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과로 향했다.
개원할때랑 달리 애들이 북적거리고, 식물들을 갖다놓으니 병원이 한층 밝아보인다. 훌륭해!!
오씨가 개원할때 내가 저 현무암돌 붙인거 진짜 욕 많이 했는데, 조명이 밝으니 의외로 괜찮네.
인테리어한지 2년됐는데도 낡은 티도 안 나고... 돌붙였을때 장점이 있구나!
소처럼 일하고 있는 오순호씨.
이날 김씨도 간단한 진료를 받았는데, 오순호씨가 설명하는 테크닉이 거의 초절정이라며 격찬해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내가 환자 입장이 되어 오씨로부터 진료를 받아보니, 참 느낀 점이 많다. 꼼꼼한 진찰행위 이후에 비주얼하면서도 쉬운 설명 그리고 사리에 합당한 치료스케줄 합의도출까지 물흐르듯 흘러가는 프로세스가 너무 부러웠다. (맥진 이후에 바로 설명과 합의과정 없이 퉁명스럽게 침관부터 들이대는 습관을 버려야하는데...ㅠㅠ)
대기실 시계. 제수씨가 골랐다는데....좋으네.
(참고로 오순호씨는 bk박사님이 개원할때 분침도 초침도 없고, 심지어는 점이나 숫자도 안 찍혀있는 그냥 하얀 판때기에 빨간 점만 돌아다니는 최고급 시계를 선물하여 놀라게 했지. 차마 걸지 못하고 보관만 하다가 불나서 태워먹은 시계...)
반년동안 매주 대구 가서 강의듣고 받은 종이.
챠트정리하고 있는 오순호씨.
복도 동선에 서서 필기하는 오씨.
인테리어에서 1/4평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엉덩이를 걸칠 수 있는 의자가 있었으면 좋겠고, 테이블도 폭이 좀 넓었더라면 좋았겠다.
오순호씨는 대기실쪽으로 돌아서 들어가는 미백실의 동선이 가장 문제라고 자체 진단했다.역시 병원 인테리어에서 핵심은 동선이다.
오순호씨의 방으로 안내되었다.
잘 수 있는 침대
샤워도 가능하다!!! 와우!!
원장친화적인 인테리어!
오씨를 데리고 이상연씨 가게로 향했다.
이상연씨의 사무실.
bk박사가 대화재 이후 이 곳에서 약 3개월동안 허브랙설치 전문기사로 일했다. (당시 원내에서 불탄 물건들도 여기 갖다놓았고 다시 개원하면 가져가려 했으나 그게 몇년이 걸릴지 기약이 없네...)
이상연씨가 부하직원을 호통치고 있다. (이씨가 앉아있는 의자가 김씨가 화재의 잿더미 속에 꺼내온 최고급 원장의자. 제수씨가 깨끗이 씻어 잘 쓰고 있다.)
bk씨 한의원에 있던 스툴과 소파도 잘 쓰이고 있다. 화재로 불똥에 레자가 타버려 위에 레자를 덧댔다.
저녁 먹으러 가야지. 최고급 돼지고기 요릿집
오씨와 이사장.
광형이도 왔다. (이광형씨는 화재 당시 카메라를 가져와 화재와 관련된 모든 컷들을 사진에 담아 하이에나들로부터 bk박사를 보호하는데 큰 공을 세운 바 있다.)
'근데 우리 광형이 뽈때기가 터질라카네'
김씨가 전화기를 갖고 버벅대자 이상연씨가 손짓하고 있다.
"인간아, 일로 줘봐라. 내가 갈케주께."
이 자리에서 이상연씨가 모든 어플리케이션을 터치 한방에 업데이트하는 요령을 가르쳐주어 김씨를 눈물짓게 했다.
이광형씨가 33도가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 잠바를 입고 있다.
며칠전 홧김에 구룡포에 가서 난닝구만 입고 종일 낚시를 했는데 바로 감기 걸렸다고...
조용한 술집으로 자리를 옮기고...
오순호 : "맥주 물래?"
이광형: "난 쏘맥"
오순호 : "여기 소주 한병 만원."
이광형 : "그럼, 그냥 맥주 묵으까?"
흥나는 대화. 2년 동안 못 만났더니 할 이야기가 엄청 쌓였다.
광형이가 맹장염 걸린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휴지로 나비넥타이를 맸다. 귀여운 놈!)
"야야, 내가 고2때, 여름 보충수업하는데 배가 너무 아픈기야. 그래서 집에 일찍 갔는데 그래도 너무 아파. 밤에도 뭐가 째지는것 같이 아파서 선린병원 갔거덩. 거기서 인턴이 오더니 막 눌러보고 피뽑고 하더니 맹장이래. 그래서 당장 수술하자고 꼬추 털도 다 밀고 수술다이에 누워 있는데, 막 인턴들이 몰려와서 내 배를 막 눌러보는거야. 아 씨팔 졸라 아픈데 이것들이. 진짜 패죽여뿌고 싶더라. 그러다가 울 아부지 왔는데...
