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미에 들어가는 숙지황이 320g이 정량인데, 어떻게 1/4로 줄여서 쓰는게 가능합니까?"
어제 이용양 박사님이 육미 용량을 1/2로 줄여서 10첩/10일로 투약한다는 내용을 강의하는 순간, 뒤쪽에 앉아있던 모원장님이 강의를 끊고 질문한 내용이다. (이게 그렇게 중요한 질문인지 모르겠다. 결과적으로는 스스로 무지를 고백하는 대참사가 되고 말았지만.ㅋㅋ)
가만, 육미 1제에 숙지가 320g이 정량이라고????!!!!!
그러니까 위의 원장님의 주장은 동의보감에 실려있는 환의 용량은 모두 1제 즉, 현대의 한의사들이 약탕기에 집어넣는 10일치 복용량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시바, 허준이 뭐 타임머신 타고 현대로 날라와서, "어? 한의사들이 1제를 20첩 단위로 투약하네? 어 그래 그럼 400년 뒤의 후배한의사들을 위해 내가 특별히 환의 조제분량을 20첩에 맞춰야지."라고 생각하고 동의보감 지었을까?
아닐꺼다.
자, 한번 살펴보자. 어떻게 이런 오해가 일어났는지.
과연 동의보감의 환은 1제, 10일치인가?
1. 먼저 동의보감 집례에 허준은 분명히 이상적인 약첩의 용량을 밝혀놓았다.
"한 처방에 약재가 5종이면 5돈이 가능하다. 그 이상, 20~30가지 넘어가는 처방은 7,8돈에서 1냥이 적절하다."
즉, 약재가 5종 정도 들어가는 처방은 20g/첩 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군신좌사로 나누면 기준은 8-6-4-2g이 노멀한 구조가 된다.
2.산, 환, 탕의 복용법 1970p 참조
이미 학생들을 상대로한 2011겨울 디렉터스 강좌에서 한번 다루었던 내용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동의보감에서 산은 가루약이 아니다!!!
산은 거의 끓는 물과 같이 복용하는 경우가 많거나 끓는 물 속에 넣어서 후루룩 마신다. 과거의 산제를 만드는 기법은 매우 투박하여 그대로 요즘 생각하는 분말파우더를 생각하면 안된다. 즉 아주 짧게 끓는 물에 우려내서 먹는게 산제다. 용량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급하면 대량으로 먹기도 한다. 환산탕제 중에서 산제를 가장 대량으로 쓰며, 가장 짧게 전탕하고, 단기간 복용한다. 가장 날카로운 약이다. 울증해소에 많이 사용된다.
탕제는 아시는 바와 같다. 30~1시간 전탕한다. 오래된 병을 훑어씻어버린다는 의미가 크고 가장 흡수율이 좋다. 그래서 메인은 탕이다. 산이나 환은 보관시 문제점도 고려되었다.
산은 상초에 들어가고 환은 하초에 들어간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약력의 범위를 개념화한 것에 불과한 것이지. 이걸 갖고 환을 단단하게 뭉치면 풀어지지 않고 위장 아래로 내려가서 하초에 작용한다는 식으로 메타포를 확장하면 곤란하다.
환제는? 이거 갖고 헷갈리는 원장들이 많아 문제다. 가장 오래 먹어야하는 약이다. 분량도 가장 적다. 전탕도 하지 않는다. 거의 음식레벨이라고 보면 된다. 오래오래 주구장창 은은하게 먹어야하는 것.
조선시대 건강기능식품이 환제라고 보면 된다.
환탕산의 구분은 병이 깊냐? 급하냐? 오래됐냐?로 구분한다.
급한 병에 달이는 시간도 촉박할때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후루룩 마시는 것이 산제. 늘 준비되어 있어야한다.
본격적으로 병을 치료하는 것이 탕제.
오래오래 건강기능식품처럼 먹기 위해 보관이 편리하게 만든 것이 환제다.
약력의 신속성은 산>탕>환 (산제는 폭격기, 기동타격대라면 탕제는 기갑부대고, 환제는 보병이다)
당연히 약력의 지구력은 환>탕>산 순이 된다.
3. 육미의 친구들
먼저 경옥고 조문을 보자.
이 약을 10제로 나누어 10명이 나눠먹을 수 있다고 나온다.
연년익수불로단 조문에 보면 한달을 먹으면 어떻게 된다는 식으로 나온다.
연령고본단 조문에 보면 3달이 지나면 어떻게 된다는 내용이 나온다.
환들을 보면 거의 복용단위가 '달'이다. 3개월 먹으면 어떻게 된다는 조문이 많다.
즉 환의 복용단위는 거의 3개월이다.
그래서 공진단을 10알씩 파는 원장은 무개념인 것이다. 최소한 100알씩은 팔아야 하는 것이다.
