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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위에 올라갔을때 만큼은 못 돼져라"
정비기술이 전혀 없는데 굉장히 친절하고 공임료도 저렴한 정비사를 좋아할 사람은 없다.
노래는 거의 음치 수준인데 친구들 사이에 평판도 좋고 아주 착한 가수라면?
일은 진짜 못하는데 정말 열심히 하고자 이것저것 노력하는 한의사협회장이라면?
그런 경우 학술전문용어로 우리는 '무능하다'고 표현한다.
사람은 누구나 쓸 수 있는 에너지에 한계가 있다. 친절하게 보이는데 에너지를 투자할 건지 말지는 본인에게 달려있다.
<병원에서의 공과 사의 영역>
내 직업이 사회적으로 대우받는 직업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내 방'이 있느냐? 여부이다.
인턴이나 수련의는 내 방이 없다. 삼성전자 최대리도 내 방이 없다.
안동세무서 김계장도 내 방이 없다. 기산면사무소 산업계 박주사도 내 방이 없다.
그런데 로컬의원의 경우 원장에게 방이 있다. 그래서 원장들은 그게 '내 방'인 줄 안다.
어? 그럼 개인방이 있으니깐 그게 대우받는 좋은 직업일까? 근데 결론부터 말하면 그건 자기 방이 아니다.
거긴 그냥 '진료실'이라는 곳인데 통상 원장실로 잘못 부르는 공간이며,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원장이랑 환자랑 단 둘이 들어가는 곳이라서 대부분의 시간을 원장이 들어가서 혼자 생활하는 방일 뿐이다. 엄밀하게 대기실이나 침구실과 같이 똑같은 병원에서는 공적인 영역이다.
그런데 간혹 그 안에서 원장들이 (특히 가난할수록) 취미생활에 몰두하는 경우가 있다. 지 취미가 독서면 책을 쌓아놓고, 게임도 한판하고 웹서핑도 하고 (마치 피시방처럼) 원장실이라는 공간을 '사적인 내 방'으로 활용한다.
그게 또 빈의의 특징이기도 하다. 부의들은 늘 환자가 들락거리기 때문에 원장실을 사적인 용도로 활용할 틈이 없다.
지금 원장 책상을 살펴보라. 뭐가 놓여있는가? 당신의 취미생활 관련 용품이 놓여있으면 당신은 빈의로 가는 KTX를 타고 있는 것.(환자도 금방 알아챈다. '어? 이 자식 환자 없어서 저런거 하는구나')
<친절>
친절한 원장이 되려는 노력과 잔기술은 진입장벽이 없는 분야다. 올해 당장 졸업한 초뺑이 한의사도 가능한 영역. 그런데 불행하게도 환자들이 의사에게 요구하는 요소 중에 친절은 가장 후순위적인 덕목이다.(이것이 불친절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에너지의 분배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것.) 실력이 맛이라면 친절은 데코레이션이다.
원장실을 '공적인 진료의 용도'로만 사용하고 지금 진료와 관계없는 모든 아이템(책, 도구, 소품)을 모두 쓰레기통에 집어넣어라. 원장실을 진료실이 아닌 원장휴게실로 '사적 용도'로 사용하지 말라. 거긴 니 방이 아니라구요.
아니면.... 그냥 '원장휴게실'이라고 진실되게 써붙이고 놀등가.
그리고..
원장실에서는 '공적으로' 좀 못 돼져도 괜찮다. 환자를 달래고, 격려하고 애정을 주고, 욕먹어도 책임져주는 의사가 환자에게 무한친절을 베품으로써 환자에 대한 무관심과 무책임함을 포장하는 놈들, 무능함을 친절로 메꾸려는 부류들보다 훨씬 낫다.
<현실>
그런데 중요한 점...
할줄 아는 건 없고 내세울 게 친절밖에 없어서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니 또 뭐라 욕도 못한다.
개원한다고 자리 좀 봐달라고 찾아오는 후배들한테 첫마디로 물어보는 질문.
"니 뭐 잘 하는데?"
-"예?"
-"잘 하는거는 없...없지만...뭐 열심히 해야죠."
"환자한테 친절하게 잘 하나?"
-"아이, 친절이야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그러니깐 무능하긴한데 친절하게 열심히 하면 개원가에서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이는 곧, 나쁜 의사가 되어 좋은 의사들을 망치는 지름길로 전력질주하기 직전인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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