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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깜빡하고 안 갖고 왔네"
원래 오늘 저녁에 동의보감 강의가 있는데 동의보감을 집에서 안 가져온 것! 어젯밤에 챙겨놨는데 아침에 서둘러서 나오느라 깜빡했다.
점심도 거른 채, 책 가지러 집으로 가야했다.
"아..나...이렇게 좋은 날씨에 밥도 몬 묵고.."
투덜거리며 차에 오르는 김씨. 오늘따라 종로 일대에 차가 엄청 밀린다. "아, 오늘 토요일이지."
요리조리 최대한 빠른 루트를 찾아서 몰아보지만, 코르크마개처럼 꽉 막힌 도로는 도통 뚫릴 기미가 안 보인다. 라디오에서는 유쾌한 잡담이 나오고, 김씨의 짜증은 쌓여만 간다.
30분간 맹렬 질주끝에 무사히 집에 도착한 김씨.
차에서 내리려는 찰나 문득 한가지 생각이 스친다.
"죄송한데 다음주에는 강의를 쉽니다. 제가 어디 가야돼서요."
지난 주말 이용양 박사님이 강의 중에 한 말이다. 아, 정말일까? 설마. 오늘 쉬는 날일까?
바로 이용양박사님께 전화를 걸었다. 두근두근...마치 대학합격 ARS전화를 걸때 느낌과 비슷하다.
"형, 저...오늘 강의 없는거 맞나요?"
"응. 없지."
나의 격정적인 성정과 달리 너무나 편안한 목소리의 이박사님...마치 미국에 사는 사람과 통화하는 기분이 든다.
아,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을까. 김씨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위로를 좀 해달라는 텔레파시를 보내자 이박사님이 너무나도 평온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셨다.
"그래. 사는 게 그런거야. 원래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하게 돼 있어. 그래도 니 혼자 강의실에 앉아있었어봐바. 그거보단 낫잖아. 좋게 생각해~"
'그래. 작년 겨울에 혼자 강의실 와서 앉아있었다던 000누나보다는 내가 낫지! 내가 잘한거야. 그래. 잘했다고 생각하자. 근데 좀 기분이 오묘하네. 화가 나는건 아니고.. 그렇다고 다행이다싶은것도 아니고..'
애써 자위하며 다시 차에 오른 김씨.
허탈한 마음에 차를 몰고 다시 한의원 근처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햐, 오늘따라 날씨는 또 죽이는구나.
주차장에 도착하니 그제서야 허기가 느껴진다. 차에서 내려 뭐라도 사먹으려고 하는데, 주머니를 뒤져보니 천100원이 나오네.
음, 요새는 이걸로 빵 하나도 제대로 못 사먹는다. 한의원으로 돌아가는 길 도중에 크라운 베이커리가 하나 있는데 거기 제일 싼 빵도 천원짜리!
그거라도 사먹으려고 기웃거리는데 이런!
팥빵이 모두 팔리고 없어!!!
그렇다고 들어가서 팥빵 하나 사고 카드 그을 순 없잖아. ㅠ.ㅠ
뭐.....이런 날이 다 있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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