야, 여기 무슨 인턴이 수술하노!!! 여기서 수술하면 안돼!!! 하시면서 등외과로 옮기자고 해서 거기로 갔어. 내가 뭐 아나? 아부지가 옮기자는데.....근데 거기 가니깐 의사도 아닌 사무장 비슷한 아저씨가 오더니 내 배를 막 만져보다가 이거 맹장 아니고 똥 막혀서 그렇다고....그래서 내가 거기서 관장하고 병실에 누워있었거든.. 아오, 관장하는것도 진짜 기분 드럽데이.... 근데 다음날인가 내 거기서 맹장 터져갖고 복막염 됐자나. 아 씨.. 그래갖고 등외과에서 복막염 수술하고 나왔자나."
듣고 있던 이상연씨가 거든다.
"야야, 복막염 수술하면 다라이 갖다놓고 헹가가 다시 넣어준다미? ㅋㅋㅋㅋ 창자는 제대로 다 넣어주더나?"
이상연씨도 얼마전 자기도 병원 갔다왔다면서....
"내 저저번달에 진짜 배가 너무 아픈기라. 그래갖고 네이버 막 검색해보니깐 맹장 비슷해. 그래서 임마들한테 물어봐도 뾰족한 답도 없고 해갖고 선린병원 갔거덩. 근데 선린병원 거기는 피검사하고 시티찍고 하는거를 암병동에서 하더라고.... 그래갖고 검사받고 암병동에 앉아 있는데, 의사가 내보고 게실염이래. 뭐 장에 풍선이 생겨서 그렇다고. 근데 내가 그걸 괴질염이라고 들었어. 괴질. 이상한 병이지. 돌림병 같은거.
그래서 내가 집에 전화해갖고 아부지한테 괴질염에 걸렸다카니더라고 말하니깐 아부지가 뭐? 괴질? 그케갖고 아부지가 병원에 달려오셨는데, 내가 암병동에 있었잖아. 아부지가 의사한테 우리 아들 조직검사는 안 받아도 되냐고 막 물으시더라고. 그래서 집안에 난리 한번 났는데, 결국 그냥 주사맞고 치우더라."
정말 뽈때기가 얼얼하도록 웃었네.
새벽 1시경 술집을 나와서 오순호씨가 좋은 커피 있다면서 안내한 곳.
미즈앤맘 병원 편의점.
광형군이 나비넥타이를 하고 흐뭇하게 메뉴판을 쳐다보고 있다.
"bk야 니는 뭐 묵을래?"
"커피는 달아야지. 단걸로 주세요." (남자는 핑크~! 커피는 설탕~!이 진리)
광형군이 팔을 퍼덕거리고 있다.
"아줌마 빨리 주세요!!!"
광형군이 오줌을 누면서 투덜거리고 있다.
"야이씨...상연이 니 지금 똥누나!"
"냄새 나갖고 오줌을 몬 누겠다"
(광형아 그 리본 좀 떼면 안 되겠나?)
똥을 누고 나온 이상연(사진 우측)씨의 얼굴이 밝다.
(참고로 이 병원은 산부인과 전문병원임. 이상연씨가 로비에 저렇게 앉아있으니 막 출산이 임박한 산모같네.)
"니, 서울 언제 올라가노?"
"내일"
친구들과 헤어지고....(중간에 커피도 한판 엎고..ㅋㅋ)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튿날 신여사가 서울갈때 차비 쓰라고 돈을 놓아두셨네.
한편 이날 오후 김회장님께서는 서울로 가는 bk군에게 유성군에게 전달하라면서 금일봉을 주심.
아침으로는 최고급 물가재미를 한 사라 묵고...
황형이 부탁해서 이드형님이 갖다주신 최고급 더치 커피 두병...
허름한 포항터미널로 갔다.
서울까지 3만원.
서울에 도착한 김씨는 바로 동국대로 향해 대한동의보감학회 브릿지 과정 8차강의를 참관하여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사진 : 이용양 박사님이 열강 중이다.)
서울특파원과의 전화통화에서 김씨는 "오랫동안 못 본 친구들이랑 신나게 이야기하고 올라왔다. 정말 볼이 아플 정도로 웃었다. 올해 내가 웃은 총량보다 이날 내가 웃은 양이 더 많을듯. 무엇보다 오순호씨의 병원이 안정된 것을 보니 기쁘다. 그리고 광형이가 나를 몹시 안타까워했지만, 친구들아, 엉아는 서울에서 잘 지내고 있으니깐, 돈이나 많이 벌어놔라!
이번 여행을 총평하자면, 포항은 내가 떠나올 2년전 그대로, 거의 화석처럼 남아 있었다. 나는 서울에서 많이 변했는데, 포항은 마치 타임머신 속 도시같았다. 그 속에서 다시 과거로 돌아간 것 같아서 좋았고, 오랫만에 보고싶은 선배님들로부터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어서 좋았고, 사랑과 조언, 격려에 늘 감사하다. 친구들과는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즐겁게 이야기하고 술마시고 와서 좋다. 모두 건강하게 지내시고, 올연말에 시간이 되면 망년회 때 한번 더 내려가고 싶다. 홈커밍데이 행사에 협조해주신 모든 관계자 여러분과 포항시민들께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b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