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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및 동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작성자 : doctor_bk
작성일 : 2003/02/17 21:11 (2003/06/12 22:29)
조회수 : 31
의료인의 의무 중에 설명 및 동의라는 절차가 있다.
의료행위를 하기 전에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한다는 것인데, 얼핏 보면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의사의 권익을 보호하는 장치이다.
물론 예전에는 이런 거 필요없었다. 그냥 인자한 모습으로 최선을 다한 후에 설사 환자가 잘못되더라도 보호자에게 서로 합리적인 선에서 설명하고 이해시키면 됐다. 그만큼 환자가 의사를 믿고 존경했던 시절이었으므로.
하지만 지금은 어디 그런가.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보호자에게 멱살잡히는 게 요즘 현실이다.
보호자의 손아귀로부터 의사의 가운이 구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설명 및 동의'라는 절차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특히 믿을 것은 손,눈,귀밖에 없는 한의사로서는 이 절차를 잘 활용해야만 무사히 로컬에서 살아나갈 수 있다.
한의사는 기사지휘권이 없으므로 설사 환자의 의심되는 증상이 발견되어도 진료를 의뢰할 수 있을 뿐 직접 검사를 할 수없다.
이를테면 이런 것.
발을 삔 환자가 왔다고 하자.
물어보니 어디서 떨어졌다고 한다. 몇미터였냐고 하니까 1미터 높이란다.
(보통 삐었다고 오는 환자가 오면 어떻게 어떤 식으로 삐었는지 꼭 문진하고 만일 추락이면 반드시 엑스선을 권유해야 안전하다)
엑스레이 찍어보세요. 이 한마디면 족하다. 챠트에도 그대로 써놓아야한다.
그러면 한의사는 안전하다. 설사 그 환자가 진짜 골절이었다고 해도 한의사로서 할만큼 다 한것이다.
왜냐. 한의사는 엑스선을 쓸 수 없으므로. 엑스선을 하지 않았다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양방은 다르다. 양방에서 검사를 소홀히 하면 정말 옴팡 뒤집어쓴다.)
내가 죽지 않으려면
'엑스레이 찍어보세요'
'내시경 해보세요'
'큰병원 가보세요'
챠트에 줄줄줄 적어놔야 한다. 우울하지만 어쩌냐. 내가 죽을 수도 잇는판국에. (잊지마라. 환자는 언제나 두얼굴의 사나이다. 의사가 실수하면 언제라도 바야바로 변신해서 의사 목을 조를 것이다...-_-)
<실제 사례 고찰>
몇달전에 할머니가 발 삐었다고 왔다.
(노인네들이 발 삐었다고 오면 무조건 엑스레이 해라고 지시해야한다. 삐끗하는 순간 금가는 일이 흔하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엑스레이 해보라고 말하고 챠트에 적어놨다.
그런데 할매가 계속 침만 맞으러 왔고, 나는 올때마다 엑스레이 꼭 찍으라고 지시하고 챠트에 적어두었다.
며칠동안 침맞던 할머니가 호전되지 않자 결국 엑스레이를 찍고 골절로 진단받고 깁스를 했다.
그후 할머니가 깁스한 채 다시 침치료하러 내원했는데 그때 할머니에게 왜 엑스선 찍으라고 했는데 안 찍고 버티다가 이 고생이냐!고 야단을 쳤다. 물론 할머니가 잘못 했으므로 나의 야단은 매우 합리적이며 정당한 질책이다.
하지만 만일 내가 할머니가 내원했을 때 엑스선을 권하지 않았다면 상황은 정반대로 변했을 것이다.
아마 그 할머니 자식들이 몰려와서 '부러진 것도 모르는 돌팔이 새X가 침만 놓다가 악화시켰다"고 내 멱살을 잡았을 거다. 나는 또 얼마의 돈을 지불해야만 했을 것이고...
이 바닥이 원래 그렇다.(환자들은 정말 헐크로 돌변하기도 한다..)
챠트는 의사의 방탄복이다. 사고날때 우리가 믿을 건 챠트밖에 없다. 꼼꼼한 챠트는 당신의 목숨을 살려준다. 더불어 당신의 지갑도 지켜준다.
그래서 설명 및 동의가 필요한 것이다.
