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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당시 김씨는 28mm 내외의 작은 RF카메라에 환장해 있었다. 당시 가장 갖고 싶었던 카메라는 수동으로 초점을 잡던 XA였다. 수개월간 구하려했으나 구할 수 없던 물건.
그러던 어느날 황학동을 지나가다가 좌판에 널부러져 있는 XA를 발견했다. 플래쉬까지 끼워져있던 신품급의 XA
당장 사장님과 쇼부를 보고, 필름을 사서 넣고, 종로를 배회하며 찍은 첫 컷이 바로 아래 사진이다.
오늘 다시 같은 장소를 찾았다.
XA가 남긴 강렬한 콘트라스트와 색감은 흡사 사람의 기억과 비슷하다.
어, 이쯤 같은데. 그때 막 멀티플렉스가 우루르 생길 즈음...
씨네코아에서 길건너서 바로 첫 골목에서 찍었던 기억이 나는데..
정확한 자리를 찾으려니....힘들었다.
어떻게 같은 간판이 하나도 없냐.
간판이 모조리 바뀌어버린 그 10년 사이...
필름 만들던 회사들은 모두 파산했고, 후지 리얼라, 슈페리아, 벨비아 모두 이름조차 잊혀졌다.
나의 XA는 그 동안 누군가에게로 팔려갔고...(언제 팔아묵었는지 기억도 안남)
수백만대의 필름카메라들은 렌즈뒤캡 신세로 전락했다.
내게도 아직도 팔지 못한 필름카메라 몇개가 남아있다.
그 사이 지구는 이미지 과잉의 시대가 됐다.
누구나 카메라를 소유하는 시대. 누구나 자동차를 소유하고...
40년전 사진사와 운전기사는 부의 상징이었다. 몰락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두 사진을 비교해보며 곰곰히 추억해보니...
10년새 바뀌지 않은 거라고는...
우리가 먹는 음식물 뿐이구나.
삽겹살, 닭, 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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