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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경복궁 옆에서 화재가 났다. 사망 4명의 대참사.

사람들은 모두 경복궁이 남대문처럼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나는 그 아저씨들이 어떻게 죽어갔는지 상상이 가기 때문에 너무 마음이 안 좋았다.


<>현대에 불에 타 죽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 연기에 질식해서 죽는다. 아무리 대형화재라도 산소마스크만 있으면 유유히 빠져나올 수 있을 정도로 연기는 무섭고 불길은 덜 무섭다. 어제 아저씨들도 질식사했다.

연기는 얼마나 무서운가? 세가지 면에서 살펴보자.


1. 냄새 : 보통 사람들이 화재 연기라고 하면 장작불연기처럼 구수한, 아니면 플라스틱 타는 냄새 정도의 불쾌한 느낌만을 상상할 것이다. 하지만 화재연기는 다르다. 화재연기는 한모금 들이키는 순간, 누가 당신 목을 콱 누르는 느낌이 듬과 동시에 소주 3병을 원샷한 것처럼 사람이 휘청거린다. 두 모금 들이키면 이성을 잃고 불에 데인 개처럼 이리저리 펄쩍펄쩍 뛰며 출구를 찾아 발광한다. 영화에서 보듯이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자세를 낮추고 침착할 수 있을 것 같나? 그냥 미친개처럼 이리저리 풀쩍풀쩍 뛰다가 서너모금 들이키면 의식을 잃고 곧 사망한다.


2. 농도 : 숨을 참고 출구를 향해 뛰어나오면 되지 않냐고? 화재연기의 특성은 회색이 아니다. 뭐라고 생각하면 되냐면 그냥 검은 잉크로 가득한 수심 5미터의 수영장 바닥에 빠졌따고 생각하면 된다. 내 손이 안 보일 정도로 연기는 검다. 그냥 검정 먹물. 그 자체. 그냥 장님이 된다고 보면 된다.


3. 속도 : 연기는 모닥불처럼 유유히 흐르지 않는다. 댐이 폭파되어 터져나오는 봇물처럼 폭발적으로 뿜어져나온다. 사람이 뛰는 속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수평이 아니라 수직으로 연기가 차오를 때는 (계단 같은 경우) 로켓트 화염처럼 뿜어져 올라간다. 계단은 순식간에 굴뚝으로 변한다. 절대 계단에 대피하지 말것.



<>살아남는 법

제발 화재뉴스 말미에 뉴스 기자들이 화재가 나면 침착하게 손수건을 물에 적셔서 자세를 낮추고 신속하게 대피하라고 하는 그런 개소리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선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서 대응수칙을 살펴보자.


우리집 아파트 방에서 불이 났을 경우, 일단 소화기가 있다면 진화를 시도한다. 대부분 당황해서 소화기를 못 찾을 거다.

실패하면 도망간다. 물건 챙기지 마라. 나도 컴퓨터 하드 들고 뛸까 순간 고민했었다. 그냥 뛰어나가라. 아무것도 챙기지 마라. 여기서 꼭 명심해야할 점이 있다. 방에 불이 났으면 그 방문을 닫고 나가라. 최대한 밀폐시켜라. 산소가 15%인가 아래로 내려가면 자연진화되기도 한다.

왜 방문을 닫는게 중요하냐면 대부분 화재피해는 연기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불에타서 피해입는 경우보다 연기를 마시거나 연기그을음이 지나가서 재산상의 피해를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방차 오는데 5분 쯤 걸리고 진화는 10분도 안 걸린다. 15분이면 연기가 그 건물을 가득채우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절대 잊지 말자.


방문 닫고 뛴다.

방문 닫고 뛴다.

방문 닫고 뛴다.

방문 닫고 뛴다.

방문 닫고 뛴다.

방문 닫고 뛴다.

방문 닫고 뛴다.

가능하면 창문도 닫는다. 간단하다. 문은 다 닫고 그냥 밖으로 뛰는거다. 간단한데 이게 당황되면 참 어렵다.

방화문이 그래서 중요한 거다. 방화철문이 아니고 일반 나무문이라도 닫아두면 30분은 충분히 버틴다.


결론은 연기를 최대한 안 번지도록 조치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집에 나 혼자 있었고, 방에 불이 났다. 그런데 진화하기 어렵다면 방문 닫고, 베란다 창문 거실문 작은방 화장실 문이라는 문은 다 닫고 도망간다. 괜히 섣불리 진화하려다가 시간 다 보내고 문 다 열어놓고 도망가면 그게 최악의 피해를 부른다. 왜 뉴스에서는 화재가 발생한 발화점이 있는 곳의 문이라도 닫고 도망가라는 중요한 이야기를 안 해줄까!



<> 고립됐을 경우...

문을 열었는데 복도가 연기로 가득찼다면 잘 판단해야 한다. 


1. 탈출로가 짧고 눈감고도 찾아서 나갈 수 있다면 수건적셔서 입막고 두꺼운 옷 같은거 뒤집어 쓰고 달리면 된다. 절대 숨쉬지마라. 세모금 들이키면 죽는다. 캠프파이어 모닥불 연기 같은거 아니다. 살인가스다.


2. 만약 내가 탈출구를 잘 모르겠거나 너무 길어서 자신이 없다면 그 방안에서 버텨야 한다. 밑으로도 못 나가고 옥상까지도 못 갈 것 같으면 그냥 그 방에서 버텨야 한다. 방 안의 모든 천쪼가리들을 다 물에 적셔서 방문틈을 밀폐시킨다. 우리가 불에 타죽는 경우는 없다. 당황해서 뛰어내리거나 섣불리 탈출하려고 하지 마라. 창문밖으로 탈출은 버티고 버티다가 불에 타죽을 것 같으면 시도하는 거다. 아무리 대형화재라도 30분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고 그 안에 구조된다. 자신이 어느 층 어디에 고립돼있는지 소방서에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바깥에서 불구경하는 사람들이 소방서에 신고해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모두 "어 저기 사람있다!"라고만 소리칠 뿐 아무도 소방관에게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지 않는다. 지 팔 지가 흔들어야 한다.



<>문제는 지하

노래방이나 술집이 지하에 많다. 왠만하면 그런데는 가지 마라. 끝.




결론 : 연기 한모금도 마시지마라. 문닫고 도망가라.



(뉴스에서도 유독가스나 화재연기 이런 표현 대신에 '살인가스'라고 정확하게 보도해줬으면 좋겠다. 그만큼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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