠지기도 하고 온갖 어려운 일이 다 생긴다. 그기 인생이다. 그럴때 독수리처럼 살아라. 멀리보고. 다 지나고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환자가 뒤로 계속 밀리는데도 멀리 떠나는 후배 붙들고 한마디라도 더 해주려는 우석형님.

"형님, 제가 돈 많이 벌면 꼭 포항 내려와서 술한잔 살께요."

"그래, 그래라. 니 하루 술값 3백만원 낼 정도로 성공하면 그때 얻어묵자."


(나중에 개원해서 자리잡으면 포항에 동대동문회 망년회 할때 비행기 타고 하룻밤 내려갔다 올까 생각중이다. 참고로 우석형님이 회장을 10년하기로 했는데 이제 한 7-8년 남았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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