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20년 전 일이 생각난다.

포항고등학교 1학년 5반 3월 초.
당시 임시반장(내가 끝번이라는 이유만으로)을 맡고 있는 bk박사는 '어떻게 하면 반장을 안 할 수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며 학기초 나날들을 보냈다.

학년이 바뀌면 늘 줄을 세워서 키순서대로 번호를 매기고 제일 끝에 있는 애들 임시반장을 시킨다.
이 짓을 중고등 내내 하고 나면 거의 임시반장 노이로제에 걸린다.

그러던 어느날 임시반장의 임기가 끝나고 반장선거를 하게 됐다.

당시 담임은 아톰. 주무기는 번개주먹. 학생들 머리를 주먹으로 내려치는 굉장히 비인권적이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인기가 많은 영어샘이었다.

"자, 후보부터 추천해라. bk나와. 너는 1번"

"예?"

(아니 왜 내가 후보냐고. 후보는 학생이 추천해야지 왜 선생이 추천하고 그러냐고)

그리고 기호 2번으로 나온 아이.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그 아이의 입후보연설은 인상깊었다.

"저는 국민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9년동안 반장을 해왔습니다. 이번에도 꼭 해야합니다."


(으응? 그래 난 임시반장 전문이다 이쇄키야. ㅋㅋㅋㅋㅋㅋ)

암튼 투표가 시작됐고, 압도적인 표 차이로 bk박사가 이겨버렸다.

으아아아악!!!!!!!


당선소감 발표하는 자리에서 bk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제가 실장 안 하믄 안 됩니꺼? 점마가 반장 9년 했다카는데 저 아이에게 반장을 양보하겠습니다"


갑자기 교실이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하고 똥씹던 그 아이는 얼굴이 너무 밝아졌다.

아톰이 입을 열었다.

"이미 개표가 끝났기 때문에 그건 안된다. 자 이제 부실장 소감 발표"

다시 똥을 씹게 된 아이는 교탁에 섰다.


"저는 실장 아니면 부실장도 안 할랍니다"


음, 이쯤 되면 새해 첫학기 실장 선거치고는 꽤 출발이 상큼하다.

두 놈 다 안 하겠단다.

(정확히 말하면 한놈은 죽어도 하겠다고 하고 한놈은 죽어도 못 한다고 한 것.)


한동안 생각에 잠기던 아톰은 결국 중재안을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bk가 부실장 해라."


그렇게 나는 실장에서 탈출했다.



나는 오늘 박원순의 웃음에서 욕심을 보았다. ㅎㅎㅎㅎㅎㅎ

갑자기 20년 전 일이 생각나네. ㅎㅎㅎ



사실관계도 확인해보지 않고 김남수와의 친분만으로  일제 총독부 침구사제도 부활하자고 하던 분...

자기 아는 사람이라고 태백시장 파란당 후보 지지하시던 분...

공익이나 명분보다 친분을 우선시하는 분. 한국 부패의 가장 치명적인 요소.

뇌속에 공사분별이라는 개념은 있나? 그가 당선되면 서울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후후후
반응형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