10알 먹여놓고 환자에게 "어? 공진단 먹었는데 먹은동만동이네." 이런 경험만 안겨주게 된다.
나는 대한한방내과학회에서 이런 가이드라인은 왜 안 만드는지 모르겠다.
혹시 모르나? ㅋㅋㅋㅋㅋㅋㅋ
4.한약의 포지션
조선시대에 한약은 샤넬, 구찌같은 명품이었다.
일반 평민들은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고가의 소비재였다.
요즘처럼 막 퍼먹을 수 있는 약이 아니었다. 10일분에 숙지황 320g넣어서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조선 전체에 몇명 안된다. 엄청난 고가약이었다. 조선시대 문집에 보면 한약재를 선물했다는 이야기도 자주 나온다.
조선시대 한약=명품
동의보감 단방편도 당시 한약재를 수입해서 쓰기가 얼마나 힘들었는 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다.
5.오자대 50~70알의 비밀
동의보감에 나오는 대부분의 환은 오자대 50알~70알이 표준이다.
그렇다면 오자대는 뭘 말하나?
환제 중에서 가장 유명한 기준이 흔히 우황청심원류에 많이 쓰이는 탄자대(1돈, 4g) 와 보약에 많이 쓰이는 오자대다.
이 오자대의 크기가 논란이 많다. 벽오동씨만하다고 하는데, 실제 벽오동씨는 지름이 5.5mm 정도 된다.
그런데 통상 제환기에 들어가면 5mm가 표준이다.
문제는 오자대, 탄자대라는 기준이 부피를 말하기 때문에 무게로 환산을 해야한다. 무게는 수분과 연동이 된다. 습기를 많이 먹을수록 무게는 많이 나간다.
오자대의 무게는 얼마가 될까?
보통 초제를 환으로 만들면 20mm의 직경일 경우 약 6g짜리 환이 나온다.
그렇다면 지름이 오자대크기로 1/4로 줄면 무게는 1/64로 줄어들어 거의 0.1g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수분이 중요하기때문에 건조시킬수록 무게는 줄어든다.
어떤 책에는 오자대가 0.2g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어떤 책에는 0.375g이라는 설도 있다.(0.375g설은 너무 이론적으로 끼워맞춘 느낌이난다. 실제 벽오동씨는 재보면 0.375g에 못 미친다.)
자 bk박사님이 이제 확실하게 정해준다.
육미 오자대는 1g기준으로 8알 정도 나온다.실제로 해봐라. 해보고 이야기하자. 오자대 8환=1g
(10환을 1g으로 치는 경우도 많다!!!)
자 그렇다면 1회 복용량인 오자대 50알 70알은 도대체 몇 g일까?
통상 0.1g이라고 치면 5~7g이고, 0.2g이라는 기준을 제시하면 10~14g이다.
8환=1g 기준으로 보면 결론은 이렇다. 오자대는 1개당 0.125g이다
이 기준으로 육미 오자대 50알 70알을 환산하면 6.25g에서 8.75g이 1회 복용량이다
환약은 처음 만들었다가 보관하면할수록 특히 겨울에 수분이 날라가서 무게가 줄어든다. 수분이 완전히 날라가면 오자대 1개가 0.08g까지 줄어들 수 있다. (영신환 벌크 판매 제품을 측정해보면 오자대 54알이 보통 4g 정도 나온다. 1환당 0.074g)
매우 적은 양이다. 원래 이렇게 먹는다. 작은 양을 조금씩 오래오래 먹는게 동의보감 환제 복용 테크닉이다.
굉장히 아껴 먹는 약이다. 막 퍼먹는 약이 아니다. 몸에 충격을 주는 약이 아니다. 조리하는데 많이 사용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숙지황을 9증 해보면 왜 아껴 먹어야하는지 스스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간조가 9증 후에 남긴 말
"원장님 이거 우리 환자한테 주지 말지요. 너무 아까워요."
당연하지. 제조기간만 60일에(장마끼거나 햇볕이 안 좋으면 훨씬 늘어난다) 들어간 생지황 단가만 10만원이 넘어간다. 소량으로 조제한다면 숙지황 1근에 20만원은 받아야 정상 9증숙지황이다.
6.육미지황환의 약재용량
동의보감에는 육미가 딱 두군데 나온다. 원래 허준은 모든 처방은 1군데만 기재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처방 몇개만 2군데 나누어 실었다. 육미는 신장문과 허로문에 나온다.
용량은 신장문에 있다.
숙지황 8냥 (320g)
산약 산수유 각 4냥(160g)
택사 목단피 백복령 각 3냥(120g)
다 합하면 1000g이다.
