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김고운

Essays 2011. 4. 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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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에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인물탐구에 등장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최근 일본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김씨. 느낀바가 참 많았다고 한다.

1. 마케팅
우선 일본어학원에서 매달 프로모션하는 마케팅 기법들이 실제로 요즘 잘나가는 프랜차이즈 병의원 마케팅 기법과 거의 95% 이상 동일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점.
독자 중에 병원 마케팅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면 책 수십권 보는 것보다 종로 영어학원에 가서 기웃거리고 상담도 받아보고 돌아다니는 게 백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2.프린트
이 부분은 김씨가 진짜 놀란 부분인데, 학원에서 하루에 한장씩 날라오는 프린트물. 고노사이보그학원의 출범 역시 일본어학원에서 받아본 프린트물이 가장 큰 모티브가 됐다고 평가한다. 학원 다니기 전에는 교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교재는 진짜 말그대로 교보재였고, 정작 중요한 핵심은 프린트물이었다.
책과 프린트물은 다르다. 아, 이래서 뭐든지 독학하면 망하는구나. 학문이라는 건 사람과 사람으로 전승되어야 하는거구나. 사람->사람 (0)    사람-->책-->사람(x)
책보고 공부만 하면 진짜 안드로메다로 가는구나. 운 좋게 방향이 맞다해도 시간의 효율성 면에서 비교가 안되는 거구나. 독학은 절대 금물. 그게 한의학이든 뭐든.


3.김고운
뭐 학원강사가 다 거기서 거기지. 뭐 일본어만 잘 가르치면 되는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김고운 샘 수업을 들으면서 느낀 바가 참 많았다.


<아이스브레이킹>
원래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마주한 가운데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공간에 있으면 공기마저 무겁다. 그래서 병원이든 어디든 사람을 대하는 서비스업에서는 '아이스브레이킹'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고운샘은 수업 첫날 낯선 교실에서 잔뜩 쫄아 있는 학생들 앞에서 그 어떤 사람보다도 아이스브레이킹을 잘했다. 학생들을 제압하거나 기선을 잡아야한다는 뉘앙스가 전혀 없는 첫 수업.


<누구든 비난하지 말자.>
로컬에 있다보면 환자의 행동을 비난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 한의원에 다니는 간경화 할머니가 매일 술을 마신다든지...비만 치료받는 애가 지 기분 안 좋다고 라면에 밥 말아먹는다든지...소위 티칭이라는 명목으로 (정보 제공의 영역을 넘어서서) 환자의 생활습관에 대해 의사가 이러쿵저러쿵 지나치게 간섭하는 행위를 하는데.......그런데 의사 본인들은 진짜 그렇게 생활하는가? 지는 그렇게 생활 못하면서 환자한테는 왜 그렇게 교장선생님처럼 구는 걸까. 무슨 권리로 술도 먹지 말고 하루 8시간 취침하고 명상하고 살아라고 지도하는가? 니는 그렇게 못 살면서 ㅋ

숙제를 안 해온다든지, 복습을 잘 안한다든지..내가 가르치는 입장이라면 참 짜증도 나고, 지각을 하면서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든지 그러면 참 짜증도 날텐데... 사람인 이상 짜증은 나겠지만, 반응방식은 다르다.

<격려하는 방식>
지각을 하는 학생이 있다고 하자. 10분이 지나서 수업흐름을 끊고 불쑥 들어오는 학생에게 '무안한 분위기'를 제공하는 강사가 있는 반면, "어, 들어와. 빨리 앉아"라고 말하는 강사가 있다.

학생이 복습을 안해서 잘 모를때 머뭇거리면 '어떻게 그런 것도 기억을 못하느냐'는 분위기를 만드는 강사가 있는 반면, "예상대로 싹 다 까먹었죠. 원래 그런거죠."라며 격려(?)하는 강사가 있다. 김고운은 후자다.
고운샘이 가장 즐겨 쓰던 말 : 요쿠 데키마시타
뭐 잘한것도 없는데 늘 요쿠 데키마시타...


<학원은 왜 다니고 병원은 왜 다니나?>
살다보면 일을 되도록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일이야 되든 말든 과정만 따지는 사람이 있다.
고운샘은 전자다. 시험이든 숙제든 뭐든 그건 어디까지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도구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시험은 떨어뜨리기 위해 치는게 아니라 붙여주려고 치는 것이다.

매일 3시간씩 공부하고 교재 다 복습하고 단어 다 외우고 ebs 강좌까지 들을 수 있으면 학원은 뭐하러 다니나...
저녁 굶고 운동 1시간하고 술 안 먹고 일찍 자고 식사량 줄이고 야채 많이 먹고 그러면 뭐하러 비만 티케팅 하러 오나. 의사가 자꾸 교장선생님이 되려고 하면 안된다.
그런 바른 생활이 안 되니깐 병원 오는 거지. 그거 다 되면 뭐하러 병원까지 오겠냐고.
복습도 잘 못하고 따로 시간도 못 내는 직장인들이 어떻게 해서든 몇달 후에 일본어로 말할 수 있게 만들어내야 하는 게 학원의 임무.....개판으로 생활하는 환자를 일단 정상으로는 만들어놓는게 병원의 임무다.


<말투>
원래 김씨가 좋아하는 사람의 말투를 유심히 연구하는 버릇이 있다. 말투에 그 사람의 성정, 인품이 그대로 드러나며, 좋은 성품에서 좋은 말투가 나온다.

김고운 샘의 말투의 특징은 마치 제3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듯 말하는 몇단콤보로 말하는 "~죠"라고 할 수 있다.
이 책 되게 좋아요 --> 이 책 되게 괜찮죠. 나쁘지 않죠. 사고 싶죠.
그날 되게 기분 나빴어  --> 나는 그날 기분 나빴죠.
이렇게 하면 안돼 ---> 이렇게 하면 안되겠죠.
이거 괜찮아 ---> 이거 좀 괜찮죠.
아, 짜증나네  ---> 그럼 제가 짜증나게 되죠.
이 색히가 저렇게 운전하네  ---> 저렇게 양아치처럼 운전하면 안되죠.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죠..죠...죠...죠....로 이어지는 대화. 환자와의 대화에서도 아주 훌륭한 어법일듯.

침 맞으러 왔는데 한약 먹으라고 하면 기분 나쁘죠.
이 세상 병을 침으로 다 고치면 괜찮겠죠? 근데 되는게 있고 안되는게 있죠. 이건 안 되는거죠. 안타깝죠. 저도 안타깝죠. 열심히 해야죠. 주 3일은 나와야죠. 안 나오면 더 아프죠. 맞으면 좋죠. 그럼 맞아야 겠죠. 행복하죠.


<솔직함의 유머>
침대 사러가서 어마무시하게 가격을 후려쳐서 사온 에피소드를 이야기할 때는 당장 내일 개콘 녹화 뜨러가도 될만큼 솔직하고 재미있었다. 솔직함과 유머라는게 뭔지 아는 사람. 한달동안 일어 외적으로 배운 게 더 많다.



한의사라는게 좁은 진료실에 갇혀 지내다보면 자동적으로 인간관계가 협소해지고 자극을 받을 기회가 적어진다. 이번 일본어학원 수강은 그런 의미에서 훌륭한 선택이었다또 오모이마스.<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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