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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상의학을 이야기함에 있어 이현재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이현재

1903년 4월 6일 개성 출생

일제 치하에서 흥일직물공업 사장으로 승승장구한다.
중병으로 앓다가 사상처방을 먹고 쾌차 후 사상의학에 헌신.

1945년 (나이 43세) 사상의학보급회 창설

당시 서울시 중구 85번지에 건물을 갖고 있었음.(꽤 부자였다고 함.)
그 건물은 사상회관으로 쓰이며, 사상의학을 연구하는 한의학자들의 메카가 되었음.



청계천을 끼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사옥이 과거 '사상회관'으로 사용되던 자리.
가운데 보이는 빌딩이 과거 그 곳이다... (서울시 중구 다동 85번지)




 
아마 이런 분위기의 건물이었을 것이다.

 
45년도에 창립한 사상의학보급회는 한국전쟁을 만나면서 해산된다.

그러다가 사상의학회라는 이름으로  1957년 4월 30일 창립된다.

1954년도 즈음, 한국전쟁이 막 끝났을 무렵, 전라도 군산에서 상경한 청년 권도원(당시 나이 34세)은
다동을 지나다가 사상의학보급회 간판을 보고 들어간다.

그리고 이현재(당시 나이 51세)를 만나고 3년 뒤에는 사상의학회 부회장직에까지 오른다.
둘 사이의 나이차이는 17년차이. 거의 아들뻘이다. 이현재가 권도원을 얼마나 아끼고 많이 베풀어주었을지 상상이 간다.

권도원은 1963년 한의사검정 국가시험 합격으로 한의사 면허증을 취득한다.
당시 나이 43세에 공식적으로 의료인이 된다. 나사의 원조는 권도원.
 
이듬해인 1963년도부터 동양의약대학(경희대 한의대의 전신)에서 이후 경희대에서 1972년까지 사상체질의학을 가르친다.

자기가 키운 권도원이 대학강단에 서면서 승승장구할 때 이현재는 쓸쓸한 노후를 보냈다.
부자집은 자식들이 망조가 들어 집안을 거덜낸다는 이제마의 말대로 이현재는 자식때문에 말년에 고생한다.
언제 돌아가셨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짚고 넘어가야할 점이 하나 있다. 홍순용, 송일병 등 대학에 자리잡은 사상의학자들. 그들의 노고를 폄하할 수도 없지만-사상체질의학은 지금도 한의학에서 마이너의 위치를 갖고 있음. 40년 전에는 마이너 중의 마이너였음- 그들이 이현재를 외면한 것 역시 사실이다. 1945년부터 거의 1970년까지의 사상의학보급회와 사상의학회의 기록이 전해지지 않는다. (경희대에서 이현재 라인이었던 권도원도 베겨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1950,60년대에 한국에서 사상의학을 부흥시키고 계승했던 사람 중에 이현재를 빼고 논할 수는 없다.

1970년 이후 사상의학은 두 부류로 나뉘어진다. 정권을 잡은 원리주의자들 (수세보원에 토씨 하나 못 고친다!는 주의자들)와 척박한 로컬에서 성장한 게릴라반군들.
반군파의 선두주자는 두 명이다. 김주, 권도원.
그리고 원리주의파의 리더는 송일병. (우리나라 사상의학이 제도권 내에 자리잡고 전문의자리까지 차지한 것은 송교수님의 업적이 지대하다.)

bk박사는 현재 반군파에 서 있다. bk박사는 묻는다. "나는 원리주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한의사인 이상 그들을 배척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김주, 권도원, 허만회, 류주열, 안준철 같은 재야의 반군들에 비해 지난 시절 실전임상 체질의학에 얼마나 탁월한 효율적인 업적을 내놓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씨. 매일 아침 이현재가 세운 舊 사상회관(현재 대우조선빌딩) 앞을 지난다. 65년 전 사상의학의 맥을 잇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궁리하던 선배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바라본다.
탈레반파에 의해 철저하게 팽당했던 이현재라는 개성 할아버지를 떠올려본다. 분명 이북사람 특유의 한 고집이 있었으리라. 말이 통하는 젊은이에게는 서슴없이 대하고 호방한 성격이었으리라 상상해본다. 비록 만날 수도 이야기할 수도 없지만, 할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꿈을 갖고 있었는지는 잘 안다.

세월은 흐르고 사상회관도 허물어지고 건물앞에 청계고가가 생겼다가 다시 허물어지기도 하고 변했지만, 21세기에도 체질의학은 살아남았고, 더구나 한국 최고의 엘리트들에 의해 계승되고 있다. 

솔직히 한의사협회가 양심이 있다면, 적어도 사상체질의학회에서 개념이 있다면 대우조선 앞에 '사상회관'자리였다는 표지석 하나는 세워야 하지 않을까?<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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