작성자 : doctor_bk
작성일 : 2003/02/17 21:11 (2003/06/12 22:29)
조회수 : 31
의료인의 의무 중에 설명 및 동의라는 절차가 있다.
의료행위를 하기 전에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한다는 것인데, 얼핏 보면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의사의 권익을 보호하는 장치이다.
물론 예전에는 이런 거 필요없었다. 그냥 인자한 모습으로 최선을 다한 후에 설사 환자가 잘못되더라도 보호자에게 서로 합리적인 선에서 설명하고 이해시키면 됐다. 그만큼 환자가 의사를 믿고 존경했던 시절이었으므로.
하지만 지금은 어디 그런가.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보호자에게 멱살잡히는 게 요즘 현실이다.
보호자의 손아귀로부터 의사의 가운이 구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설명 및 동의'라는 절차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특히 믿을 것은 손,눈,귀밖에 없는 한의사로서는 이 절차를 잘 활용해야만 무사히 로컬에서 살아나갈 수 있다.
한의사는 기사지휘권이 없으므로 설사 환자의 의심되는 증상이 발견되어도 진료를 의뢰할 수 있을 뿐 직접 검사를 할 수없다.
이를테면 이런 것.
발을 삔 환자가 왔다고 하자.
물어보니 어디서 떨어졌다고 한다. 몇미터였냐고 하니까 1미터 높이란다.
(보통 삐었다고 오는 환자가 오면 어떻게 어떤 식으로 삐었는지 꼭 문진하고 만일 추락이면 반드시 엑스선을 권유해야 안전하다)
엑스레이 찍어보세요. 이 한마디면 족하다. 챠트에도 그대로 써놓아야한다.
그러면 한의사는 안전하다. 설사 그 환자가 진짜 골절이었다고 해도 한의사로서 할만큼 다 한것이다.
왜냐. 한의사는 엑스선을 쓸 수 없으므로. 엑스선을 하지 않았다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양방은 다르다. 양방에서 검사를 소홀히 하면 정말 옴팡 뒤집어쓴다.)
내가 죽지 않으려면
'엑스레이 찍어보세요'
'내시경 해보세요'
'큰병원 가보세요'
챠트에 줄줄줄 적어놔야 한다. 우울하지만 어쩌냐. 내가 죽을 수도 잇는판국에. (잊지마라. 환자는 언제나 두얼굴의 사나이다. 의사가 실수하면 언제라도 바야바로 변신해서 의사 목을 조를 것이다...-_-)
<실제 사례 고찰>
몇달전에 할머니가 발 삐었다고 왔다.
(노인네들이 발 삐었다고 오면 무조건 엑스레이 해라고 지시해야한다. 삐끗하는 순간 금가는 일이 흔하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엑스레이 해보라고 말하고 챠트에 적어놨다.
그런데 할매가 계속 침만 맞으러 왔고, 나는 올때마다 엑스레이 꼭 찍으라고 지시하고 챠트에 적어두었다.
며칠동안 침맞던 할머니가 호전되지 않자 결국 엑스레이를 찍고 골절로 진단받고 깁스를 했다.
그후 할머니가 깁스한 채 다시 침치료하러 내원했는데 그때 할머니에게 왜 엑스선 찍으라고 했는데 안 찍고 버티다가 이 고생이냐!고 야단을 쳤다. 물론 할머니가 잘못 했으므로 나의 야단은 매우 합리적이며 정당한 질책이다.
하지만 만일 내가 할머니가 내원했을 때 엑스선을 권하지 않았다면 상황은 정반대로 변했을 것이다.
아마 그 할머니 자식들이 몰려와서 '부러진 것도 모르는 돌팔이 새X가 침만 놓다가 악화시켰다"고 내 멱살을 잡았을 거다. 나는 또 얼마의 돈을 지불해야만 했을 것이고...
이 바닥이 원래 그렇다.(환자들은 정말 헐크로 돌변하기도 한다..)
챠트는 의사의 방탄복이다. 사고날때 우리가 믿을 건 챠트밖에 없다. 꼼꼼한 챠트는 당신의 목숨을 살려준다. 더불어 당신의 지갑도 지켜준다.
그래서 설명 및 동의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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