(여기서 꿀의 함량은 뺐다.) 그렇다면 꿀이나 풀은 얼마나 들어갈까?
이것도 bk박사님이 정해준다. 다 해보고 이야기하는거다.
통상 약재가 100g이면 꿀이 30g 들어가야 빚어진다.
단, 숙지황같이 점도가 높으면 이 비율은 내려간다.
하지만 이미 bk박사님은 오리지날 9증 숙지황도 만든 경험이 있다.
도저히 9증하면 점도가 안 나온다. 그냥 돌이다!!!! 돌!!!!!!!
따라서 육미 1kg에 들어가야하는 꿀의 양은 300g이 된다.
그렇다면 동의보감 육미를 제조하면 1300g 이 나온다는 건데, 이게 몇회 복용량일까?
오자대 1g이 몇알이라고? 8알.
그렇다면 1300g이면 몇알이냐? 만400알이다.
이걸 1회복용시 50알 먹으면 208회 복용가능하다. 즉 하루 2회 복용하면 104일 복용분량이다.
만약 70알 먹는다면 148회 분량으로 하루 2회 기준으로 약 74일 분량이다.
즉 동의보감대로 육미를 조제하면 74~104일 분량인 것이다. 제로 따지면 (1제=10일분)이므로 7제에서 10제 분량이다.
그런데 뭐????? 동의보감 육미 용량이 20첩, 1제 분량이라고?
자, 정리해줄께.
동의보감에 나오는 환들의 복용분량은 보통 2달에서 3개월치다.
신장문에 나오는 조문대로 육미를 조제하면 74~104일 분량이다.
그렇다면 육미를 1제로 달일때는 숙지황을 얼마나 넣어야 할까? 나누기 7 또는 10하면 된다.
즉 숙지황 320g이라고 나오지만
숙지황이 32~45g이 들어가야 정상이다.(320g씩 때려넣는 약이 아니다!)
첩당 1.6g~ 2.25g
맨 처음으로 돌아가서, 허준이 말한 이상적인 첩당 분량.
6가지 약이 들어가니 첩당 25g 정도면 알맞다. 약의 효를 발휘한다.
환은 탕보다 용량이 훨씬 적다. 대신 오래 복용한다.
그런데 중요한건 그램수가 아니다.
허준이 제시한 환제 복용법의 정신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동보에는 여러가지 콤보로 약을 쓰는 경우가 나온다. 이것도 디렉터스 강좌에서 이미 다루었다.^^
병을 조리할 때는 팝콘+콜라처럼 환제+탕약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즉 병을 마무리할 때는 아주 적은 양으로 오래오래 먹어서 재발을 막는다는 정신이 깃들어 있다.
그걸 놓치면 안된다.
정육점 주인처럼 허허허, 뭐 약은 많이 들어가면 효과가 좋지~라는 개드립을 치면 곤란하다.
질환의 재발방지와 노화과정인 정부족을, 몸에 충격을 주지 않고 은은하게 보충해나가는 육미의 정신을 살려 bk식으로 쓰면 이렇다.
숙지 2.5g
산약 산수 1.25g
목단 백복 1g / 첩당
그런데...현실은 어떠한가?
육미 1제에 숙지황 320g 때려놓고 환자가 소화 안된다고 그러면 음, 숙지황 증이 아닌가? 막 고민하고 지랄이지.
아니면 뭐 9증이 잘못됐나 고민하지.
이건 뭐......
지금 개그콘서트 찍냐?
어제 회식자리에서 옆자리에 앉은 모 인턴에게 숙지황 제법에 대해 말해보라고 했다.(지금 생각해보니 걔 잘못이 아닌데 너무 다그친 것 같아 미안하다. 전부 학교 교수들의 잘못이지. 아무리 그래도 졸업 5년차 이후부터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5년차부터는 교수들과 똑같이 욕들어먹어도 싸다.)
모 원장이 이렇게 말했다.
"막걸리 부어서 9번 찌는거 아니에요?"
진짜 할 말이 없다.
막걸리 아니다. 청주다. 그것도 살짝 뿌리라고 나온다. 근데 술이 중요한게 아니다. 그럼 주지황이지 숙지황이냐?
중요한 건 땅지자 지황에 생지황즙을 계속 컨테인하는게 포인트다. 막걸리를 컨테인 하는게 아니라규!!!!
어쩌다가 이리 되었을까.ㅎㅎㅎㅎㅎㅎㅎㅎ
잊지말자. 육미의 숙지황은 첩당 2.5g이 들어가며 3개월 이상 장복시키는 약이라는 것을!
그리고 오자대니, 밀환이니 이런거 안 해보고 이야기하지 말자.
오자대가 0.375g 아니다. 무게 달아보고 이야기하자.
머리 속 이야기는 정중히 사절한다.<b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