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한때 김씨의 사랑을 받았던 렌즈들
지난 5일밤, 김씨가 갑자기 제습함을 열었다. 김씨와 지난 10년간 인조이 포토 라이프를 한 렌즈들을 하나씩 꺼내보며 감회에 젖었다.
국내에 출시되지 않아 이베이를 뒤져 신품으로 구입한 맥섬70
꽃모양 후드가 멋지다는 게 유일한 장점인 24-85. 김씨와 가장 많은 산을 탄 녀석이기도 하지.
모가지가 길어 바디에게 수치심을 줬던 도촬전문 김밥렌즈 (사람을 구타할 때도 유용하다)
참 쓸모가 많기도 하고 쓸모가 없기도 했던 햇반같은 50.4
친구들이 한창 결혼할 때 불원천리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던 5400hs 고급후레쉬까지.
김씨의 고민이 깊어진다. 팔아버릴까? 놔둘까?
김씨의 이런 모습을 올려다보는 렌즈들이 웅성거린다. 이제 다시 빛을 보며 세상으로 나가나싶었는데, 아니었나? 우리를 팔아먹으려는거였나?
갑자기 팔려나가지는 않을까 고민하는 김밥형님과 오랜만에 빛을 보게되어 들뜬 50mm가 잔뜩 쫄아있는 24-85(가장 똥값)를 위로하는 모습이 보인다. 맥섬은 이미 체념한듯, 고개를 떨구고 렌지뒤캡 신세라며 중얼거리고 있다.
눈물을 글썽이며 렌즈를 닦던 김씨는 다시 아이들을 제습함으로 넣었다. 렌즈들도 모두 눈시울이 붉어졌다.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되어버린 제습함.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과거 공보의 시절에 수집한 가장 헝그리한 라이업이었는데, 막상 팔려고 하니 내 청춘의 추억을 팔아먹는 것 같아 영 마음이 내키질 않네. 그냥 a55 같은거 중고로 하나 번들이랑 구해서 계속 쓸까싶기도 하고. 막상 팔려고하니 이걸 언제 각개해서 파나. 귀찮기도 하고... 또 RX100같은 거 보면 얼렁 다 팔아치우고 사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고민의 밤이 깊어간다."며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